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의 사자들 (Tombs of the Blind Dead, 1972) 언데드 영화




1972년에 스페인과 포르투칼 합작으로 '아만도 데 오소리오'감독이 만든 작품. 1985년에 국내에 '무덤의 사자들'이란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가 된 적이 있으며, 속편은 '돌아온 이블데드'란 이름으로 국내에 유통됐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세 남녀가 열차를 타고 가다가 커플의 닭짓으로 여자 쪽에 호감을 가족 있던 레즈비언 끼가 다분한 여성 '버지니아'가 참다 못해 열차에 내려 근처 들판에 있는 고성에서 하룻밤을 보내다가 잠에서 깨어난 좀비 기사들에게 물려 죽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주체가 되는 건 좀비 기사.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성단 기사단'의 망령인데, 그들은 산 사람을 잔인하게 죽여 생피를 빠는 행위를 문책 받아 기사단의 본거지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후 승천하지 못하고 좀비 형태의 망령이 된 것이다.

성당 기사단은 프랑스 역사에 등장하는 카톨릭을 수호하는 기사단 중 하나로서, 십자군 전쟁에서 무수한 이슬람 신도들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그 재산을 약탈하는 등 끔찍한 악행을 저질렀다. 14세기 후반에 그들이 가진 성물을 노린 프랑스 국왕 앙리 4세의 모함을 받아 '바포메트'같은 악마를 신봉하며 흑마법을 부렸다는 누명을 쓰고 대부분의 단원이 사형당하거나 도망을 쳐 완전히 붕괴되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설정에 따르면 낡은 로브를 뒤집어 쓴 반 해골 좀비로 움직이는 속도는 느리지만 칼과 검 같은 무기를 사용하며, 또 무리를 지어 흑마를 타고 다닌다. 사람을 죽이고 그 피를 빠는 행위를 본능으로 삼고 있으나 오로지 귀에 들리는 소리로만 사물을 식별한다. 청각에 의존하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기는 하나 언데드인데도 불구하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게 참 대단하다.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좀비물 답게 유혈이 낭자한다. 버지니아가 좀비로 변해 살아 있는 사람의 목을 물어 뜯을 때와 좀비 기사의 칼에 맞아 남자 주인공의 손 모가지가 뚝 잘려 피가 절절 흐르는 장면. 극 후반부의 대 학살신 등을 보면 화면이 막 피로 넘쳐 흐른다. 뭔가 절단되거나 뜯기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단 피가 팍 튀기는 장면을 많이 써서 상상의 여지를 더하게 만든다.

옛날 영화 답게 특수 효과는 좀 어색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좀 떨어지고 전개가 굉장히 느리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성 속에서 한 백년은 묵은 것처럼 보이는 좀비 기사들의 습격이라던지, 무리를 지어 말을 타고 쫓아오는 장면 등은 제법 괜찮았다.

느린 속도를 기마로 커버하다니. 확실히 기사답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70년대 영화라서 그런지 몰라도.. 좀비 기사들이 우스스 튀어 나와도 저항 한번 못해보고 비명을 지르며 죽어나가는 인물들을 보면 좀 한심한 생각이 든다.

또한 아무리 속편이 나온다고 해도, 전편에 해당하는 이 작품에서는 실컷 일을 벌려 놓기만 하고 하나도 수습이 안된 채로 끝나기 때문에 좀 아쉽다.

명장면이라기 보단 인상 깊은 장면을 꼽자면, 성당 기사단이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장면에서 여자를 묶어 놓고 말을 탄 기사가 그 주위를 빙빙 돌며 칼로 난자하다가 가슴을 자르고는, 모두 모여 들어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쭉쭉 빨아 먹는 부분이다.좀비 기사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부분은 극 후반부라서 좀 지루하던 차에 이러한 충격적인 영상을 보면 집중력이 되살아났었다.

그 이외에 백미라면 역시 라스트 씬의 열차 대학살극이다.

개인적으로 공포로 인해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샌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베티'는, 내가 지금까지 본 공포 영화 역사상 최악의 히로인으로 꼽고 싶다. 정말이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민폐녀로 비록 의도한 게 아니라 할지라도 이 영화의 악의 축이자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그런 타입의 인간이다.

좀 심한 말 같긴 하지만 그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등장 인물들이 처참하게 죽어나간 것도 모자라, 그 재앙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이어진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이건 당연한 반응이다.

클래식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하지만 반대로 그런 걸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비추천하는 작품이다.


덧글

  • 시무언 2008/08/12 01:42 # 삭제 답글

    민폐 히로인은 미모가 어떻든 짜증나죠-_-
  • 진정한진리 2008/08/12 11:01 # 답글

    왜 이런 외국식 공포영화에서는 민폐히로인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걸까요(...)
  • 잠뿌리 2008/08/12 21:59 # 답글

    시무언/ 이 작품에선 정말 히로인의 만행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죠. 그러면서도 히로인 혼자 살아남는 센스..

    진정한진리/ 어쩌면 그게 또 나름의 전형일지도 모릅니다. 사건이 꼬이게 만드는 그런 것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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