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들의 새벽 리메이크 (2004) 좀비 영화




좀비 호러의 지존 '조지 로메로'감독의 그 유명한 시체 3부작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두번째 작품으로, 1978년에 개봉한 '시체들의 새벽'을 2004년도에 신예 '잭 스나이더'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

내용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갑작스럽게 퍼져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 미국 전체가 생지옥으로 변하는데 그 와중에 가까스러 살아남은 주인공 일행이 백화점에 우르르 모여서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탈출을 시도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다 보고 느낀 건 세 가지다. 첫째, 원작보다 높은 평가를 내렸다는 미 평론가들은 눈깔에 뭐가 씌었거나 아니면 제작사로부터 돈을 졸라 처받아서 찌라시 기사를 좀 써준 것이다. 둘째, 로메로 팬들에게 있어선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졸작이다. 셋째, 차라리 리메이크판이 아니라 시체 3부작과 별개의 좀비물로 나왔으면 평범한 호러 액션물로 봐줄 수 있다 라는 것이다.

전작으로 부터 무려 26년 만에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보니 특수효과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한층 더 그럴 듯하고 폭발 씬에도 CG를 적절하게 섞어 많은 볼거리를 주지만 보고 남는 건 그런 것 뿐이다.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이 초 구리다. 이런 엿 같은 스토리가 어딜 봐서 원작 보다 낫다 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연출이 세련되고 자시고를 떠나서 구성이 이렇게 뜬금 없고 감정 이입이 안 되는 허무한 구성은 또 처음 본다. 감독이 신예라서 그런 것 같은데 원작과 비교하면 진짜 욕 밖에 안 나온다.

우선 영화 포스터에 독사진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랑 1분 가량 나오고 퇴장한 꼬마 소녀 좀비. 포스터에서 취한 얼굴 포즈나 하는 짓을 보면, 사실 시체들의 새벽이 아니라 그 전작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오마쥬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백화점에 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씬도 너무 쉽고 단순하다.

원작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리메이크한 게 아니다. 요즘 관객의 구미에 맞춰 자기 멋대로 바꾼 것 뿐. 그러니 원작이 가진 다양한 상징성과 위트, 블랙 코미디, 스마트함과 감동 같은 게 전혀 없는 것이다.

로메로의 좀비와는 다르게, 좀비가 졸리 뛰어 다니며 머리도 제법 잘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문제는 그건 별로 참신한 게 아니란 거다. 1985년에 댄 오배논 감독의 오마쥬 리턴 오브 더 리빙 데드에서 그 개념을 다 확립한 것이다.

참신하지는 않지만 요즘 관객의 구미에 맞는다 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원작의 팬에게 있어서는, 그게 오히려 품격을 떨어뜨리고 단순한 B급 공포 액션물로 전락시킨 원인을 제공한다.

이 작품은 좀비를 통해 당 사회를 풍자한 게 아니라, 단지 인간을 잡아 먹는 악한 존재로 보이는 즉시 족족 쏴 죽여야 할 그런 썩은 고깃덩이. 쉽게 표현을 하자면 좀비 척살 슈팅 혹은 액션 게임의 설정을 답습한 것이다.

백화점 씬도 원작 보다 그 깊이가 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는데, 원작 보다 더 나은 점이 있다면 최후의 여과시간에 명랑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녀석이 생겼다는 것 밖에 없다.

주인공 파티 구성을 살펴 보면, 상당한 대인 파티라고 할 수 있는데.. 솔직히 이 인간 관계도 원작과 비교하면 굉장히 어설프게 다가온다. 얼굴 몇 번 마주치고 같이 지낸 것만으로 뜬금 없이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어줍잖은 박애주의 덕에 사지로 몸을 던지는 것 등이 개인적으로 졸라게 짜증나고 납득도 되지 않았다.

초중반 1시간 가량은 졸리 쓰잘데기 없이 백화점 안에서 주인공이 만담이나 까면서 노는 게 나오고 막판 30분 가량에서 갑자기 스퍼트를 높여서 레지던트 이블 극장판 같은 좀비 액션 물로 탈바꿈하는데.. 그 부분이 액션 물로선 그럭저럭 볼만한 편이지만 역시나 원작과 비교를 하면 너무나 격이 떨어진다.

부분적으로 원작 뿐만이 아니라 다른 좀비 작품에 나오는 장면을 오마쥬하거나 패러디한 게 군데군데 눈에 띄는데 몇 가지를 꼽자면, 우선 첫째가 가장 먼저 언급했던 로리타 소녀 좀비. 둘째는 대머리 좀비가 사람 뜯어먹다가 고개를 슥 돌아본 뒤 덤벼드는 장면인데 이건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 1에 나오는 좀비의 최초 등장 씬, 셋째는 주인공 안나가 불쏘시개로 덩치 큰 좀비의 눈텡이를 꿰뚫어 버리는 것으로 톰 사비니판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차용했으며, 넷째 임산부가 좀비가 되어 태어나는 아기도 좀비가 된 설정은 루치오 풀치 감독의 좀비 3에서 한번 나온 적이 있다. 중간에 뚱뚱한 여자가 좀비화 되는 연출에서, 시체의 얼굴에 수건을 덮어 주었는데 그게 서서히 일어선 다음, 수건이 떨어지면서 좀비화 된 게 드러나는 건 원작에서 가장 슬픈 장면을 별 대수롭지 않은 장면으로 바꾼 것 같다.

뭐 사실 이런 패러디나 오마쥬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 대충 넘어갈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원작에 비해 너무 가볍고 단순화되어서, 차라리 별개의 작품으로 나왔어야 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페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누른 화제작? 만약 그게 페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수 주가 넘게 박스 오피스 1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으면, 원작을 능가하는 리메이크 작이라고 말해 줄 수 있다.

아무튼 결론을 내리자면 로메로 팬에게 있어선 초절 졸작. 로메로 팬이 아니거나 혹은 일반 관객에게 있어서는 그럭저럭 볼만한 작품으로, 여주인공이 약 쳐드시고 좀비 견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리는 레지던트 이블 보다는 그래도 더 정통 좀비물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로메로의 팬 여부를 떠나서 볼 때, 2000년 이후에 나온 좀비물 중에서는 이 작품 보다 차라리 '디 언데드'쪽을 더 추천하고 싶다. 덧붙여 원작의 전편이라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1993년 경에 시체 시리즈의 특수 효과를 담당한 톰 사비니가 메가폰을 잡고 총 천연색으로 리메이크했다.


덧글

  • 다스베이더 2008/09/11 21:36 # 답글

    사우스파크 시즌11에서 제대로 패러디를 했더군요.
  • 시무언 2008/09/11 23:22 # 삭제 답글

    차라리 데드 라이징의 원판이라고 하는게-_-
  • 메리오트 2008/09/12 20:23 # 답글

    얘기만 들어보면 차라리 데드 라이징에 가깝군요(...)
  • 잠뿌리 2008/09/13 20:57 # 답글

    다스베이더/ 사우스파크에 나오는 패러디들은 참 좋죠.

    시무언/ 나온 년도가 한참 차이가 나서 레지던트 이블 영화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메리오트/ 데드 라이징이 한참 나중에 나온 게임이지요.
  • kane 2008/09/13 21:07 # 답글

    이 영화도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난 뒤 잠깐 나오는 장면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 잠뿌리 2008/09/13 21:35 # 답글

    kane/ 네. 그 장면이 바로 반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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