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문 (1972) 홍콩 영화




'당산대형'을 통해 '이소룡'을 스크린으로 데뷔시킨 '나유'감독이 1972년에 만든 작품. 이소룡의 두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내용은 정무문의 창시자인 곽원갑의 사망 소식을 듣고 수제자 첸이 그 주검 앞에서 오열을 하는데 사망 원인이 감기라고 하나 그걸 믿지 못하고 진실을 파헤쳐 왜구들을 때려잡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 작품은 당연스럽게도 주인공인 이소룡과 기타 여러 배우들에 대해 할말이 많지만 그 전에 영화 자체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겠다. 사부의 죽음에 오열하는 제자의 복수극이란 측면에 있어 무협 스토리의 전개를 따르고 있으며, 또 주인공이 절대극강의 고수라 단 한번도 고전을 하지 않고 악의 무리를 때려잡는. 그리고 그 당시 사회 상으로 중국의 숙적인 일본을 졸라 밉게 표현한 뒤 존내 패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전하는 카타르시스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쉽게 말을 하자면 관객들이 통쾌하게 느낄 부분이 넘쳐 흐른다 이 말이다. 극중 첸. 중국 명으론 진진이 맡은 캐릭터는, 주변 사람들로 부터 충동적이고 다혈질이며 상해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싸움을 무지 잘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서 수리공이나 신문팔이 노인으로 변장을 해 적의 동향을 살피고 기습을 걸줄도 아는 만능 캐릭터다.

무술 영화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사매의 로맨스라던가 복수극 개념은 기존의 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배경이 고대가 아닌 근대고 또 진진은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신출귀몰하게 경찰들의 수사망을 뚫고 이리저리 튀어나와 악당들을 때려 잡는 히트맨에 그의 복수가 아주 당연하다는 드라마틱 설정이 합쳐져 있다.

주적이 일본이다 보니 반일 사상도 엿보인다. 특히 일본이 그 당시 중국을 동양의 약자. 동양병부라 표현했던 걸, 극중에서 첸이 일본인 도장을 급습하여 관원들을 다 때려 눕히고 곁에 있던 얍실한 놈에게 동양병부 종이를 찢어 먹게 하는 걸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일본인이 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사회상으로 볼 때 일본에게 핍박 받았던 중국과 한국에게 있어서는 유쾌 상쾌 통쾌가 아닐 수 없을 것이라 본다.

사실 이 작품은 스토리 적으로 치밀한 건 아니다. 진진이란 캐릭터가 만능인 반면 경찰들의 수사망이라던가 일본인들의 대처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스토리 상의 완성도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좋게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작품은 스토리 상의 완성도로 승부를 건 작품이 아니다. 액션 영화란 장르에 걸맞게 화려한 액션과 통쾌함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소룡의 존재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실제로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철인이란 칭호를 듣고 절권도를 창시한 이소룡은 그 미소와 화났을 때 표정이 매력적인 걸 떠나서 정말 굉장한 액션 배우다. 대역 없이 스스로 화려한 무술을 뽐내며 수십 명의 적을 아작내는 게 진짜 압권이다.

이소룡은 이때 화려한 발차기를 선보이는데. 이 영화가 나온 이후로 다리가 3개란 뜻으로 '이삼각'이란 별명을 얻게 된다.

절권도를 바탕으로 한 통쾌한 액션에. 이소룡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라 정의된 쌍절곤의 출현도 이 작품이 처음이다. 이 작품에서 나온 쌍절곤은, 동양인은 물론이고 서양인까지 그것 하면 이소룡을 떠올릴 만큼 멋지고 인상적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장면 중 하나가 스즈키 관장과의 대결을 하다가 양손을 스르륵 돌려 원을 그리면서 잔상을 남기며 표효하는 건데. 그 장면은 ADK의 간판 게임 월드 히어로즈에 김룡(이소룡 오마쥬 캐릭터)의 승리 포즈에서 재현된다.
(이해할 수 없는 건 1편과 제트, 외전에서는 국적이 중국으로 이름이 드래곤인데. 2탄에서는 국적이 한국이며 이름이 킴 드래곤. 즉 김용이라고 나온 것이다)

이소룡은 분명 연기력이 아주 뛰어난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전매특허의 절권도와 이소룡 특유의 미소와 분노한 표정 연기 하나만큼은 일품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초추천. 개인적으로 당산대형, 용쟁호투, 맹룡과강 보다는 이 정무문 쪽이 이소룡을 대표하며. 이소룡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란 물음에 속 시원하게 답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실제 중국 근대 때 러시아와 일본 고수를 무릎 꿇린 중국 무술계의 최고수 호원갑이 배신자에 의해 독살당했는데 그때 떠돌던 무 수한 소문의 일부를 가지고 각색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영환도사로 통하는 '강시선생'의 '임정영'과 '원표'가 존내 맞고 쓰러지는 엑스트라로 나오고 '성룡'은 엑스트라도 아닌 악역 스즈키 관장의 스턴트 대역을 맡았으며 실제로 이소룡의 친우이기도 한 '쇼치린'도 단역으로 출현한다.

