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인간의 최후 (Bad Taste, 1987) 컬트/엽기/퓨전 호러 영화




피터 잭슨. 그는 뉴질랜드 출신의 천재 감독이다. 지금 현재는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시킴으로써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감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본래 처음부터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는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컬트 영화를 많이 제작한 바 있다. 지금 여기서 다루는 작품은 그의 첫 데뷔작인 '베드 테이스트'. 국내 명으로 '고무인간의 최후'라는 작품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해안가 근처에 있는 마을에 주민이 사라지고 이상한 녀석들이 활보하는데, 자칭 외계인 수색 방위대인 청년들이 그 이상한 녀석들의 존재에 의문을 갖고 조사에 들어갔는데 외계인이 지구인을 잡아 죽여 그 고기로 햄버거 패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그들을 소탕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보다 간단히 말하자면 양키들의 영웅 심리 및 정의감 표출과 인간을 혐호하는 우스꽝스러운 외계인의 말과 행동을 접목시킨 풍자물이다. '못말리는 람보'와 같이 주인공 일행은 총을 쏠 때마다 전부 명중시키는 반면 외계인 무리는 아무리 쏴도 단 한대도 못맞추는 식의 패러디 총격씬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걸 보면 피터 잭슨이 미국 영웅주의 액션 영화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장르는 보통 코믹이 될 수는 없다. 보통 코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잔인하기 때문이다. 스플래터 무비란 말이 적당할 정도로 고어한 장면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굳이 정의를 하자면 코믹 호러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피터 잭슨이 1인 2역의 주연에, 각본, 특수 효과, 특수분장, 공동편집, 제각, 감독을 전부 다 맡으면서 동네 사람들 친구들 데려다 놓고 데뷔작으로 만든 것 치고는 꽤 훌륭한 편이다. 초 저예산이기 때문에 좀 여러 가지로 어설픈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런 점을 재미로 커버한 것 같다.
(여담이지만 피터 잭슨과 마찬가지로 천재 감독으로 불리던 샘 레이미 역시 이블 데드 1을 찍을 때 아는 친구들을 모아서 저예산으로 제작한 것이다)

영화의 백미는 역시 피터 잭슨의 1인 2역 연기. 외계인 수색 방위대 일원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뒷머리가 갈라지는 바람에 외계인의 뇌를 집어 넣고 급기야 미쳐 버리는 '데릭'과 상당한 바보라서 잘 벼린 칼로 자기 목을 슥슥 베는 외계인 '로버트'의 활약이다. 일단 단순하게 흑백으로 나누자면 주인공 측의 감초와 악당 측의 감초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로버트의 활약도 재밌었지만, 역시나 데릭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데릭의 어벙한 사이코 연기는 물론이고, 자기 정수리를 열고 뇌를 쑤셔 박거나 전기톱으로 외계인을 쓸어 버리는 것도 상당히 멋졌다. 고어적 연출의 압권은 맨 마지막에 외계인 두목의 머리 끝을 뚫고 들어가 아래로 빠져 나오는 장면. 코믹 연출의 압권은 문에 등을 지고 서 있는 외계인을 전기톱으로 일도양단한 다음, 부서진 문틈에 얼굴을 들이밀며 욕을 하는 장면을 꼽고 싶다. 후자 쪽은 '스탠릭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패러디라서 보면서 엄청 웃었다.

또 외계인이 사는 집이 실은 우주선이라 우주로 날아가는 장면은 진짜 놀라웠다. 물론 저예산 영화라 특수 효과 같은 건 애초에 기대할 것도 없지만 그런 발상을 한 것 자체가 참으로 놀랍다.

처음부터 자기 자신의 색깔을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준 것은 창작자라면 당연히 본받아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미있게 본 영화지만 역시 고어 씬이 상당히 많이 나오며 저예산 영화 답게 어설픈 장면도 있으니, 그런 부분을 수용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유치한 영화로 남을 것 같다.

하지만 왠만한 장르는 다 수용이 가능한 호러 영화 매니아라면 꼭 한번 보기 바란다.


덧글

  • 시몬 2008/08/23 23:56 # 삭제 답글

    전 요걸 DVD로 샀습니다. 주인공들과 외계인들의 슬랩스틱바보짓은 언제봐도 즐겁죠.
  • 하이에나 2008/08/24 04:09 # 답글

    Good taste라고 메이킹 무비도 재미있더군요.
  • 시무언 2008/08/24 09:32 # 삭제 답글

    보고 웃긴 장면이 많긴 많았는데 확실히 잔인했죠.

    외계인 뇌로 머리를 대신 채워넣은 피터 잭슨이 마지막에 머리부터 X꼬까지 전기톱으로 관통하는 씬은 -_-b
  • 잠뿌리 2008/08/25 02:04 # 답글

    시몬/ 잔인하지만 그 속에 웃음이 담겨 있지요.

    하이에나/ 제목은 정 반대군요.

    시무언/ 터진 뇌를 손으로 집어넣는 게 압권이었습니다.
  • 삐쭉뭉실 2008/09/22 23:20 # 답글

    그사람이 피터잭슨이었습니까? 갈매기가 뇌를 좀 쪼아먹은것 같았는데요.
  • 잠뿌리 2008/09/23 12:58 # 답글

    삐쭉뭉실/ 네 피터 잭슨이었습니다.
  • 헬몬트 2008/09/27 10:48 # 답글

    피터 잭슨의 엄마~~~(마미이~~~~)

    이 비명 참 웃겼죠..영화에서 2번 소리 지릅니다..벼랑에서 떨어질때
    우주로 가버릴때
  • 헬몬트 2008/09/27 10:49 # 답글

    외계인 잡아서 목뼈를 부러뜨릴려고 돌렸더니 목뼈까지 쏙 나올때 잔인해야할 장면이 왜 이리도 웃긴지..어이없어하다가 그거 그냥 발로 차서 창가로 내던지던;;

    잔인하면서 불쾌한게 아니라 이 사람은 잔인하면서 웃기게 만들죠
  • 헬몬트 2008/09/27 10:50 # 답글

    더불어 람보 패러디도 웃겼습니다...붉은 머리띠 두르고 기냥 권총 몇방 탕탕 갈기니(적은 아무리 조준해 쏴도 주인공 안맞고 주인공이 대충 쏴도)

    나무에서 외계인들이 우르르 시체로 떨어질때 총쏘던 녀석도 어이없어하던
  • 잠뿌리 2008/09/27 20:54 # 답글

    헬몬트/ 그 장면들도 참 웃겼지요. 배를 잡고 뒹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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