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쇼 (The Trunman Show, 1998) 드라마/가족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로 유명한 호주 출신의 감독 '피터 위어'와 메가폰을 잡고 천의 얼굴을 가졌다 일컫어지는 명 배우 '짐 캐리'가 열연을 펼친 휴먼 드라마. 사실 개인적으로 짐 캐리하면 '마스크' '에이스 벤츄라' '케이블 가이' 덤 앤 더머' 같은 코믹 영화가 생각나서 이 작품도 개그물일 줄 알았는데 막상 보고 나니, 짐 캐리가 단지 개그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큰 방송사에서 가상의 섬에서 '트루먼 버뱅크'라는 인물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24시간 밀착 취재를 하는데, 그 와중에 주인공 트루먼이 다른 누군가한테 보여지고 있다는 걸 눈치채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자신의 삶이 거짓이며, 24시간 내내 다른 누군가한테 보여진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호러블한 설정이 아닐 수 없지만 작품 내에서는 이런 소재를 공포의 포인트가 아닌, 인간의 본질과 내면 심리에 가깝게 접근했다.

처음에는 방송 미디어 매체의 추접한 몰래 카메라 기술이 극에 달해 한 인간의 삶이 쇼 프로에 지배를 당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작품에 내포된 의미는 그보다 더 컸다.

안락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 안에 부자연스러움과 거짓됨을 발견한 트루먼이 정체성을 느끼고 자아를 찾기 위해 몸부림 치는 행동은 인간 본연에 가까운 지극히 자연스럽고 또 당연한 일이다. 보통 사람들이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낙원조차 어쩌지 못하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듯 상당히 진지하지만 내용 전개는 약간은 경쾌하고 절제된 코믹 덕분에 부담 없이 볼 수 있어서 흡입력이 굉장히 높다. 초반에는 웃으며 보다가 중반이후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기 때문에 긴장의 완급도 훌륭하다.

트루먼에 대한 크리스토프의 부정도 빼놓을 수 없다. 트루먼 쇼를 기획한 그의 긍국적인 목적은 비록 거짓된 행복이긴 하나 세상의 부덕한 진실에 등을 돌려 사람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희망과 기쁨을 주기 위해서겠지만.. 그는 트루먼의 친구이자 아버지나 다름이 없다. 커다란 브라운관에 트루먼의 잠든 얼굴이 비추자 살며시 다가가 쓰다듬는 모습이 참 애뜻햇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볼 때 트루먼이 세상 밖으로 나가는 그 모습은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이 작품에 있어 그런 해석은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것이다. 극 후반부에 바다 공포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풍랑을 만나 고생을 하면서 마침내 세상의 끝에 도착해 세상 밖으로 통하는 문 안으로 발을 들여 놓으려는 순간 하늘에서 PD 목소리를 듣는 연출은.. 한 인간이 살아가야할 인생을 단적으로 표현하면서 선택의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거짓된 것이지만 안락한 삶을 계속 살아 갈 것인가? 아니면 진실된 것이지만 지금의 삶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짓과 속임수가 판치는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 갈 것인가?

개인적으로 볼 때 트루먼의 선택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창조된 세상 속에서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건 실험실의 몰모트나 다름이 없는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트루먼의 선택은 지극히 인간 본연에 가까웠다.

이 작품 최고의 명장면은 역시 그 클라이막스 부분에 세상 밖으로 나가기 전에 트루먼이 하는 인사다.

'인사를 미리 하죠. 굿 모닝, 굿 애프터눈, 굿 나잇.'

이 대사가 의미하는 것은 끝이 아니다. 거짓된 삶에 이별을 고하고 바깥 세상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다. 온실 속에 화초처럼 자란 그의 행보가 결코 순탄치는 않겠지만 특별히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는 혼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것이고 또 그 안락한 거짓 삶에 이별을 고할 정도로 용기가 있고 의지가 강한 사람이지 않는가?

오프닝 때부터 수 차례 언급한 대사를 상황을 완전 뒤바꾼 상태에서 그대로 썼는데 이렇게 전율이 느껴질 줄은 몰랐다. 단순한 대사를 듣고 전율을 느낀 건 피터 위어 감독이 이전에 만든 죽은 시인의 사회 마지막 장면에 나온 '오 캡틴 마이 캡틴'때 이후로 처음있는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짐 캐리가 출현한 작품 중에 최고로 치며, 또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를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꼽고 싶은 명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덧글

  • 병장A 2008/08/30 23:35 # 답글

    짐 캐리가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코메디배우가 아니라 연기력과 자기철학을 가진 배우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이 영화에서 소름끼칠정도의 연기에서 진짜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짐캐리스러운 슬랩스틱이 있었지만 트루먼이라는 인물이 손상될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 스카이 2008/08/30 23:54 # 답글

    정말 재밌게 본 영화 중 하나.
  • 시무언 2008/08/31 01:35 # 삭제 답글

    고딩때 학교 영문학 시간때 보고 과제한 기억이 나는군요.
  • 시몬 2008/08/31 03:46 # 삭제 답글

    재밌게 봤는데 영화막판에 시민들이 하는 대사가 섬뜩했습니다.
    '다음엔 무슨쇼를 볼까?' 즉 트루먼 말고도 똑같이 거짓현실에 갇혀사는 사람들이 또 있다는얘기...
  • 하도권 2008/08/31 09:20 # 삭제 답글

    시몬/저는 그걸 같이 울고 웃고 했다고 해도 트루먼의 인생은 타인에게 있어서는 결국 쇼나 여흥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뭐랄까, 타인의 인생은 채널을 돌리면 아무데서나 나오는 텔레비젼 쇼와 같다고 생각하는 현대인의 감성을 표현한거라고 할까요.
  • 이준님 2008/08/31 09:50 # 답글

    저도 마지막 장면이 섬뜩했어요. 실컷 응원을 했지만 마지막은 정말로 썰렁하게 던지는 대사가 충격적이었지요.

    ps:근데 트루먼은 어떻게 결혼생활을 했을까요? 설마 초야때도 생중계를????
  • wipwip 2008/08/31 10:40 # 답글

    개인적으로 사생활 침해를 싫어해서 제가 트루먼이었다면 자살했을 듯...ㄷㄷㄷ
    설정만으로 저에겐 등골이 서늘했던 영화였습니다.
  • 잠뿌리 2008/08/31 22:12 # 답글

    병장A/ 짐 캐리 연기력이 참 좋았었지요.

    스카이/ 나도 재미있게 본 영화지.

    시무언/ 그러고 보면 과거에 몇몇 대학이나 강연에서 이 영화를 보고 감상 레포트 제출하라는 적도 몇 번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시몬/ 그 엔딩이 어떻게 보면 참 무서웠습니다.

    이준님/ 저도 그게 참 궁금합니다. 전 세계 온 국민이 보는 생방송이니 18금이 나올 순 없을 텐데..

    wipwip/ 사생활 침해가 우주적인 스케일이었지요.
  • 뷰너맨 2009/11/29 09:37 # 답글

    이영화 이전까진. 좀 갈팡질팡 하던 면이 좀 있었고. 무언가 큰 변화를 주진 못했었습니다만,

    이 영화로 인해 짐캐리가 오로지 개그만을 맡을 수 밖에 없는 한계성이 드러난 배우가 아니라는걸 증명했지요.

    더욱이 그의 표정연기력은 이 작품에 가장 주요한 포인트중 하나였다고 생각됩니다.

    적재적소에 자신의 장기를 살려낸 맛이 듬뿍 느껴지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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