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노미나 (Phenomena, 1989) 클럭타워 특집




1989년에 이태리 호러의 거장 중 한 사람인 '다리오 아르젠토'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유명 영화 배우의 딸이며 곤충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수 능력을 가진 소녀 제니퍼가 여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녀가 사는 동네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며칠 째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경찰이 곤충을 연구하는 맥그레거 박사에게 사건 의뢰를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작품 답게 스토리에 비중을 뒀다고 하기보다는 비쥬얼 상의 화려한 연출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시체에만 자생하는 파리가 살인범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만큼 썩은 시체와 벌레들이 한 가득 나오기 때문에 이런 류에 면역이 없는 사람은 그다지 보지 않는 게 낫다.

제니퍼 역의 제니퍼 코델리는 1984년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로 데뷔를 하여 아이돌 배우로 거듭났다. 그녀가 이듬해인 1985년에 바로 이 작품에 출현했는데.. 영화를 직접 보지 않고 스토리나 출현 배우만 본 사람들은 제니퍼 코델리의 신비스러운 매력과 스릴 넘치는 이야기의 조화가를 운운하지만, 솔직히 제니퍼 코델리의 연기력은 최저다.

굳이 쉽게 비유를 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말 없는 아이돌로 인기를 끌다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란 영화에도 출현을 한 적이 있는 '임은경' 같다고나 할까?

이 작품에서 제니퍼는 사실 대사도 별로 없다. 그냥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 고블린의 강렬한 음악과 다리오 아르젠토의 화려한 연출에 맞춰 멍한 얼굴로 후까시 잡으며 걸어다니는 게 활약의 끝이다.

사실 범인 색출은 맥그레서 박사가 다 했다. 그걸 범인에게 들켜 살해 당하면서 죽기 직전 주인공에게 단서를 준다. 나중에 범인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도 그녀는 별다른 활약 하지 않는다. 사슬에 묶여 있는 범인의 관계자와 곤충들, 심지어는 침팬지까지.. 주위 사람들이 다 해결한다.

제니퍼 코델리는 단지 얼굴 마담이었다고나 할까? 뭐 연기를 못하고 비중은 적지만 그래도 곤충과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은 충분히 잘 활용한 편이다.

다리오 아르젠트의 작품은 종종 뭔가 상당히 강렬한, 혹은 혐오스러운 살인마가 등장하는데.. 그건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다. 사각형 모양의 톱으로 사람의 목을 써걱써걱 베는 악녀 라던지, 얼굴이 완전 일그러지고 작살을 들고 덤비는 그녀의 기형 아들 등등 어느 정도 내성이 있어야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백미를 꼽자면 등을 돌리고 훌쩍이던 꼬마가 주인공이 다가오자 전 거울을 볼 수 없어요 라고 땡깡부리는데.. 주인공이 괜찮다고 말한 순간 등을 돌려 일그러진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과 그 괴물 아이와 주인공 간에 벌어지는 추격전, 그리고 그 괴물 아이의 부모인 진짜 범인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초중반은 상당히 지루하게 전개되지만, 제니퍼가 막판에 범인이 사는 집에 들어가 조난을 당한 뒤부터 갑자기 긴박감이 넘쳐흐르면서 꽤 재미있게 진행된다.

결론은 평작. 국내 판에서는 삭제된 부분이 꽤 많아서 비추천. 본래 오리지널은 116분, 디렉티스 컷은 109분인데 미국에서 나올 때 86분으로 편집됐고 국내에서는 그 미국판을 수입했기 때문에.. 20분이 넘는 분량이 잘렸다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후에 SFC 망조가 깃든 때 숨은 명작이라 불리던 '휴먼'의 '클럭타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클럭타워의 상황 설정과 시저맨을 비롯한 악역. 주인공 제니퍼는 모두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제니퍼의 얼굴 사진 자체를 페노미나에 나온 걸 베이스로 만들었다)

그리고 제니퍼 코델리가 최근에 출현한 영화는 2003년에 나온 영화 '헐크'였다.


덧글

  • 시무언 2008/09/05 23:23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론 서스피리아가 더 재밌었습니다
  • 이준님 2008/09/06 00:10 # 답글

    1. 놀랍게도 이 작품은 문화방송 주말의 영화 납량특선 시리즈를 통해서 방영되었지요. 첫 1주차가 "환상특급 극장판"이었고 70년대 범죄 스릴러부터 전에 올려주신 "공포의 만우절"까지 다양한 영호가 소개되었는데. 가장 논란이 심했던게 바로 이 작품이었지요. 성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는데 당연히 심의에 걸렸습니다.

    2. 응가에서 허우적 거리기나 기형아들의 공격장면도 그대로 나왔고 마지막에 썰렁하지만 아줌마가 죽는거나 아줌마가 사각칼들고 제니퍼 코델리 협박치는 것도 그대로 나왔지요. 다만 클라이막스에서 모가지 댕겅은 방송국에서 삭제하는 바람에 "피"가 어디서 나왔는지. 그리고 잘 나오던 아저씨가 갑자기 안 나오는지 끝끝내 미스테리로 남았습니다. -_-;''
  • 잠본이 2008/09/06 12:38 # 답글

    제니퍼 코넬리의 진짜 최근 출연작은 올해 개봉예정인...
    http://www.imdb.com/title/tt0970416/
    '지구가 멈추는 날' 리메이크입니다.
    뭔가 나이 들어서도 괴한 남자들하고만 엮이는군요. 정신이 요상한 수학자라던가 헐크라던가 외계인이라던가 OTL
  • 메리오트 2008/09/06 16:22 # 답글

    이른바 말하는 페이크 주인공이군요.
  • 잠뿌리 2008/09/07 10:25 # 답글

    시무언/ 그러고 보니 전 아직 서스페이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 감독 최고의 명작이라고 들었지만요.

    이준님/ 이 영화가 공중파를 탔다니 대단합니다.

    잠본이/ 지구가 멈춘 날 트레일러 봤는데. 전 원작을 먼저 봐서 리메이크작이 꽤 기대되더군요.

    메리오트/ 존재감이 없는 주인공이지요 ㅎㅎ
  • 삐쭉뭉실 2008/09/22 22:57 # 답글

    아. 이영화였군요. 저도 이거 봤습니다. 근데 온통 영어로 되있고 자막은 없는걸로 봤는데 어찌 보게 된건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 AFKN에서 해준듯 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보았는데 어린시절이라 할아버지께서 레이저인가로 다가오는 사람 얼굴을 마구 비출때 정말 할아버지 불쌍하더군요.
  • 잠뿌리 2008/09/23 12:52 # 답글

    삐쭉뭉실/ 그 장면이 참 안습이었죠. 그래도 나중에 복수해주니 다행입니다.
  • 떼시스 2009/07/06 19:44 # 삭제 답글

    아르젠토의 영화중 아직까지도 못본영화인데...
    조만간 한번 봐야겠네요.
  • 잠뿌리 2009/07/06 20:01 # 답글

    떼시스/ 볼만한 작품입니다.
  • 바즈라 2010/11/23 10:10 # 삭제 답글

    전 서스페리아보다 이작품이 났더군요. 서스페리아는 중반까지는 끝내주는데 마지막으로 가면 갑자기 막장분위기로 변해서..
    반면에 이작품은 전체적으로 균등합니다 초현실적인 장면이나 고어장면 도 더 좀 나오는 편이고...
    무엇보다 MBC 주말의 명화로 보아서 대박...
  • 잠뿌리 2010/11/24 06:43 # 답글

    바즈라/ 이 작품은 서스페리아와 반대로 오히려 후반부부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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