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클럽 (Suicide Club, 2002) 컬트/엽기/퓨전 호러 영화




2002년에 '소노 시온'감독이 만든 작품. 자살을 소재로 다룬 영화다.

내용은 2001년의 도쿄에서 어느날 갑자기 54명의 여고생들이 신주쿠 역 철로 아래로 휙 뛰어 들어서 열차에 치여 죽는데 그 이후로 도쿄 전역에서 집단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이 작품은 자살을 소재로 다뤘는데. 솔직히 딱 까놓고 말해서 소제는 알겠지만 주제는 모르겠다. 노골적으로 말을 하자면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이 말이다.

이 작품은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여고생 좀비물인 스테이시보다도 더 알 수 없는 이야기 구조를 띄고 있다. 사람들이 무작위로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그들이 왜 죽는지에 대한 이유는 말해주지 않는다.

단지 데저트라는 그룹이 집단 최면의 일종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 자살 사건에 관계가 있으며, 당신은 당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다 라는 말 한 마디로 수사 반장을 총기 자살시키고 일가족 모두를 죽음으로 내모는 광기에 찬 연출이 가득할 뿐이다.

집단 자살 사건의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형사들의 분투를 보면 장르가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볼 때 이야기가 너무나 설득력이 없어서 그런 장르적 장점을 상실했다.

감독이 자살 이유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뭔가가 있을 거라고 말한 것 같은데. 아무런 해결도,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그냥 막 죽는 장면만 잔뜩 집어넣으면 관객들이 그런 발상을 알아볼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장점은 오로지 충격적인 연출 하나 뿐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자살 연출만큼은 진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오프닝 장면에서는 5분의 법칙을 너무나 기가 막히게 잘 지켰다. 진짜 오프닝만 보면 이 영화가 굉장한 작품이라고 막연한 기대를 품을 수 있을 정도다.

신쥬쿠 역 철로 앞에 여고생 54명이 삼삼오오 모여서 다들 손을 마주 잡고, 열차가 달려오니까 하나 둘~하더니 철로 아래로 훌쩍 뛰어내려서 순식간에 화면이 피로 물들면서 두개골이 박살나는 소리를 리얼 타임으로 들려주는데. 진짜 일본 공포 영화 중에서 이보다 더 충격적인 오프닝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5분의 법칙을 충실히 지킨 오프닝말고는 장점이 없다. 전혀 없다고 무방하다. 아무런 부연 설명도 없이 무작정 자살하는 장면만 줄창 보여주면서 마치 주술과 같은 말. '당신은 당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이거 하나만 나오면 다 게임오버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하란 말인지 모르겠다.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를 해석하고 그 가치를 찾는데 철학이나 심리학 서적을 탐독하는데 시간을 투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영화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건 충분히 커다란 문제다.

결론은 비추천. 아무리 잘 만든 영화라고 해도 관객이 알아먹을 수 없는 메시지로 가득 채우면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구조적으로 치밀한 것도 아니고 연출이나 영상미가 특별히 멋진 것도 아니니 별로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덧글

  • 종화 2008/08/22 02:16 # 답글

    이거 고2때 어떤 애가 학교에 가져와서 틀어 봤었죠-_-;;
    이걸 본 우리 모두가 내린 결정은
    "그냥 뭐 막 죽는거 찍고 싶어서 찍은 영화구나"

  • 시무언 2008/08/22 04:36 # 삭제 답글

    일본애들 영화중에 좀 이런게 많은것도 같아요-_- 만화도 그렇고-_-
  • 잠뿌리 2008/08/22 21:52 # 답글

    종화/ 고등학교 때 보셨다니 충격이 꽤 크셨겠네요.

    시무언/ 일본 컬트 영화는 단순한 주제를 너무 심하게 꼬아놔서 뭔 소리인지 모르게 하는 점이 좀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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