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호건의 죽느냐 사느냐 (No Holds Barred, 1989) 액션 영화




1989년에 뉴 라인 시네마에서 토마스 J 라이트 감독이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프로 레슬러 헐크 호건을 주연으로 삼아서 만든 작품. 헐크 호건은 프로듀서와 주연을 동시에 맡았다.

내용은 방송사 WTN을 새로 인수한 부렐이 프로 레슬링 챔피언 립의 타이틀 매치가 시청률 1위란 걸 알고 그에게 접근해 백지수표를 주면서 다른 방송과 계약을 파기하도록 시켰다가 역으로 혼쭐이 나자, 링의 무법자 제우스를 스카웃하여 립의 친동생을 폭행하고 부하들을 보내 연인 사만타를 괴롭힌 끝에 립과 제우스의 매치를 성사시켜 세기의 대결을 벌이게 하는 이야기다.

1982년에 록키 3에서 썬더립스란 레슬러로 카메오 출현을 하여 록키와 프로 레슬링 VS 복싱의 이종 격투기 대결로 벌인 이후로 주연 배우로선 첫 데뷔를 한 작품이다. 썬더립스 역이 제법 마음에 들었던 건지 극중 주인공의 이름은 헐크 호건이 아니라 립이다.

일단 이 작품의 기본 장르는 스포츠가 아니라 액션이다. 그래서 헐크 호간이 B급 액션 영화의 주인공처럼 나온다.

아무래도 현역, 그것도 당시 최고의 프로 레슬러인 만큼 육체적 스펙이 뛰어나니. 종래의 액션 히어로와 다르게 액션을 펼치는 게 묵직한 느낌을 준다. 들어서 던지고 메치고 빅풋, 헤드벗 등 프로 레슬링 기술을 쓰는 액션 히어로인 것이다.

가사가 들어있는 경쾌한 곡과 함께 헐크 호건이 스크린을 누비며 적한테 맞으면 바로 헐크업하여 더 맹렬한 공격을 가하는 등의 연출은 주를 이룬다. 열 받으면 차 문이고 체육관 문이도 맨 손으로 다 뜯어내버린다.

주차장에서 자신을 납치해서 해꼬지 하려 했던 일당은 손봐주거나, 식당에서 히로인과 데이트 겸 식사를 하다 총 든 강도가 나오자 크림 파이와 의자를 집어 던지며 싸울 때도 무슨 주제가 마냥 계속 나오는데 듣다 보면 유치해서 닭살이 돋는다.

거기다 이미지와 안 어울리게 히로인과 부득이하게 한 방에서 자니 침대 사이에 천막을 만들어 놓다니. 생긴 건 마초 히어로인데 하는 짓은 하이틴 히어로다.

스토리는 딱 쌍팔년도 B급 액션 영화 수준이다.

정의롭고 싸움 잘하는 주인공이 악당의 간계에 친형제가 반신불수가 되어 복수에 불타올라 결국 싸움 짱 악당과 혈전을 벌이는데 그 와중에 설상가상 히로인은 납치되어 갈등하는 것 등등 존나게 뻔하고 심심한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립(헐크 호건)의 상대역인 제우스는 영화가 개봉한 시기에 실제 WWF 링에 선수로 데뷔하여 헐크 호건과 치열하게 대립했고 당시 호건의 라이벌인 마쵸맨과 악역 태그팀을 짜서 호건과 브루터스 바버 비프 케익의 선역 태그팀을 상대로 영화의 제목을 딴 철장 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우스 역의 톰 리스터는 실제로 전문적은 프로 레슬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영화 배우에 불과했기 때문에. 영화에서 준 강렬한 인상과 덩치로 밀고 나갈 뿐 실제 경기 진행이나 기술은 지루하고 어설퍼서 영화가 쫄딱 망한 뒤론 WWF에 다시 나오지 않았다. 수년 뒤 헐크 호건이 WCW로 이적한 다음에 제트 갱스터란 링네임으로 다시 등장하여 대립각을 세웠지만 그것도 한 때였다. 이벤트성의 단발 출현이고 그보다 본업인 영화판에서 수많은 작품의 조연이나 단역으로 등장해 왕성한 활동을 했다.