그리고 22년 후인 1994년에 당대 제일의 홍콩 액션 배우 '이연걸'이 신 정무문이란 이름으로 리메이크 작을 찍었으며, 90년대 중 후반 때 지금 현재는 무술 감독으로 이름 난 '견자단'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판도 나온 바 있다.


덧글

  • rumic71 2008/08/15 22:55 # 답글

    이삼각은 '당산대형' 때 나온 별명입니다. 삼단뛰기를 잘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홍콩 재데뷔작이라 당시 유행대로 트램펄린 촬영을 했습니다.) 뒤후리기를 연속 세번 해낸다고 해서 붙었다는 설도 있습니다만.
  • 랜디 2008/08/15 23:01 # 답글

    이소룡 영화중에 가장 재미있게 보는 영화입니다. 그 이유는... 이소룡 영화중에 제일 재미있기 때문이죠(...) 이게 뭔 소린가 하면 솔직히 말해 이소룡 영화들은 너무나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당산대형도 맹룡과강도 이소룡이란 캐릭터를 빼놓으면 정말 쌈마이 영화거든요. 반면에 정무문은 두어번 리메이크도 되었는데, 그 이유는 허술하다고 말씀하신 스토리가 그나마 이소룡 영화중엔 제일 괜찮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덕분에 이연걸의 복싱 정무문도 그럭저럭 재밌게 봤습니다(...)
  • 시무언 2008/08/16 01:19 # 삭제 답글

    사실 이소룡 영화중 스토리가 잘 된건 이 거죠. 다른 영화들은 뭐랄까...무술씬의 퀄리티가 좋아서 인기가 있었다는 느낌. 사실 액션도 정무문이 가장 살벌해서 좋았고.
  • 시몬 2008/08/16 04:04 # 삭제 답글

    견자단주연의 tv판은 내용도 다채롭고 재밌었죠. 만들어진 시기가 시기인만큼 반일감정이 조금 줄어들었는지 일본인이면서도 선하게 그려진 인물들이 몇명 나옵니다. 그러고보니 아예 주인공의 애인도 일본인이군요.
  • 이준님 2008/08/16 05:11 # 답글

    1. 정무문의 트레이드 마크인 "마지막 장면"과 "도장에서 현피뜨기"는 리메이크뿐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패러디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연걸 판은 좀 아니었지만요

    2. 견자단판은 "독립운동"의 비중을 넓혔지만 (비록 혼혈이지만) 애인이 일본인이라는 설정등 여러가지를 넣기도 했습니다. 물론 진짜 악의 축 일본인은 아주 아주 나쁜놈으로 그렸지만요-도가 지나쳤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젋은 날의 등소평 짝퉁으로 진진이 다니는게 개그였지요

    3. 성룡은 그래도 "용쟁호투"에서는 당당하게 얼굴이 나오는 엑스트라였습니다. 이소룡에게 목이 꺾여서 죽어서 그렇지요. 여담이지만 이때 이소룡이 인연으로 성룡을 "키워주겠다"고 했는데. 얼마 뒤 이소룡의 사망으로 독자적으로 성룡은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 알트아이젠 2008/08/16 07:40 # 답글

    이소룡 형님하면 바로 이 영화죠. 그나저나 의외로 선정적인 장면이 나와서 놀랬습니다.
  • anaki-我行 2008/08/16 10:35 # 답글

    그냥 여담입니다만...

    이소룡판 정무문에서 일본인들의 무술은 '유도'이고...

    이연걸판에서부터는 '가라데'로 나오죠.

    영화의 시대적 배경으로 따져보면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무술은 가라데 보다는 유도가 더 적절하죠. 지금이야 가라데의 인기가 높지만 2차 대전 전까지만 해도 가라데는 영화에서 '악당'들이나 하는 무술 취급 받았다죠...
  • rumic71 2008/08/16 12:55 # 답글

    원본 영화에서 유도나 가라테를 특별히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냥 '일본무술' 이라고만 하죠. 실제로 치고 받는 모습을 봐도 특별히 유도라는 느낌은 없구요.
  • 잠뿌리 2008/08/16 22:16 # 답글

    rumic71/ 뒤후리기 연속 3번이라.. 대단하네요.

    랜디/ 당산대형은 스토리만 놓고 보면 완전 범죄 스릴러+고어물이죠 ㅎㅎ

    시무언/ 이소룡 단독 주연작으로선 제일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이준님/ 용쟁호투에서 이소룡한테 맞아 죽는 성룡보면 정말 안습이죠. 개인적으론 이연걸보단 견자단의 정무문을 더 재미있게 봤던 것 같습니다.

    알트아이젠/ 그래도 당산대형보단 덜 야하죠. 거기선 아예 악당들이 이소룡을 꼬드기기 위해 매춘부까지 동원하는 게 나오니까요.

    anaki-我行/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었군요.

    rumic71/ 확실히 영화에선 유도 기술은 거의 안 나왔지요.
  • rumic71 2008/08/17 11:02 # 답글

    여기서 선정적이라고 하면 술자리의 스트립 쇼 말씀이겠군요.
  • 잠뿌리 2008/08/17 11:37 # 답글

    rumic71/ 아마도 그 장면으로 추정됩니다.
  • 알트아이젠 2008/08/17 22:53 # 답글

    rumic71/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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