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성 (The Keep, 1983) 요괴/요정 영화




1983년에 마이클 만 감독이 1981년에 발간된 F 폴 윌슨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

내용은 1941년 제 2차 세계 대전 때 루마니아의 카르파티아 산맥에 있는 마을을 점령한 독일군 부대가 중세 풍의 고성에 주둔하게 되면서, 정찰대에 속한 두 독일군 병사가 성 내부에 박혀 있는 은빛 십자가를 탐을 내 그걸 빼내려다가 수백년 동안 갇혀 있던 악마가 돌풍과 빛을 뿜으며 봉인에 풀려나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마을에 사는 노인이 극구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고성에 들어간 독일군이 떼죽음을 당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솔직히 이 작품의 초중반은 굉장히 지루하게 흘러간다. 초반에 봉인이 풀린 직후 두 명이 바디 카운트로 올라간 이후로 약 40여분 동안 주인공이 두 눈에서 섬광이 번뜩인 것 외엔 별 다른 사건 사고 없이 쭉 진행된다.

40분 이후부터 안개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악령의 등장과 함께 독일군이 두 눈에서 빛을 뿜으며 펑하고 터져 죽는데. 화면이 피와 살로 물드는 게 아니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슨 석고 조각 마냥 펑하고 터져 골로 가기 때문에 그렇게 잔인하지는 않다.

영화 제목이 더 킵. 즉 성새인데 정작 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적다. 극중 배경이 되는 성새가 외적의 공격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안쪽에 무언가를 봉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흥미로운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다.

중요한 건 악령 모라사르의 존재인데, 본작에 나오는 모라사르는 혈관이 드러난 것처럼 보이는 근육질의 떡대 악마로 눈과 입에서 붉은 빛을 뿜어대며 전체적으로 특촬물의 괴수처럼 생겼다. 그래서 이 악마의 실체를 보면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 독일군의 생명과 육체를 손에 넣은 모라사르가 그 실체를 드러낸 이후에도 여전히 지루한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에 무섭지도, 재밌지도 않다. 긴장감 따위는 전혀 없다.

모라사르에 의해 희생자가 나오는 것도 초중반에 몇 장면을 빼면 너무나 절제되어 있고, 악령보다는 오히려 독일군 소속이었던 주인공과 다른 간부, 병사들과의 갈등과 히로인의 관계에 집중하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이 호러물답지가 않다.

클라이막스 씬에 나오는 악령 퇴치도 조잡하고 유치한 악령 분장에 걸맞게 유치하기 짝이 없다. 십자가 부적을 꽂아 합체시킨 지팡이에서 형형색색의 섬광이 뿜어져 나오다니 완전 특촬물 센스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볼만한 건 라스트 모히컨, 맨 헌터, 히트 등으로 유명한 마이클만이 감독을 맡았다는 것과 배우진이 화려하다는 것 정도다. 2009년 골든 글러브 시상식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가브리엘 번이 나치 돌격 대장인 캠프파 역을, 엑스맨의 매그니토와 반지의 제왕에서 겐달프 역을 맡은 이언 멕켈런이 유태인 출신의 중세 역사학자인 테오도라 쿠자 박사로 나온다.

결론은 평작. 고성의 기괴함보다는 안개 효과를 적절히 쓴 바위 투성이의 별세계적 셋트장이 인상적이란 것 외엔 달리 볼거리가 없었던 그저 그런 호러 영화인 것 같다.

마이클만도 액션 영화로 유명한 감독인데 레니 할린과 똑같은 것 같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은 마이클만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데 레니 할린도 킬 나이트가 필모 그래피 상으로 두 번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비교적 초기에 나왔으니 후기에 나온 흥행작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역시 영화 감독들에게는 각자 특기 분야가 따로 있는 것 같다.



덧글

  • 헬몬트 2009/06/19 21:23 # 답글

    1994년 4월 5일 케베스 1에서 오후에

    은십자가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방영했었지요
  • 시몬 2009/06/19 23:15 # 삭제 답글

    포스터가 참 인상적입니다. 글씨로 성모양을 만들다니 괴스러운 분위기가 팍팍 흘러나오네요.
  • 시무언 2009/06/22 04:08 # 삭제 답글

    아...아이디어는 좋았는데
  • 잠뿌리 2009/06/23 19:12 # 답글

    헬몬트/ 저도 맨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가 KBS에서 방영할 때였죠.

    시몬/ 포스터는 잘 만들었죠. 영화 셋트장도 잘 만들었는데 정작 내용이 지루할 뿐..

    시무언/ 아무래도 아이디어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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