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고기 부페 & 비어헌터 / 피망 송년회 지옥편 2019년 음식


오후 6시. 슬슬 멤버들도 다 모여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일단 고기 부페를 가기로 했는데. 마침 서울대 입구에 고기 부페가 많아서 어디로 갈지 좀 고민했었다. 벼리벼리는 1호점, 2호점이 있었고 도누가도 있지만, 도누가의 경우 엊그제 사전 답사를 다녀 온 결과 몇 가지 소소한 문제와 자리가 비좁다는 결정적인 문제로 인하여 패스하고.. 결국 8번 출구 근처에 있는 새천년 고기 부페로 향했다.

새천년 숯불 갈비 부페. 사실 이곳은 여기가 본점이 아니고 체인점이다. 신스 2000을 보면 알겠지만 새천년 고기 부페는 2000년 때부터 전국 방방곳곳에 생겨났었다. 부천에만 해도 새천년 부페 체인점이 3군데가 넘게 있었고 지금 내가 사는 동네인 역곡에도 있었다. 하지만 수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많던 체인점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일반 고깃집으로 업종을 변경해서 사라져 가고 있는데. 이렇게 8년 전 간판을 그대로 달고 성업 중인 가게는 참 오랜만에 보았다.

가격은 1인당 9000원. 2000년 경 1인당 5000원 하던 시절부터 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배 이상 오른 것 같다.

마늘, 열무 김치, 콘셀로, 감자 샐러드. 상추. 사이드 메뉴 중에 웰빙 먹거리가 많은 건 여전했다. 이것 이외에도 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 파무침을 비롯한 다양한 반찬이 있었다.

야채 이외의 사이드 메뉴는 고구마 맛탕, 만두 튀김, 양념 게장, 귤, 바나나 등의 과일이 있다. 이것 이외에 잡채, 부침개, 국수, 호박죽, 된장국, 밥 등이 있는데 그런 게 역시 다른 고기 부페와의 차이점인 것 같다.

디저트는 아이스 크림! 아이스크림도 당연히 무한 리필이다. 역시 이것도 예전 그대로라서 바닐라, 딸기, 초코. 이렇게 세 가지 맛이 있다. 본래 보통은 콘 위에 올려서 먹게 하고, 밥그릇에 넣어서 먹는 걸 가게 측에서 자제했는데.. 역시 콘의 단가도 무시할 수 없는 건지 반찬 그릇에 담아 먹을 수 있게 해서 이건 약간 편했다.

또 하나의 디저트는 식혜! 수정과도 같이 있지만 식혜가 더 인기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런 고기 부페에서 가장 즐겨 먹는 게 식혜라서 정말 나 혼자 식혜만 다섯 그릇을 마신 것 같다. 식혜는 아무리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웰빙 반찬과 한식 위주의 사이드 메뉴, 디저트 덕분에 이곳은 대가족이나 나이 든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것 같고 오늘 방문했을 때도 정말 전 테이블이 사람이 꽉 차 있어 아주 시끌벅적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 그리 나쁘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고기 부페 같은 곳에 잘 가보지 않은, 이런 곳은 생소한 사람일 거라 생각한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존재하는 법.

그렇다. 이곳에 발을 들여 놓은 순간 이미 헬게이트가 열린 것이다.

생고기. 주요 구성은 삼겹살, 목살, 대패 삽겹살. 그게 끝. 이 구성도 참 옛날 방식 그대로다.

하지만 퀄리티는 낮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고기 질이 낮다. 냉장도 아닌 냉동 고기. 서로 딱딱하게 달라붙어 있어서 그냥 집게로는 안 떼어진다. 불에 굽기 시작해야 뗄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거의 모든 생고기가 살 부위보다 지방이 더 많다. 그래서 구워먹어도 존내 느끼하기만 할 뿐 생고기의 씹히는 맛보다는 비게 맛이 더 많이 느껴진다.

너무 얇아서 종이 같은 비계 삽겹살과 스펀지 같은 목살은 단연 최악. 그런데 눈치 없는 남 모 군이 목살을 잔뜩 가지고 와서 그걸 다 구워먹는 것도 고역이었다.

양념 고기.

솔직히 말하자면 위에서 생고기. 아니 냉동 고기를 존내 까긴 했지만 그래도 이 양념 고기보다는 낫다.

일단 이 구성은 LA 갈비와 소불고기인데.. 진짜 내 인생 28년 동안 먹어 본 양념 고기 중에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최악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보통 양념 고기는 왠만하면 양념 맛이 강해서 그냥 어거지로 먹을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 양념 고기는 좀 달랐다.

LA 갈비는 뼈에 고기가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정확히 비게만 존나 붙어 있어서 씹어 넘기기가 어렵고. 소불고기는 양념에 푹 절여 놓았는데 육즙이 전혀 없어서 불에 구우면 바싹 오그라들어서 고무 타이어 씹는 것처럼 질겨 제대로 씹지도 못했다. 결정적으로 불판에 올려놔 굽고 나니 고기 찌꺼기가 왜 그리 많이 남는 건지 원. 이것 이외에 양념 고기는 돼지 갈비 밖에 없는데 그 돼지 갈비는 앞서 까댄 냉동 목살을 주 재료로 썼기 때문에 앙념에 절인 스펀지 같은 맛이었다.

