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워드 덕 (Howard The Duck, 1986) DC/마블 초인물




1986년에 월러드 휴익 감독이 만들고 죠지 루카스가 기획한 SF 영화. 마블사에서 나온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내용은 오리 인간들만 사는 행성에서 TV를 보던 외계 오리 인간 하워드가 갑자기 지구로 뚝 떨어지셔 비버리란 여자를 구해준 뒤 그녀와 동거하면서 일을 해 돈을 벌다가 고향 별로 돌아가려는 중지구를 침략한 외계 괴물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혹자는 조지 루카스의 양대 실패작으로 윌로우와 하워드 덕을 꼽지만 실제로 윌로우는 직접 보면 상당한 명작에 속하고 팬들에 의해 꾸준히 속편 제작 희망이 들어왔으며 21세기 이후에 나온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 하워드 덕은 정말 두말할 여지가 없는 조지 루카스의 실패작이다. 제 7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의 최악의 특수효과상, 최악의 신인상, 최악의 각본상, 최악의 작품상 등 무려 4개 부분을 석권한 괴작인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걸 넣은 건지 모르겠지만 최악의 신인상을 수여한 영광의 주인공은 하워드 덕이 아니라 거의 엑스트라로 나온 벌거벗은 오리 남녀들이다. 오리 인형탈을 쓴 오리 인간이 알몸으로 유두 노출을 하는 장면은 진짜 지금 다시 봐도 역겹다.

이 작품은 만약 타겟 연령층을 조금 낮게 잡았다면 어린 관객들한테 재미있게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영화 내부에 깔린 코드가 약간 성인틱하기 때문에 사실 전 연령가로 온 가족이 모여서 보기는 좀 껄끄러운 감이 있다.

오리 인간이 지구로 뚝 떨어져 세계를 구하기 위해 외계인과 싸운다는 내용의 영화가 어째서 18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는지 보면 안다.

아이들은 볼 수 없고 어른이 보기엔 유치하고 정말 애매한 작품이다.

히로인인 록그룹의 리드 싱어 비버리와 하워드 덕의 인간과 오리 인간이라는 종족을 초월한 로맨스를 보고 있으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오리 인형탈 쓴 주인공을 촉촉한 눈망울로 보며 사랑을 속삭이며 종극에 이르러 실루엣으로 키스하는 장면을 보면 정말 죠지 루카스가 정신줄 놓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오리와 인간의 키스라니 대단하다)

특수 효과 역시 기존의 죠지 루카스 답지 않게 유치한 편이다. 괴물에게 빙의 당한 월터 박사가 전신에 전류를 머금고 라이트닝 볼트를 연발하며 주방 식칼을 염력으로 움직여 부메랑처럼 날리는 것 등을 보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

결정적으로 이 작품에서 특수 효과의 가장 커다란 구멍은 사실 그런 것들보다는 난쟁이 배우에게 인형 탈을 씌운 하워드 덕 그 자체지만 말이다.

인형탈을 뒤집어 쓴 오리 인간의 모습으론 로맨스도 액션도, 무엇을 봐도 몰입할 수 없다. 실사와 인형 탈의 갭은 엄청난 것이다. 이 작품이 만약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면 또 몰라도 실사로 나왔기 때문에 정말 괴작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유일하게 건질만한 장면은 극 후반부에 나오는 행글라이더 추격 씬 정도. 오리 인간을 떠나서 그것만큼은 모험물다워서 좋았다.

결론은 미묘. 영화의 퀄리티나 재미적인 측면에서 보면 비추천할 영화지만 그 유명한 죠지 루카스도 이런 실패를 하는구나 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꽤나 흥미로운 영화다. 스타워즈만 보면 죠지 루카스가 본좌로 여겨지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괴작도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흥미를 돋구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인 조지 루카스 말고도 다른 몇몇 배우들에게 있어서도 흑역사로 남았다.

특히 본래 위치가 남자 주인공이 되었어야 했지만 오리 인간 따위에게 비벌리를 뺏기는 걸 방치하고 헤헤거리는 좀 모자란 청년 필 블룸벗 역을 맡은 배우는 훗날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 역을 맡고 후에 미스틱 러버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은 팀 로빈스다.

히로인 비벌리 역의 백 투더 퓨처에서 마티의 엄마로 등장해 일약 성공을 거둔 리 톰슨이 맡았고, 월터 박사 역은 다양한 영화에서 조연으로 나와서 은근히 낯익은 배우 제프리 존스가 맡았다.


