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Popcorn, 1991) 컬트/엽기/퓨전 호러 영화




제목만 보면 호러인지, 아니면 코믹인지 헷갈리는 사람이 여럿 있겠지만 이 영화는 엄연히 호러다. 하지만 그것도 그저 단순한 호러가 아니라 약간의 코믹성과 희극성이 가미된 수작이다.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영화과 학생들이 공포 영화제를 열게 되는데, 주인공인 사라는 아버지가 만든 공포 영화와 같은 악몽을 꾸다가 우연히 영화제 준비 과정에서 그 영화의 원본 필름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제 진행은 순조롭게 되어갔고 '모기' '놀라운 전기인간' '냄새' 등의 세가지 클래식 호러를 상영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영화의 내용에 담긴 본질은 1950년대에 영화계에 데뷔해 20년 동안 감독과 제작자로서 활동한 미국 호러 영화의 거장 '윌리엄 캐슬'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가 시도한 모든 것을 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건 분명 중요한 사항이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 매니아층말고는 거의 알 수도 없으니(나 또한 나중에 안 사실이다) 넘어가기로 하겠다.

일단 이 영화는 주인공 사라 중심이라고 하기 보단 살인마로 의심되는 사라의 아버지 란야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물론 플레이 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호러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세 가지 클래식 호러지만 살인마는 희생자들을 그 영화에서 나오는 방식과 똑같이 살해한다. 이러한 부분이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기 나오는 클래식 호러는 실재로 존재하는 게 아니지만 무성 영화 시절에 나온 호러 영화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지켰다)

영화 상의 분위기는 꽤 밝은 편이다. 사라가 꾸는 악몽의 오프닝은 음습하기 짝이 없지만 영화과 학생들이 영화제를 준비하는 장면은 상당히 경쾌했다. 그리고 또한 영화관에서 클래식 호러가 상영되는 동안 관객들은 웃고 떠들며 환호하고 야유하며 즐거워한다.

이야기의 촛점은 클래식 호러 영화를 상영하고 관람하는 행위 그 자체에 있다. 주인공의 활약과 악당의 살육 행각은 모두 그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야기의 구조는 영화제가 열리지 않았다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목인 팝콘이 시사하는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먹거리라, 영화 관람과 뗄레야 뗄 수 없지 않은가?

기본 전개 방식이 클래식 호러 상영과 살인마의 살인 행각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아주 잔인하지도, 무섭지도 않지만 멋진 연출은 꽤 많다. 먼저 세 클레식 호러에 나오는 방식대로 희생자를 죽인 살인마와 그 정체가 탄로났을 때의 반응이 압권이다.

연출의 백미를 꼽자면 역시 살인마가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연극을 가장하고 관객들에게 사라의 처형 여부를 묻다가 칼로 막 찔러 죽이러 했을 때,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마크가 그녀를 구하러 가는 것과 그 이후에 이어진 장면들이다.

또한 희생자의 안면 가죽을 벗기는 게 아니라, 안면을 그대로 본 떠 즉석에서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나온다는 설정 또한 꽤 멋졌다. 지옥선생 누베에서 나왔던 괴수 박사의 얼굴은, 아무래도 이 팝콘에 나오는 살인마에게 그 이미지를 따오지 않았을까란 생각마저 든다.

여담이지만 웃기는 장면을 하나를 꼽자면 가장 처음에 상영한 모기에서 거대 모기 인형이 날아다녀서 주인공 일행이 군대에 전화를 걸자 탱크와 전투기가 툭 튀어나오더니.. 거대 모기 인형을 집중포화하다가 급기야는 핵미사일까지 발사해 아예 가루로 만들어 버리자 주인공 일행이 미국 만세를 외치는 장면이다.

독특한 설정을 가졌으면서 또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호러 영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보다 심각하고 현대적인 공포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다.


덧글

  • 시무언 2008/08/16 01:15 # 삭제 답글

    .......미국 만세-_-
  • 잠뿌리 2008/08/16 22:20 # 답글

    시무언/ 아마도 풍자의 의미가 강하겠지만, 참 웃지도 울지도 못할 장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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