제시 벤츄라, 민 진 오클런드, 하워드 핑클 등 WWF 쪽에선 친숙한 얼굴이 나오지만 사실 출연 배우 중에서 실제로 이름 높은 선수는 거의 없다. 주연인 헐크 호건을 제외하면 스턴 한센 정도만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스턴 한센이 맡은 역할이 더럽고 음습한 주점의 술주정뱅이 파이터이기 때문에 안구에 습기가 차올랐다. 스텐 한센의 팬이라면 저주할 작품이 될지도 모를 정도다.

극중 부렐이 립을 잡기 위해 배틀 오브 더 터프가이라는 시합을 개최해서 음지의 난폭한 싸움꾼들이 총 출동한다는 설정이 나오는 것 치고는 유명한 레슬러가 나오지 않으니 싱거운 느낌을 준다.

오직 립과 그의 라이벌인 제우스에만 포커스를 맞춘 느낌이다.

특히 실제 링에선 허접한 기술을 선보인 제우스가 본 작품에서는 명색이 최강의 악당이라 그런지 등장 씬부터 간지폭발이긴 한데 문제는 그게 전부다.

이 작품은 링에서의 힐과 베이비 페이스, 즉 악역 선수와 선역 선수의 대립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 약간의 스토리만 더한 것뿐이라 각 배우들의 연기력을 논할 수 없다.

헐크 호건은 실제 레슬링을 할 때의 마이크윅을 본 작품에서 자주 쓴다. 제우스는 나와서 하는 대사는 거의 없어 눈에 힘주고 우어우어 괴성만 존나 지르다가 사람들 쳐 잡는 일만 한다.

존나 슬픈 건 극중 제우스 대사는 진짜 과장이 아니라 딱 하나라는 거.

부렐: 자네, 이름이 뭔가?
제우스: 제우스.. 제우스..

이게 끝이다. 쓰잘데기 없이 대사만 존내 많은 헐크 호건과 너무나 대비된다.

어차피 액션 영화니 연기력은 넘어 간다 쳐도 뭔가 핀트에 어긋난 게 많이 보인다.

헐크 호건은 유치한 영웅놀이만 해대고 제우스는 골 빈 떡대로 나와 난동을 부리니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세기의 대결이 존나 멋진 건 또 아니다. 애초에 이 작품은 액션의 기본 베이스 프로 레슬링인데 비해 액션 연출 자체의 퀄리티는 지극히 떨어진다.

제우스에게 신나게 터지던 립이 동생, 연인의 응원에 각성하여 헐크 업. 던지기 기술은 기껏해야 바디 슬램 한번 나온 게 전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해머링만 하다가 끝난다. 뭔가 화려하거나 호쾌한 레슬링 기술을 기대한 사람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헐크 호건의 대명사인 빅 풋+레그 드롭의 콤비네이션 따윈 없다. 빅 풋은 오프닝에서 한 번 나온 게 끝. 그리고 극중 립의 피니쉬는 레그 드롭이 아니라 엑스 해머로 양손을 움켜잡고 달려가 상대의 머리를 꽁 때리는 러닝 엑스 핸들이기 때문에 임펙트도 존나게 약하다.

비단 립과 제우스의 시합만 그런 게 아니라 극중에 나오는 모든 시합이 다 그런 식이다. 오로지 펀치, 펀치, 펀치만 날린다.

유일한 볼거리가 있다면 클라이막스의 장외 난투 끝에 제우스가 2층 난간에서 링 중앙에 떨어져 링바닥이 푹 꺼지는 연출 정도다. 어쩌면 이때의 장외 난투가 21세기 프로 레슬링의 장외 난투에 약간의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론은 평작. 80년대 말 절정에 치달았던 헐크 호건의 인기조차 흥행 참패를 막을 수 없었던 졸작이지만, 어떻게 보면 유치한 재미로 볼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헐크 호건의 팬이라면 한번 쯤 볼만할 것이다. 이후 슈바반 코만도나 헐크 호건의 썬더 보트(썬더 파라다이스), 샤도우 워리어 등 헐크 호건 자뻑 영화가 왜 계속 나오게 됐는지 그 이유를 이 작품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본 작의 히로인 사만타 무어 역을 맡은 배우는 조안 새버런스로 가슴미인 베스트 30인 안에 드는 여배우인데 사실 몸매보다는 마론 인형 같은 미모가 더 돋보였다.

