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전기톱 살인마 리메이크 (The Texas Chainsaw Massacre, 2003) 슬래셔 영화




1974년에 토비 후퍼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역사상 최초의 본격 슬래셔 무비라 할 수 있는 전설의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 1편을 29년이 지난 2003년에 마커스 니스펠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실제로 존재했던 식육 사건을 각색한 뒤, 레더 페이스라는 가장의 살인마를 등장시킨 뒤 그가 벌이는 살육의 항연을 실화라고 구라치는 원작과 동일하며 등장 인물과 스토리, 연출이 많이 달라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리메이크 작품이라고는 하나, 원작과 완전 다르게. 새로운 세대의 감각에 맞고 젊은 관객을 주요 타겟으로 삼은 오락 영화다.

전기톱을 휘두르며 사람을 잡아먹는 레더 페이스가, 단지 형태로 등장해서 소재의 한 부분을 차지할 뿐. 주요 등장 인물과 스토리는 완전 달라졌다.

이 작품이 잡은 타깃은 절제된 잔혹과 원초적 공포를 이끌어내는 원작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비쥬얼적인 잔혹함을 극대화시킨 신세대 감성이기 때문에 사실 상 슬래셔 무비라고 하기 보다는 고어 무비에 가깝게 변모했다.

원작하고 비교해 볼 때는 품격이 떨어진다. 원작의 스토리는 낯선 곳에 와서 친구들이 하나 둘씩 죽어 나간 뒤 혼자 살아남은 주인공이 식인 가족을 마주하고 절규하며 레더 페이스한테 미칠 듯이 쫓기는, 슬래셔 무비의 틀을 제공한 모범적인 스토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스토리가 굉장히 모호하다.

분명 원작과 같은 선에서 출발은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단순히 쫓겨나니 는 것 뿐만이 아니라. 식인 가족이 납치한 아기를 구출한다거나, 식인 가족 중 그나마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어린 소년의 도움을 받는 다거나. 이런 쓸데없는 상황 연출이 마구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밝혀지기는커녕 어린 소년의 생사에 관한 것도 나오지 않거니와 가족들이 식인을 하는 상징도 약해졌다. 원작의 경우 식인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할아버지를 모시는 식인 가족에 새디스트 아버지와 자해가 취미인 동생, 전기톱으로 사람을 도살해 고기를 만드는 레더 페이스 등 각자 맡은 설정을 충실하게 표현하고 자기가 맡은 역을 다 했는데. 이 작품 같은 경우는 그 부분이 굉장히 취약하다. 식인 가족 중 레더 페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에 대한 비중이 약하거니와, 대충 어떤 인물인지조차 알 수 없다. 어린 아기를 납치한 여자와 보안관 흉내를 내는 남자의 관계라던지, 그들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어째서 그러는지. 그런 게 전혀 없다.

보다 쉽고 직접적으로 말을 하자면 스토리의 초점이 없다. 그냥 단순히 쫓고 쫓기는 것만 나올 뿐인데 그런 단순한 전개의 정석에서 벗어난, 조악하게 비유를 하자면 푹 삶다가 만 라면과도 같다.

원작보다 전개가 무척 빠르고 더 잔혹하며, 충격적인 장면이 속출하지만. 원작의 깊이는 없다.

그 깊이가 가장 떨어지는 건 바로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진짜 모든 사건의 원흉인데 쓸데 없는 정의감으로 마구마구 일을 벌이면서 주위 사람들 다 죽고 혼자서 살아남은 주제에 온갖 소란은 다 떤다란 설정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더 큰 문제인 건 원작이 히로인이 가진 강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쫓기는 히로인의 의의는, 쭉빵한 몸매와 정의감, 막판 반전을 위한 필살의 액션이 아니다. 외모나 목소리가 아니라. 공포에 질린 눈빛 연기. 거기에 쫓기는 히로인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다르다. 실컷 쫓기기는 하지만, 출렁이는 가슴과 매끈한 몸매를 통한 에로티시즘에 더 신경을 써서 신세대 오락 영화의 감성을 충족시킨 것 뿐. 쫓기는 자의 공포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차라리 쫓기는 자의 공포는, 국내에는 데드 캠프라고 소개된 롱 턴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다른 건 다 떠나서 여주인공의 매복계에 지대로 걸려서 도살용 칼에 팔 한쪽이 잘려 피분수를 뿜으며 절규하는 레더 페이스의 불쌍한 처지를 보더라도, 쫓기는 자의 공포를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단순한 오락 영화라고 본다면 평작. 머리를 비우고 킬링타임용으로 본다면 볼만한 작품. 리메이크 작품으로 본다면 비난을 면치 못할 졸작.

원작과 아예 연관성을 버리고, 그냥 새로운 타이틀의 신세대 공포 영화로 나왔어야 됐다고 생각한다.


덧글

  • 정호찬 2008/08/23 23:53 # 답글

    이건 보안관 영감의 포스가 너무 셌죠.
  • 시무언 2008/08/24 09:34 # 삭제 답글

    요샌 쫓기는 자의 공포는 쌈싸먹은 공포 영화가 너무 많죠
  • 이준님 2008/08/24 10:27 # 답글

    전기톱 연작은 1편 이외에는 거의 쓰레기라는게 정평이지요

    ps: 근데 2편은 1편 감독이 감독했습니다만 -_-
  • 잠뿌리 2008/08/25 02:03 # 답글

    정호찬/ 그 보안관 영감님 포스가 너무 세서 레더 페이스의 존재감이 오히려 죽었지요.

    시무언/ 쫓기는 자의 공포를 잘 살린 건 할로윈이지요.

    이준님/ 1편 외에는 다 안 좋은 평을 들었는데도 줄기차게 냈지요.
  • 하수인 2008/10/15 18:20 # 삭제 답글

    재밌었다고 하는 주위사람이 많아서 당혹스러운 영화중 하나. =_=;
  • 잠뿌리 2008/10/15 19:36 # 답글

    하수인/ 오리지날보다 이 리메이크를 먼저 본 사람은 호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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