일전에 까댄 벼리벼리는 그래도 양념 고기 만큼은 맛이 있었는데 여긴 진짜 양념육이 최악 중에 최악이다. 끝까지 씹어넘기기가 이렇게 힘든 양념 고기는 정말 드문 편이다. 사실 이건 새천년 숯불갈비 부페의 고질적인 문제다. 고기 질이 존나게 나쁜 것 말이다. 새천년 숯불 갈비 부페라는 간판만 안 달았지 내부 인테리어와 운영 방식이 똑같은 숯불 갈비 부페도 다 마찬가지다.

고기 부페가 세상 천지에 이런 곳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혹은 8년 전부터 먹어왔으니 계속 찾는 사람들이 오니 손님은 많겠지만 그래서 음식의 질적 향상에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잠시나마 옛 향수를 느끼고, 따스한 방바닥 위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먹자는 생각으로 이곳을 방문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인 것 같다.

내가 진짜 여길 다시 가면 성을 간다. 성을 갈어. 여기 다시 갔다가 피망에서 탄핵(?)당할 뻔 했다고!

어쨌든 여기서 최악의 저녁 식사를 마친 후. 8시 정도 됐을 때 맥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호프집은 딱히 알아본 것이 없어서 어디로 갈지 고민했고, 그러다 전철역에서 가까운 곳인 2번 출구 근처 KFC 건물 위층에 자리잡은 '비어헌터'라는 곳에 방문했다.

비어헌터에서 9명이 테이블 2개를 붙여서 앉고 맥주 피쳐 하나와 마른 안주, 요거트 푸르츠 라는 안주를 주문했다. 그리고 십여분이 지난 뒤 안주가 나왔다.

일단 기본 안주인 팝콘! 팝콘은.. 그냥 팝콘 맛이다.

마른 안주 등장. 가격은 10000원. 구성물은 멸치, 오징어진미채, 땅콩, 김고소아, 깨돌이 강정.

10000원짜리인 것 치고는 조금 실망스러운 구성이라고 할까나? 못 먹는 건 아니지만 호프집 마른 안주로 나오는 멸치는 왠지 싫다.

뭔가 다양한 넛트와 육포! 라는 광고 문구를 본 것 같은데 넛트류는 땅콩이 끝. 육포는 보이지도 않고 오징어진미채 밖에 없었다.

요거트 후루추 등장. 가격은 12000원. 사과, 귤, 키위, 바나나, 방울 토마토 등을 썰어 넣고 요구루트 드레싱을 잔뜩 뿌린 안주.

솔직히 드레싱 범벅이 되어나서 과일의 순수한 맛을 즐길 순 없었고 먹기 부담스러워서 몇 점 집어먹지도 못했다.

이걸 맥주와 함께 먹어야 한다니, 누가 생각한 건지 모르겠지만 최악의 안주 궁합 같다.

저녁 식사도 지뢰를 밟아 열폭. 호프집도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열폭.

이번 송련회의 저녁은 진짜 지옥 그 자체였다. 진짜 다시는 서울대 입구에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한테도 트라우마가 생겼다.

역시 정보화 시대인 21세기에 인터넷 검색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고.. 지금까지 줄곧 싸고 양 많은 걸 고집해 왔으나 아무리 그래도 맛대가리도 없는 걸 많이 먹는 건 전혀 의미가 없으며, 고작 몇 천원 아낄려고 지릐밭으로 가는 건 미련한 짓이란 걸 배웠다.

헬게이트에서 유린 당한 나의 위장은 이 깊은 밤에도 울부짖고 있따.

다음부터는 좀 제대로 된 곳에 가야지 ㅠㅠ



덧글

  • mmst 2008/12/21 04:00 # 답글

    블레임 잠뿌리
  • 시무언 2008/12/21 12:50 # 삭제 답글

    싸고 양이 많아도 그게 맛이 있어야 보람이 있는거죠(...)
  • 잠뿌리 2008/12/25 01:02 # 답글

    mmst/ 새천년 부페 건은 진짜 할말이 없지..

    시무언/ 그렇죠. 무작정 싼 곳만 찾아다니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 opiana 2011/09/22 22:28 # 삭제 답글

    저 부페는 질을 좀 더 신경써야할 것 같군요.
    그 아래의 호프는...
    제가 술자리에는 관심이 없지만 안주가 너무나 최악이네요.돈이 아까워서 눈물이 날 법 합니다.음식의 양과 질 두가지 다 성의없는듯...
  • 잠뿌리 2011/09/28 11:23 # 답글

    opiana/ 이 포스팅이 벌써 2008년의 일이라 3년 후인 지금 저 두 가게가 아직도 남아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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