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에 키타무라 류헤이 감독이 만든 작품. 영국 호러의 거장 클라이브 바커의 원작 단편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내용은 매일 새벽 2시 으슥한 지하철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젊은 사진 작가인 주인공이 사건의 진범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를 추적하며 사진을 찍으면서 무서운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2000년 경에 원작 단편이 국내에 번역된 적도 있고, 당시 VT 시절에 통신에 올라온 걸 한번 구해본 적이 있다.
줄거리와 별개로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수백 년 동안 공권력과 결탁한 비밀 단체에 의해서 새벽 전철에 사람을 죽여 육고기로 가공시켜 기괴한 괴물들의 먹이로 던져주어 괴물을 격리시키는 게 메인 설정이다.
원작에서도 동일한 설정이 나오는데. 영화판의 고유 설정이 있다면 히로인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원작 단편은 그렇게 긴 이야기가 아니라서 내용을 늘리기 위해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일단 영화판에서는 주인공이 마호가니를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살인은 항상 밝은 곳에서 이뤄져서 고어 씬이 여과없이 드러나며, 또 주인공의 시점만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살인마인 마호가니의 시점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종래의 슬래셔 무비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안겨 주던 본작의 포인트는, 존 카펜터의 할로윈처럼 희생자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떠들고 있는데 살인마가 멀리서 뚜벅뚜벅 걸어와 끔살시키는 카메라 시점인 것 같다.
서양 영화에서 일본 스타일의 고어 씬이 들어간 건 나름 신선한 느낌이다. 인간 백정 마호가니의 도살 씬을 나름 쇼킹하게 그리고 있다.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망치로 사람 머리를 퍽퍽 치고, 쳐 날려진 머리가 자기 몸뚱이를 보는 장면을 클로즈업한다던가 도살한 인간을 손질하여 육가공시키는 장면도 보여주는 등등 고어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원작과는 또 다르게 묘사된 영화판의 클라이막스 전투 씬은, 일반 관객들에게 무섭기보단 코믹하게 보여질 수도 있는데. 육가공된 시체들이 거꾸로 매달린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사투에 시체 조각이 여기저기서 변수로 작용했으니 무리도 아니다(진지하게 찍은 데드 얼라이브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건 사실 클라이브 바커의 스타일과 다른 거고, 오히려 감독인 기타무라 류헤이의 색체가 강하게 물든 것 같다. 그 감독이 만든 영화들이 '버수스' '소녀 검객 아즈미 대혈전'라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영화로는 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의 원작은 국내에 2000년도에 소개됐지만 원서가 집필된 시기는 클라이브 바커가 20대 때. 즉 1980년 경으로 지금으로부터 근 30년 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 옛날 공포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고 해도 차세대 주제가 될 순 없는 것 같다. 또한 클라이브 바커가 인터뷰에서 밝혔던 차세대 호러 아이콘이 될거라는 인간 백정 마호가니도, 가만히 보면 20세기를 주도한 호러 영화의 아이콘들과 다를 건 하나도 없다.
(제이슨, 프레디, 처키, 캔디맨 등등)
그렇다고 정통 공포물의 부활이라고 하기도 좀 무리가 따른다. 너무 재해석에 급급한 나머지 원작 단편이 갖고 있던 미덕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나온 괴물들은 본래 원작에서는 태고부터 지하에 살던 미지의 존재로 도시의 아버지로 불리며 심연의 공포를 선사했다. 그런데 영화판에선 생긴 것도 그렇고 하는 짓도 지성이 없고 식욕만 남은 괴물로 묘사되고 있으니 영화 자체가 싸구려 티가 나는 것이다.
결론은 미묘. 클라이브 바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크게 실망하겠지만,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은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가 될 것 같다.
여담으로 극중 중간에 나와서 끔살 당하는 단역으로 출현한 게 UFC의 강자 퀸튼 잭슨이란 게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덧글
뭐랄까 후반부의 갑작스런 괴물들의 등장은 너무 쌩뚱맞았던 것 같습니다...;
시무언/ 헉, 마스크가 그런 설정의 만화였군요.
무군/ 원작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이 충분히 되어 있지만 영화에선 설명이 부족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