덧붙여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초등학생이라 히로인엔 관심이 없었고 단지 헐크 호건이 나오는 레슬링 액션 영화라서 존나 기대하고 봤지만 정작 레슬링 연출 자체가 너무 시시하게 나와서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덧글

  • Soundwave 2009/06/11 12:04 # 답글

    제시 벤츄라도 현역시절에는 상당히 먹어주던 선수였죠. 빌리 그래함과 더불어 헐크 호건 캐릭터에 영향을 주기도 했구요.
  • 이준님 2009/06/11 12:33 # 답글

    1. WWF가 "비디오 출시"에다가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류의 시사고발에도 나올 정도이니 뭐 저 영화도 나름 한국에서는 흥행했고 조선일보 하단 광고도 했습니다.

    2. 죠스 시리즈의 괴악한 후속작(이라고 해봤자. 죠스는 대부분 이전 영화슬쩍)에도 헐크호간이 나와주고. 뭐니 뭐니 해도 KBS에서 방영한 "헐크 호간의 썬더보트"가 진정한 흑역사지요. ㅋㅋㅋ
  • 시몬 2009/06/12 02:39 # 삭제 답글

    젠장, 전설적인 레슬러이자 래리어트어택의 황제 스턴한센에게 저런 추레한 역을 맞기다니...팬인 저로서는 분노가 솟구치는군요.
    아참 죠스시리즈의 헐크출연은 저도 기억납니다. 원제가 크루얼죠스 creul jaws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그게 5번째로 나온 죠스시리즈였죠. 죠스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어디서 많이 본 아저씨가 튀어나오다니 정말 황당했습니다.
  • 잠뿌리 2009/06/12 14:21 # 답글

    Soundwave/ 제시 벤츄라가 항상 목에 차고 다니는 패션을 헐크 호건이 계승하기도 했지요.

    이준님/ 전 헐크 호간의 흑역사는 주연은 슈바반 코만도, 조연은 닌자 키드 3에 나온 메가 드래곤인 것 같습니다.

    시몬/ 이 작품에서는 진짜 스턴 한센이 안습이죠. 완전 술주정뱅이에 더러운 망나니로 나온 것도 모자라 제우스한테 발려서 짓밟히는 걸로 퇴장하거든요.
  • 마이클호건 2009/06/26 17:55 # 삭제 답글

    요즘뉴스에헐크호건대해서많이나오던데요~얼마전에헐크호건이NBA미국농구경기장에와서,열띤응원을했다고합니다~또,그뿐만아니라,그동안많이못본사이에모든뉴스에다나왔어요~ㅋㅋ정말얼굴은2002년~2006년시절까지늙으신얼굴은정말오랜만입니다~(놀리는거절때아님~)어째든제가헐크호건을정말존경합니다~저의우상이기도하는분이기도하죠~하긴에지가존경한다면,저도요~그런데어쩔때보면저하고,에지,호건형님~우리들씩각각다른나라ㅎㅎ쩐다이거
  • 잠뿌리 2009/06/26 18:47 # 답글

    마이클호건/ 이제 헐크 호건도 노장이 다 됐지요.
  • 곧휴잠자리 2015/06/23 14:58 # 답글

    저 제우스가 전문 프로레슬러인줄로 아는 사람도 적지않게 있다는... 마찬가리고 A특공대의 미스터T도 그런 오해를 피하지 못하고 있지만요.
    글구 저 제우스말인데... 얼마전 부동산 사기까다 걸려서 구속됐다는 뉴스 나왔네요.
  • 잠뿌리 2015/06/25 15:37 #

    제우스랑 미스터 T 둘 다 WCW, WWF에 출현해 시합을 벌인 적이 몇번 있긴 하지만 이벤트성에 가까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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