살인마 (1965) 희귀/고전 호러 영화




1965년에 이용민 감독이 만든 한국산 호러 영화. 제목만 보면 무슨 사이코 스릴러 영화가 생각나겠지만 실제론 그런 장르와 전혀 다르다.

내용은 주인공 이시목의 본처인 애자가 시어머니의 불륜 행각을 목격하는 바람에 육촌 혜숙의 계략 하에 시댁 식구들의 음모에 빠졌다가 아끼던 고양이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자결을 하는데, 그 고양이가 애자의 피를 마시고 살을 먹고 요물로 변하여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을 하나 둘씩 죽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요츠야 괴담처럼 독을 마시고 머리가 빠지고 피눈물을 흘리다 원한에 차 자결한 뒤 에드가 엘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처럼 시신이 고양이와 함께 벽에 묻히는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양이가 살과 피를 먹고 자라 요물이 되어 복수를 한다는 설정이라서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당시 기준으론 상당히 참신한 구성을 띄고 있다.

전반부에 애자의 모습을 한 고양이 귀신이 나타나 복수를 하고 후반부에서 이시목이 애자의 초상화에서 비밀 일기를 발견하여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특함과 탄탄한 스토리도 함께 갖추고 있다.

애자의 귀신이 나타나 시어머니, 육촌 동생, 박 박사한테 복수를 하는 과정이 이 작품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쓸데없는 장면은 다 빼고 빠르게 진행해서 극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도금봉이 맡은 애자는 요사스러운 웃음 소리와 함께 원수들을 압박하는데 고양이 귀신의 혼이 씌인 시어머니 허씨 역을 맡은 정애란의 연기는 그보다 더 압권이었다.

거울을 비치면 고양이의 얼굴이 드러나고, 밤에 자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고양이처럼 핥는가 하면 사내를 유혹해 침대에서 떡을 치는데 이불보 아래 고양이 발과 꼬리가 드러나는 것 등등 고양이 귀신이란 설정을 아주 잘 써먹은 것 같다.

만약 고양이와 인간의 중간 형태나 혹은 소복 입은 고양이 얼굴로 계속 나왔다면 유치했을 텐데. 사람 모습 그대로 고양이 흉내를 내며 등장해 연기를 하니 상당히 괜찮았다.

또 염주나 부적 같은 것에 약하다거나, 가족들에게 정체를 숨기고 시어머니 행세를 하는 것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니 허씨는 애자와 더불어 이 작품의 투톱인 것 같다.

무당에게 받은 부적을 애자의 시체에 붙여 퇴치하려던 혜숙과 애자 귀신의 사투도 꽤 박진감이 넘쳤다. 몽둥이로 등을 얻어맞고 난데없이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모형 눈알을 단 채 신음하는 건 좀 에러였지만 어쨌든 재미는 있었다.

미륵보살 아바타의 등장과 예의 보살 광선은 지금 다시 보면 좀 웃기지만 그 이전까지의 진행은 지금 다시 봐도 괜찮았다. 나름대로 스릴이 넘치게 연출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것 같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인 ‘한’이 절절히 느껴지는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약간 작위적일 수도 있겠지만 극중 등장인물의 대사도 좋았다.

애자의 대사가 특히 맛깔스러우며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라면 이거였다. ‘자, 원한에 찬 여자의 얼굴을 잘 봐둬라!’

물론 지금 시대 관점에서 보면 다소 유치할 수도 있지만 저 때 당시가 60년대란 걸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결론은 추천작! 감독의 네임 벨류는 이조괴담과 천년호를 만든 신상옥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영화의 재미와 호러물로서의 완성도는 신상옥 감독의 작품들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원작이 나온 지 44년이 지난 지금 봐도 무지 재미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후대의 한국산 공포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이조괴담과 기생월향지묘(월하의 공동 묘지)같은 작품에 말이다.

이 작품은 한국 영상 문화 위원회의 7월 기획전으로, 한달 내내 인터넷에서 VOD로 무료 상영을 하니 관심있는 사람은 한번 보길 바란다.



덧글

  • 이준님 2009/07/10 20:28 # 답글

    1. 만추와 같이 본 사람은 있는데 필름이 소실되었던 작품입니다. 최근에 독일인가 어디서 발견하는 바람에 화제가 되었지요.

    2. 유명한 "목 없는 여살인마"가 이 영화의 리메이크작입니다.

    3. 앞부분에 복수극은 이태리 유명호러 영화와 비교해도 정말로 탄탄한 구성입니다. 물론 "편지"를 발견하고 부터는 좀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것까지 생략해버리면 아무래도 윤리적 문제가 나겠지요.

    4. 많은 "밤" 촬영분이 실제로는 낮에 찍었습니다.-티가 팍팍납니다.

    ps: 그러고보니 이덕화씨 아버지인 고 이예춘옹이 이 영화 말고 좋은 역으로 나온적이 몇편이나 있을지 궁금하네요.
  • 시무언 2009/07/11 07:31 # 삭제 답글

    제목 한번 강렬하군요
  • 잠뿌리 2009/07/12 00:43 # 답글

    이준님/ 복수극인 초반부는 진짜 지금 다시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진짜 정통 호러 영화지요. 유니버셜,해머 사의 영화보다 훨씬 낫습니다.

    시무언/ 제목이 진짜 인상적이지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97533
2022
9756379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