덧글

  • 이준님 2008/11/02 03:26 # 답글

    1. 이 작품 자체도 원작이 있습니다. 무려 "헐크"나 "아이언 맨"을 탄생시킨 마블에서 나온 연속 시리즈이지요. 도널드를 연상시키는 캐릭터 때문에 (원래가 개그+풍자 캐릭터입니다, 우리 식으로 하면 "고바우"쯤 되지요) 디즈니에게 소송이 걸렸고 그래서 "바지"를 입고 나온다는 점이나 성인 코드가 가미되었습니다.

    2. 사실 이 작품 자체는 CG가 없던 시절에 무리하게 원작과 감독의 아이디어를 구현시키려고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유치하게 흘렀다고 보면되지요. 80년대 "아이언맨"이 나왔다면 우리가 아는 작품이 아닌 깡통 버젼으로 나왔을수도 있겠지요

    3. 하워드 덕 캐릭터 자체는 마블애서 꽤 인기가 있기 때문에 근미래를 배경으로 미국정부의 음모와 법령으로 인해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대립하고 그 가운데 슈퍼 영웅들이 혈투를 벌이는 대하만화 "시빌 워"에서도 당당히 수퍼 히어로의 일원으로 참가합니다. -_-;;;
  • 시무언 2008/11/02 09:04 # 삭제 답글

    마블 좀비즈에서도 나오는 하워드 덕이군요-_-
  • 잠본이 2008/11/02 09:48 # 답글

    그 실루엣 키스신(무려 침대위에서 반쯤 헐벗고 하는)은 개그로 보면 꽤 유쾌하게 웃을 수 있지만...
    후반부의 괴물등장은 또 제대로 호러틱해서 참 장르가 애매해지죠;;;
    근데 왜 나는 박사역이 팀 로빈스라고 잘못 기억하고 있었는지 OTL
  • 행인1 2008/11/02 12:09 # 답글

    시빌워에서는 초강력 캐릭터였는데 -_-;;
  • 잠뿌리 2008/11/04 00:19 # 답글

    이준님/ 마블 원작에선 보기와 다르게 무지 잘나갔다는 캐릭터였지요.

    시무언/ 오리 따위한테 먹힌 애쉬가 그저 안습이었습니다.

    잠본이/ 장르가 정말 모호했지요.

    행인1/ 영화에선 정말 처절하게 약하지요.
  • 헬몬트 2008/11/22 20:46 # 답글

    그래도 어릴적..지금은 문닫은 부천 중앙극장에서 재미있게 보던 영화인데 제작사 말아먹을 정도로 엄청 망했다는 후일담을 2년쯤 지나서 지금은 사라진 잡지 로드쇼에서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 잠뿌리 2008/11/23 13:18 # 답글

    헬몬트/ 조지 루카스의 흑역사입니다.
  • 도영민 2009/06/01 10:30 # 삭제 답글

    하워드덕,이너스페이스는 우리 영문과(강남대학교 영어영문과) 선배님꺼 같은 영화다
  • 뷰너맨 2009/11/06 14:58 # 답글

    ....기억속의 추엌이 무너졌군요.(....체르노브가 재밌고 즐거웠었건만, 현실은 괴작 전문회사 데이타 이스트의 맛이 듬뿍 첨가된 게임이라는걸 알았을 때와 같은 수준입니다..;)

    어린시절엔 재밌게만 봤었는데... oTL.....아...진실은 역시 잔흑합니다.♡
  • 잠뿌리 2009/11/11 00:09 # 답글

    뷰너맨/ 진실은 참혹하죠.
  • opiana 2010/04/30 18:44 # 삭제 답글

    아,이건 nostalgia critic이라는 사람의 리뷰를 보고 알았습니다.저도 그 오리ㅈ에서 충격을 많이 먹은...
    (하지만 그보다 더 역겨운 것을 봐서 이건 그나마 웃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혹시 쓰레기통 아이들이라는 영화를 아시나요?물론,알지 않는 편이 속이 더 편합니다.거기에 대량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만 봐도 처키가 바비인형만큼 사랑스럽다고 느끼게 되는......)
  • 잠뿌리 2010/05/03 12:50 # 답글

    opiana/ 그 영화는 처음 들어보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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