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쳐 (The.Butcher, 2006) 슬래셔 영화




2006년에 에드워드 고르서치 감독이 만든 작품.

베가스로 여행을 가던 젊은 남녀가 지름길로 가려다가 출입 금지 구역에 들어선 뒤 젊은 혈기로 뻘짓을 하다가 일행 중 한 명이 사고사를 당하면서 도움을 청하기 위해 기분 나쁜 농가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여행을 가다가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고립되어 미치광이 살인마의 위협에 시달리는 전형적은 슬래셔 무비다.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와 같은 계열이다. 극중 인물의 대사인 ‘무서운 영화도 못봤어? 나쁜 일은 언제나 소름끼치는 농가에서 생긴다고’ 이 말 그대로의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이 작품의 살인마 프랭클린 메이휴는 기형적으로 일그러진 얼굴에 한쪽 발을 저는 기형적인 모습에 원시적인 트랩 등으로 사람을 해친다. 얼굴이 흉한 거 외에는 너무 수수하게 생겨서 소가죽 가면을 쓰고 전기톱을 휘두르는 레더 페이스처럼 강렬한 설정과 포스는 없다. 혼자 나오는 건 아니고 혀가 뽑혀서 말 못하는 딸과 썩은 이를 가진 마누라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있어서. 텍사스 전기톱 살인 사건의 식인 가족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그 가정의 괴기스러움만 있는 게 아니라 살인과 기형이란 코드를 빼고 가족 자체로 보면 서로를 위하는 멀쩡한 가족적 사고관을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스토리 구성이다.

본래 이런 류의 슬래셔 무비는 주인공을 혼자 남게 하여 살인마의 위협에 시달리고 도망치게 하여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트려 긴장과 재미를 주는 것인데. 이 작품은 그런 부분의 정말 빈약하기 짝이 없어서 굉장히 지루해졌다.

주인공과 함께 두 명의 친구가 비교적 오랫동안 살아남는데 셋이 같이 움직이게 하는데다가, 비명도 잘 안 지르고 다른 친구들의 죽음을 보고도 동요하는 건 한 순간이며 호러 무비의 등장인물치고는 다들 너무 담담하게 행동해서 그런 것이다. 뭔가 반드시 탈출해 살아남아야겠다는 절박함이 배제되어 있다.

저렇게 비명을 지르고 울다가 진짜 미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들린 비명 연기를 해왔던 옛 시대의 호러 퀸들을 떠올리면 요즘 유행어로 ‘냅둬라, 재들이 뭘 알겠니? 소가죽 쓰고 전기톱 든 뚱땡이한테 쫓겨봤겠니, 하키 마스크 쓰고 도끼 휘두르는 지진아한테 시달려봤겠니.’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또 인물 행동 패턴이 너무 작위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행동하는 게 아니라. 다음 장면에서 무슨 행동을 해야할지 딱딱 정해서 거기에 따라 뻘짓을 하기 때문에 존나 답답하다. 이를 테면 지하실에서 열쇠를 발견하고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멋대로 방을 열고 다니다가 봉변을 당하거나, 위험하니 나가지마 라거나 여길 뜨자 라는 말은 죄다 무시하고 지 마음대로 행동했다가 위험에 처하는 것 등등 무개념한 놈들 투성이라 몰입이 안 된다.

거기다 상황적으로 볼 때도 이 작품의 진행 속도는 상당히 더디다. 살인마의 출현 씬은 의의로 적고 또 카메라 시점도 거의 받지 못한다. 본래 이런 방식의 슬래셔 무비라면 고립되어 있는 주인공 일행과 함께 그들을 노리며 서서히 다가가는 살인마의 시점을 통해서 보는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오로지 주인공 일행들의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호러 포인트를 다 놓쳐 버렸다.

결론은 비추천. 무지 잔인한 것도, 스릴 넘치는 것도 아닌. 밋밋하고 지루한 슬래셔 무비다. 만약 이 작품이 한국에서 90년대 비디오 가게 시대에 나왔다면 분명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시리즈라고 오역되서 나왔을 거란 생각이 든다.


덧글

  • 시무언 2009/05/19 00:49 # 삭제 답글

    제이미 리 커티스의 비명 연기는 진짜 장난 아니었죠. 공포영화 주인공도 꽤 힘든듯
  • 시몬 2009/05/19 05:27 # 삭제 답글

    그런데도 이런 3류공포영화가 지속적으로 나오는걸 보면 미국에선 이런 코드가 먹히긴먹히나 보죠? 미국인들은 잔인한것과 무서운것을 구분하지 못한다던데 정말일지도...
  • 잠뿌리 2009/05/22 20:17 # 답글

    시무언/ 제이미 리 커티스는 할로윈 2 때가 진짜 호러 퀸으로서의 연기가 피크였죠. 정말 처절했습니다.

    시몬/ 미국에서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이런 류의 영화가 끊이지 않고 꼭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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