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환생 (魔界轉生, 2003) 판타지 영화




'학교 괴담 시리즈' '사랑을 구걸하는 사람' '웃는 개구리' '아웃' 등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한 '히라야마 히데유키'감독이 만든 2003년 최신작. 굳이 장르를 정하자면 판타지 무협물이 아닐까 싶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시마바라의 난 때 도쿠가와 막부에 의해 수만 명이 넘는 신도들과 함께 죽어 버린 '아마쿠사 시로'가 10년 후 악마로 부활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본래 1981년에 '야마다 후타로'가 발표한 동명의 무협 소설을 거쳐 '이시가와 켄'의 만화에서 후에 '마계 전생 지옥편'으로 애니화 된 작품을 원작으로 삼아 만든 건데, 영화라서 그런지 만화와 애니와는 상당히 다르다. 먼저 애니에서 나온 시마바라의 난에서의 대혈투가 제대로 표현되어 있지 않았으며, 아마쿠사 시로가 마계 전생 비술로 부활 과정도 생략됐다. 또 여기서 아마쿠사 시로가 결정적으로 세상을 증오하게 된 배경이 아예 잘려 나가서 비장미가 없다. 애니에선 자신을 암살하러 온 쥬베이와 대면했을 때 부디 희생은 자기 하나로 끝내주시오 라고 하지만, 충복으로 알았던 '모리'의 계략으로 인해 신도 중에 어린 아이의 잘려진 목을 보고 폭주하게 되는 장면을 예로 들수 있다.

그리고 영화 상에서 아마쿠사의 부하가 되는 3대 영웅 중 야규류 호걸로 나오난 '아라키 마타에몬'의 경우. 애니를 안 보고 영화를 먼저 보면 제법 뽀대 난 것 같지만.. 아쉽게도 애니와 비교를 해보면 영화 상의 인물이 불쌍할 정도다.

애니에서 반 좀비로 부활한 그는 복면을 하고 다니는데, 복면을 벗으면 인중을 포함한 입가에 아직 살이 돋지 않은 해골 모습 그대로 나오며 11명의 닌자들에게 사시미 세례를 받지만 창자가 촉수처럼 움직이며 단 13초 만에 그들을 아작내버린다. 그런데 영화 상에서는 그냥 후까시 좀 잡고 나와서 싸우다 팔 잘리고 돌아가서는 '내 팔 좀 붙여주게' 한마디 했다가 아마쿠사한테 미움 받고는 바로 한줌 재로 산화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베가본드'에 나오는 인물로도 잘 알려진 신창 '호조인 인슌'은 이웃집 털보 아저씨처럼 나온다. 애니에서는 완전 파계승에 거한으로 나와 쌍창을 붕붕 던져서 산 사람을 도살하는 악당이었으나 영화에서는 창과 무사로서의 명예에 목숨을 건 무승이다. 정말 왜 나왔는지 알 수가 없는 영화 상의 마타에몬 보다는 그래도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

애니에서 나오는 아마쿠사 휘하의 3대 검객 중 한 명인 '타미야 보타루'는 영화 상에서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그나마 나은 케이스로 애니 보다 비중이 커져서, 갈대 나무 숲에서 멋드러지게 등장하는데 하얀 옷을 입고 쌍검을 사용하는 백발 노인의 모습이라.. 왠지 갑자기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백색의 겐달프'가 생각났다.

주인공 '야규 쥬베이'는 만화와 애니에서는 닌자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사무라이로 나온다. 원작에서는 아버지인 '타지마'와의 대결을 하다가 왼쪽 눈에 요기가 있다는 이유로 칼에 찔려 버리고 애꾸가 된 후 세상을 떠돌아 다니며 용병으로 무사 수행을 하다가 자리를 잡고 은거를 했다.

