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 (Curse II: The Bite, 1988) 괴수/야수/맹수 영화




1988년에 프레데리코 프로스페니 감독이 만든 작품. 일본, 이탈리아, 미국의 합작이다.

내용은 클락이 연인 리사와 함께 애리조나 주를 여행하다가 핵지기가 있었던 사막 지역에서 출입 금지된 곳을 지름길로 택해 횡당하던 도중, 사람을 물면 독 대신 가공할 힘을 주는 유전자를 주입하도록 군사 실험에 쓰였던 뱀에게 오른손을 물리는 바람에 손이 뱀으로 변하여 사람들을 해친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오른 손이 뱀으로 변한 주인공 클락이 점점 폭력적인 성격으로 변해 사람들을 해치다가, 급기야 손이 완전한 뱀으로 변하면서 벌이는 무차별 살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래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신체 변이가 진행되면서 점점 성격도 바뀌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아는 히로인은 어떻게든 구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끝내 실패로 끝나며, 종국에 이르러 정신까지 잠식당해 완전히 괴물이 된 주인공과 한판 붙는다.

이런 스토리 라인만 딱 봐도 1986년에 나온 데이빗 크로덴 버그의 더 플라이가 생각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더 플라이의 아류작으로 그 작품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B급 돌연변이 괴물 크리쳐 영화다.

자신의 몸이 변하는 걸 자각한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치중하기 보다는, 그런 주인공이 벌이는 끔찍한 살인과 뱀손의 묘사에 올인하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플라이보다 앞선 것은 역겨움과 혐오스러움이다.

물론 이게 무조건 나쁜 표현은 아니고, 돌연변이 괴물을 다룬 작품으로서의 강도가 높다는 것을 말한다.

전체 러닝 타임 중에 사실 80여분 동안은 솔직히 재미가 없다.

뱀으로 변한 오른 손이 희생자의 입 안에 쏙 들어가 턱을 잡아 뜯거나 심장을 뽑는 등 과격한 씬이 두 번 정도 나오긴 하지만. 슬로우 기법을 남발해서 충격이 반감된다.

그나마 영화가 볼만해지는 건 끝나기 80분의 러닝 타임이 지난 뒤 집으로 돌아 온 주인공의 몸이 급속도로 변하면서 괴물 인간이 되어 히로인을 뒤쫓기 시작하는 위기의 순간부터다.

그리고 역겨운 연출도 이때부터 절정으로 치닫는다. 80분 동안 지루하게 진항되면서 참고 또 참았던 연출 의지를 한꺼번에 폭발시키기라도 한 듯 정말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막 나간다.

한번 잘려진 오른손에서 뱀 머리가 불쑥 튀어나오고 나머지 인간의 몸에서 진액이 흘러나오며 허물이 서서히 벗겨지는 상황에서 눈알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혓바닥은 툭 떨어져 꿈틀거리며 진액에서는 새끼 뱀. 입으로는 구렁이를 토해내다가 뱀처럼 꾸물꾸물 기어서 쫓아오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인간의 허물을 완전 벗어버리고 거대한 뱀으로 변한다.

다만 최종 형태는 뱀은 뱀인데 뱀 같지 않은 모습이라 기운이 빠진다. 차라리 영국의 해머 필름사에서 1966년에 만든 영화인 더 렙타이어드(국내명: 사녀 드라큐라)에 나오는 뱀여인 쪽이 차라리 더 나은 것 같다.

결론은 평작. 클라이막스 부분이 볼만하긴 하지만 그 이전까지의 진행이 너무 지루하고, 또 특수효과가 80년대 아날로그 방식이다 보니 다소 비위 상하는 장면이 많아서 진짜 이런 쪽에 내성이 없는 사람은 시청을 피하는 게 좋다. 미리 말해두겠지만 더 플라이보다 역겨움의 강도는 더 컸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중간에 주인공이 술집에 들렀을 때 맥주잔에 파리가 앉아있자 그걸 톡 쳐서 맥주에 빠트린 뒤 단숨에 들이키는 장면이 나온다. 혹시 그 장면은 데이빗 크로덴버그의 플라이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이 작품의 국내 제목은 ‘사탄’이다. 아마도 사탄의 뱀과 연관이 되어 있으니 그런 제목을 붙인 것 같은데. 제목 센스는 둘째치고 당시 국내 비디오판의 표지가 상당히 쇼킹했던 기억이 난다.

추가로 이 작품에 유일한 아역으로 지금은 로즈웰로 유명해진 쉬리 애플비가 나온다.



덧글

  • 헬몬트 2009/06/19 21:25 # 답글

    요놈도 국내 개봉했습니다
  • fatman 2009/06/21 01:17 # 답글

    비디오판 표지는 초등학교 시절에 비디오 가게들을 뒤질 때 참 깊은 인상을 남겼지요. 잠뿌리님 말씀 들으니 안 보길 잘했습니다.
  • 시무언 2009/06/22 04:09 # 삭제 답글

    당시 영화들은 표지는 간지나는게 많았는데...
  • 잠뿌리 2009/06/23 19:20 # 답글

    헬몬트/ 국내 개봉 당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겠네요.

    fatman/ 이 작품은 정말 비위의 내성이 강해야 볼 수 있지요.

    시무언/ 최근의 영화들은 썩 괜찮은 표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 사카키코지로 2010/08/17 08:28 # 답글

    영화 내용은 더 플라이랑 맥락이 비슷한 거 같은데, 손이 괴물로 변한다는 점은 왠지 기생수가 연상되네요.
  • 잠뿌리 2010/08/18 14:27 # 답글

    사카키코지로/ 플라이와 기생수보다 더 잔인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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