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사람들 (Les Revenants, They Came Back, 2004) 좀비 영화




2004년에 로빈 킹필로 감독이 만든 프랑스산 좀비(?) 영화.

내용은 프랑스의 작은 도시에서 어느날 갑자기 죽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나고 그 현상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 그 마을에서만 만명이 넘고 세계적으로 수천만이 이르는 기현상이 발생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좀비물이면서도 좀비물이 아닌 독특한 영화다. 보통 영화 속 좀비하면 조지 로메로 감독에 의해 수면 위로 부상한 시체 시리즈를 연상할 수 있고 공통적으로 다 썩어빠진 시체가 살아 움직이며 기브 미 더 브레인! 이라 외치며 살아있는 인간의 뇌를 뜯어먹으려고 우어어 다가오는 이런 게 기본이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전혀 다르다.

이 작품의 좀비는 썩지도 인육과 피를 탐하지 않은, 인간 그대로의 모습에 어디하나 상한 곳이 없고 단지 저체온증에 생전과 현재의 기억이 가물가물한, 마치 좀비의 기원인 부두교의 오리지날 좀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산 백치라고 할 수 있다.

애인과 아내, 아들 등이 되살아나 겉으로는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무표정하고 저체온증에 감정이 결여되어 있으며 밤만 되면 자기들끼리 모여 회의를 하고는 어딘가로 떠나려는 모습을 보여 살아있는 가족들이 불안해하고 슬퍼하는 것을 공포 포인트로 잡고 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죽은 아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 돌아왔는데 아버지가 전처럼 아이와 놀아주려 했지만, 아이는 별 반응도 없고 마치 다른 사람처럼 대하며 잠시 한눈 팔 때마다 어딘 가로 막 떠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허물어트린 뒤 거기서 현실적으로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정서적인 공포를 이끌어내는 설정이다. 다양한 연령층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젊은 연인, 늙은 부부, 어린 자식을 둔 부부 등 크게 세 그룹의 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순히 화면상에 연출되는 유혈난자의 스플래터 씬이 아닌 정신적인 공포를 추구한 것으로 그만큼 진행이 겁나게 느리고 미칠 듯이 지루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산 자와 죽은 자의 구별, 죽었다 되살아난 자들에 대한 감시와 일자리 창출 등등 쓸데없이 디테일하다. 코미디가 아닌 프랑스 영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고 할까나?

보통 한번 개봉하기만 하면 보디 카운터. 즉 희생자의 숫자 하나만 따져봐도 매번 기록이 새로 갱신될 만한 좀비물로선 그 반대의 랭킹. 희생자가 없는 쪽으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만한 영화다. 좀비에게 직접적으로 당한 것도 아니고 어떤 사건(?)으로 인해 골로 가버린 한 명을 제외하면 인간은 물론이고 좀비까지 퇴장당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인간이 좀비들의 집단 움직임에 대한 불안과 초조로 대응책을 만들고 클라이막스 때는 본격적으로 그 작전을 수행하는 것까지 나오지만 그냥 화면만 꽝꽝 터질 뿐. 별로 긴박감이 넘치거나 박력 있지는 않았다.

어쨌든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과 정신적 문명 충돌에 의한 관람의 포인트 등, 기존의 좀비물과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철학성을 추구한 것은 멋진 기획이다.

문제는 아무리 기획이 좋다고 해도 영화 자체의 진행이 느리고 재미가 없으니 도저히 볼 맛이 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를 또 하나 꼽자면 좀비가 살아있는 인간처럼 멀쩡하게 생겼다는 건데 그걸 고려해보면 좀비물의 잔인성에 질색을 한 사람들도 무난히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본다 하더라도 솔직히 재미는 없을 것이다.

결론은 비추천. 어떻게 끝까지 보기는 했지만 보통 사람이 보면 진짜 졸음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덧붙여 특수 효과라고 할 만한 게 막판의 폭발 씬 몇 개를 빼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서 제작비가 적게 든 것 같지만 어쨌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동원된 엑스트라의 숫자를 보면 그렇게 저예산은 아닌 것 같다.


덧글

  • 시무언 2008/09/09 07:00 # 삭제 답글

    프랑스다운 예술영화군요-_-
  • 참지네 2008/09/09 17:48 # 답글

    어쩌면 저런 좀비들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은 기괴한 모습보다, 정신적인 충격이니까요.
  • 잠뿌리 2008/09/09 19:10 # 답글

    시무언/ 잘 만들었지만 재미는 없고 지루한 프랑스 스타일이죠.

    참지네/ 꽤 점잖고 고상한 좀비물입니다.
  • 메리오트 2008/09/11 18:19 # 답글

    저런 소재가 오히려 무섭긴 한데 영화 자체는 꽤 지루한가보군요.
  • 잠뿌리 2008/09/11 20:49 # 답글

    메리오트/ 프랑스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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