영화의 주체는 아마쿠사와 쥬베이다. 마타에몬, 인슌, 무사시, 심지어는 타지마까지 쥬베이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그들이 싸우는 이유는 무사로서의 명예와 혈기 때문인지라 나로선 영화의 기치로 내세운 '자유의 갈망'이란 건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극중 아마쿠사의 최종 목표는 세계의 지배가 아니라 세계의 멸망. 정확히는 자신을 파멸로 이끈 도쿠가와 막부의 끝이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원작을 떠나서 영화 자체, 그리고 소재를 놓고 보면 상당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죽은 전설의 검호들을 동시대에 부활시켜 서로 싸운다는 것 자체가 멋지지 않은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판타지 시대극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갈등 구조 하나 만큼은 멋졌다. 일본 영화 치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그런데로 괜찮은 편으로 특별히 오바 연기를 한 인물이 전혀 없어서 진지함을 끝까지 유지했다. 그리고 설정상 현실성을 거의 배제한 마당에, 주인공 쥬베이가 초사이어인처럼 된다던지 어검술이나 검기를 날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마쿠사 시로나 야규 쥬베이 보다는.. 아마쿠사를 따르는 '클라라 오시나'가 더 카리스마 있고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원작의 재현을 떠나서 한번 쯤은 볼만한 영화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검도 유단자, 혹은 검술에 조예가 깊거나 흥미가 많은 사람에게는 원작보다 이 영화판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덧글

  • 시무언 2008/09/16 14:37 # 삭제 답글

    사무라이 스피릿츠도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 잠본이 2008/09/16 21:09 # 답글

    http://ja.wikipedia.org/wiki/%E9%AD%94%E7%95%8C%E8%BB%A2%E7%94%9F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이미 81년과 96년에 영화화된 적이 있으니, 사무라이 스피리츠 쪽에 영향을 준 건 81년판 쪽이겠죠.
    만화나 애니는 독자적인 각색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 편이기 때문에 원작이나 가장 유명한 81년판을 보지 않으면 객관적인 비교는 힘들 듯.
    (...합니다만 저도 아직 기회가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군요)
    03년판은 작품 자체보다는 아마쿠사 역을 맡은 당대의 꽃미남배우 쿠보즈카 요스케 때문에 더 난리들이었던 기억이;;;
  • 잠뿌리 2008/09/17 11:48 # 답글

    시무언/ 그렇군요. 하긴 다른 시대의 유명 검객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니까요.

    잠본이/ 예전에 나온 영화들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참 궁금하네요.
  • 메리오트 2008/09/17 18:24 # 답글

    이런 소재를 상당히 좋아하는편이라.. 나중에 한번쯤 봐야겠군요.
  • 幻夢夜 2008/09/17 20:18 # 답글

    어.....? 마계전생으로 알고 있는데.. 한번 조사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 잠뿌리 2008/09/18 18:50 # 답글

    메리오트/ 애니도 한번 나중에 기회가 되시면 보세요.

    幻夢夜/ 마계환생 맞습니다. 국내에선 음양사3:마계환생이라고 표기되고, 마계전생이라고도 부르더군요. 즉 둘 다 검색하면 두 개 다 뜨는 이중 표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JOSH 2008/09/25 20:39 # 답글

    원어 대로 하면 전생이 맞고,
    환생은 한국에 소개되면서 오역 또는 의역된 듯 합니다.
  • JOSH 2008/09/25 20:41 # 답글

    중학생 때 이시카와켄 씨의 만화를 번역한 해적판으로 보았는데 정말 충격이었지요.
    그때까지는 이렇게 과격한 작품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먼산..)

    매드블루34 랑 마계전생이 절 이렇게 만들었어요....
  • 잠뿌리 2008/09/26 18:32 # 답글

    JOSH/ 한국에서 의역된 거겠군요. 이시카와켄 씨 만화는 참 과격하죠. 겟타 코믹스판만 해도 완전 호러물이 따로 없으니까요 ㅎㅎ
  • 지나가다 2011/06/17 11:14 # 삭제 답글

    여담이지만 검도 유단자, 혹은 검술에 조예가 깊거나 흥미가 많은 사람에게는 원작보다 이 영화판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위 얘기에 해당하는 영화는 2003년작이 아니라 81년작 마계전생( 후카사쿠 킨지 감독)을 두고 하는 얘기일껍니다.

    81년작 출연배우중(주,조연)절반이 이상이 유단자 거든요 ^^
  • 잠뿌리 2011/06/21 12:48 # 답글

    지나가다/ 81년작은 아직 못했는데 이 작품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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