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차돌 쌀국수 - 호아빈 2020년 음식



지난 주에 홍대에서 모일 때 처음 가본 베트남 쌀국수 집. 본래는 다락투가서 닭곰탕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문이 닫는 바람에 가게 선정 권한을 빼앗겨 동행 2명의 반란에 의해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간 것이다. 모임에 가장 늦게 나온 모 작가가 지각에 대한 벌로 울며겨자먹기로 쏘기로 했기 때문에 간 거지만, 다른 세 사람과 달리 난 베트남 쌀국수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거라 약간 염려스러웠다.

종류는 다양하게 있지만 만만한 건 역시 쌀국수. 매운 맛, 안 매운 맛이 있고 고기도 안심, 양지, 닭고기 등이 있는데.. 가장 가격이 싼 양지차돌 쌀국수로 주문했다. 다들 L 사이즈로 주문하기에 덩달아 같이 주문했는데.. 이 가장 싼 쌀국수 L 사이즈 가격이 무려 8500원이나 되서 좀 식겁했다.

기본 식기 셋팅 및 자스민 차. 내가 코가 안 좋아서 향은 잘 못 느꼈고 맛을 놓고 보자면 그냥 뜨거운 차 맛이다.

기본 반찬 셋팅. 고추, 양념장(?), 단무지, 양파로 구성되어 있다. 단무지를 제외한 나머지 반찬은 전부 취향에 따라 국수에 넣어먹는다고 하는데 이게 약간 생소했다. 양파를 국물에 따로 넣어 먹는 면 요리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생소한 건 생 콩나물이랄까. 동행인 조 모군의 말에 의하면 이 콩나물은 무한 리필해서 먹는다고 하던데 그럼 과연 쌀국수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메인 음식 등장! 이게 바로 베트남 쌀국수다. 안에 들어간 건 국물+양지 차돌박이 고기+양파+파+고추 정도인 것 같다. 레몬을 한 조각씩 줘서 국물에 짜거나 담굴 수도 있다.

L 사이즈가 빈 말은 아닌 듯 상당한 크기를 자랑했다. 거의 세숫대야에 버금갔다.

본격적인 시식 돌입!

면발이 한국이나 일본식 라면과 다르게 좀 꼬들꼬들한 식감을 전해줘서 색다른 맛이었다. 국물은 예상보다 훨씬 진하고 짭짤했다. 하카타야에서 먹은 일본 라멘의 국물이 감자탕이나 설렁탕 같은 느낌이 든다면, 이 쌀국수의 국물 맛은 간장으로 간을 한 소고기 무국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칠리 소스와 간장 소스 같은 게 따로 준비되어 있어서, 이 간장종지에 원하는 소스를 뿌려서 면을 찍어먹을 수도 있었다. 면을 따로 건져서 소스에 찍어먹는 게 냉모밀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았다.

맛있는 건 아껴뒀다가 가장 나중에 먹는 스타일이라.. 진작 면발을 다 먹어치우고 양파를 가득 부어 양지 차돌박이와 한꺼번에 집어서 와구와구 먹었다.

이건 문제의 고수풀. J 모 군이 고수풀을 따로 주문한 건데.. 동행한 다른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이건 보통 말 안 하면 안 가져다주는, 소수의 매니아만 찾는 숨겨진 맛이라고 한다. 시험 삼아 한 번 먹어봤는데 뭔가 대략 우주적인 맛이 났다. 맨 처음 삭힌 홍어를 먹었을 때의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쌀국수를 쏘게 된 모 작가의 왈로는, '겨털 암내맛'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 듯 했다. 중국에서 많이 쓰는 식재료라고도 하고 혈압에 좋아서 약초로도 쓴다고 J 모군이 역설했지만.. 역시나 먹어 본 소감으론 중국인의 미각 센스는 무조건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그래, '악취미'적인 맛이다.

겨털 암내맛 고수풀에 중독되서 쌀국수를 먹을 때 그게 없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 J 모군. 생각도 사차원인데 미각도 사차원인 모양이다. 이 녀석이 쌀국수에 소스 두 종을 뿌려 먹는 거 보고 싱거워서 그런가?하고 무심코 따라했는데.. 국물 맛이 너무 진해져서 결국 국물을 끝까지 다 마시지 못했다.

어쨌든 결론은 첫 베트남 쌀국수 시식치고는 무난했다. 하지만 역시 가격의 압박이 커서 내 취향에선 좀 거리가 먼 면요리로 기억될 것 같다.


덧글

  • 하수인 2008/10/15 21:54 # 삭제 답글

    뉴질랜드에 있었을때 자주 먹었었는데 글로벌한 음식이죠. 꽤 비쌌던거 보네요. 겨털 암내맛은 인도 음식에서도 자주 느끼는 풍미인데 좋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서; 한국인 입맛엔 상극인 음식인 모양. 개인적으로도 정말 질색
  • 박스쵸알 2008/10/15 23:42 # 삭제 답글

    저 콩나물 비슷한건 '숙주' 입니다(아시면서!). 저걸 면이 나오자마자 국물 속 면 밑으로 집어넣으면 조금 후에 데쳐집니다.
    그게 다 데쳐지면 고기에 면과 숙주를 조금 싸서 드시는게 맛있습니다.
    같이 나오는 소스는 향만 진하게 할 뿐 그리 추천할만한 게 못됩니다.
    그리고 '고수'라는 풀은 반드시 넣어드셔야됩니다. ^^;
    처음엔 '이게뭐야..ㅡㅡ;' 하는 맛인데 쌀국수의 맛은 정말 중독성이 엄청나서
    저는 거의 일주일에 한두번씩 먹습니다..
    그리고 양지차돌은 좀 뻣뻣한 맛이라 '안심차돌'을 추천드리고,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는 세븐스타 카지노 건너편에
    '포 사이공'을 추천해 드립니다. ^^)/
    죄송합니다만, 호아빈은 제가 먹어본 수많은 쌀국수집 중에서
    제일 맛이 없어요..ㅡㅡ;
  • 시무언 2008/10/16 07:00 # 삭제 답글

    전 캐나다에 온 뒤로 월남 국수 없이 한달 이상을 버틸수가 없었습니다-_-

    언제는 하루 세끼를 국수로 때운적도 있었고, 일주일 내내 국수 먹은 적도 있었죠-_-
  • 잠뿌리 2008/10/17 15:45 # 답글

    하수인/ 인도도 중국 못지 않은 미각 센스를 자랑하나보군요.

    박스쵸알/ 전 처음 먹어본 쌀국수가 호아빈이라 다른 곳은 잘 모르겠습니다. 고수풀은 너무 고역이었고요 ㅎㅎ

    시무언/ 일주일 내내 국수라니 강행군이군요; 저로선 상상도 못하는 식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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