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포 소녀(2006) 2020년 전격 Z급 영화




B급 달궁 작가의 인기 웹 코믹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 스캔들로 유명한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로 만들었다.

내용은 원작 그대로. 변태 천국 무쓸모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중견 배우 중엔 임예진, 이원종, 김수미 등의 감초 전문 배우만 쓰고 나머지 주역을 전부 신인 배우로 기용해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거기다 스캔들로 한창 주가를 상승시킨 이재용 감독의 이름값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고 또한 원작 만화 자체가 매우 재미있고 인기도 많아서 제작 발표 때부터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나온 결과물은 궁극의 최악.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한국 영화 역사상 최악의 작품인 긴급조치 19호보다 더 못하다는 평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를 연기한 김옥빈의 된장녀 발언 때문에 네티즌의 뭇매를 맞으면서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사람들은 날이 서 있었다.

그런 최악 중의 최악인 상황에서 영화는 B급 영화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 의도를 무시당한 채 철저하게 짓밟혔다.

그러나 그것이 여론에 휘둘린 대중의 우매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김옥빈의 된장녀 발언 때문에 그런 결과가 초래된 것도 아니다.

문제는 작품 그 자체에 있다.

애초에 B급 영화를 목표로 삼고 있기에 신인 배우들을 대거 기용. 정말 처절한 연기력을 선보인 건 넘어갈 수 있다. 원작 만화와 비교해볼 때 너무나 뒤떨어진 연출 감각은 실사 영화의 합성이란 이유로 납득이 간다. 원작의 다채롭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단 1시간 45분 여만에 몽땅 집어넣기엔 무리가 따르기에 그 비중을 조정한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극중 적지 않게 삽입된 뮤지컬 음악은 사실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쓰이는 기법이고 영화 중에서는 인도 영화가 그런 스타일이 많아서 뭐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고 또 영화 개봉 전부터 지겹게 울궈먹었던 흔들녀 이벤트도 적당히 볼만했다.

하지만 애초에 여론으로 광고를 때렸던 두눈박이는 원작의 에피소드 2개를 재현하고 퇴장하고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인 김옥빈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면서 안소니와 스위스 전학생을 합친 기괴한 설정의 캐릭터와 엮으면서 암운을 드리운다.

후반 40여분에서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의 사교계 데뷔를 시작해 난데없이 등장한 검은 마수와 거대 몬스터로 분한 김수미. 그리고 그런 몬스터에 맞선 전교생의 거시기한 공격, 그 다음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충격의 CG까지 컬쳐 쇼크를 일으키는 요소가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난 그동안 남이 안 보는 영화를 많이 봐왔기에 B급 영화에 대한 내성이 높은 건 물론이요 애정도 갖고 있다. 스노우맨으로 출시된 잭 프로스트도 봤고 북두 신권 한국판에 역왕 리키오 독일판, 트로마사의 영화들까지 몽땅 봤다.

그러나 이 다세포 소녀 영화판은 그런 기존의 B급 필이 아니다. 이건 명백히 사도다! 왜냐하면 아무리 B급 영화라고 해도 인과성이란 걸 갖추고 있기에 뜬금없는 황당한 설정을 내보낼 순 없기 때문이다. 즉 최소한의 개연성. 그리고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이 말이다.

피터 잭슨 감독의 고무인간의 최후에서 식량난을 겪는 외계인이 지구인을 햄버거로 만들려는 무서운 계획에 맞서 마을 청년 4명이 온갖 흉기를 동원해 싸우다가 종극에 이르러서는 외계인 생존자가 들어간 집이 우주선으로 바뀌어 우주로 날아가는 전개도 어째서 일이 그렇게 됐는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준다.

그런데 이건 설득력 없이 갑자기 본작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걸 집어넣으니 스토리가 망가지는 것이다. 라스트 20분의 그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연출한 건지 모르겠다.

배우들 연기 못하고 스토리 유치한 건 아무래도 좋단 말이다. 그거야말로 B급 영화의 매력이니까. 하지만 그런 난잡한 스토리는 정말 못 봐주겠다!

그러나 그나마 취할만한 두 가지 장점으로 최악 중의 최악인 긴급 조치 19호보다는 그나마 낫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작품 본성의 정도.

긴급조치 19호는 연예인들의 카메오 출현 짜깁기 극장판일 뿐. 스토리를 보면 영화라고 부를 수조차 없다. 여기서 나오는 가수들은 스스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거대한 국가권력에 맞서 운명에 항거하는 역을 음악을 사랑한다는 탈을 씌워 가수 빠순이로 변한 대중을 스스로의 안위를 위한 제물로 바친다. 웃자고 만든 영화치고는 가수가 무슨 고결한 존재고 대중은 언제나 개떼로 동원할 수 있는 저글링화시킨 설정. 그 오만방자한 설정 밑바닥에 깔린 추접하고 더러운 가수의 본성이 눈을 찌푸리게 만든 것에 비하면 오히려 다세포 소녀 영화판은 그러한 불순한 의도가 없다는 측면에서 정도를 지켰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창작.

분명 결과물은 시원치 않았다. 원작자 B급 달궁 작가에게 명성에 먹칠을 할 만큼 최악이었다. 그러나 뮤지컬 삽입과 가난한 소녀가 맞이한 결말, 그리고 가난 군의 캐릭터성을 부각시킨 건 그래도 호의적으로 봐줄 수 있다.

결론은 비추천. 긴급조치 19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더불어 한국 3대 쿳소 영화로 꼽고 싶다(평화의 시대를 비롯한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쿳소 영화들은 논외)


덧글

  • 카우프만 2008/08/08 00:45 # 답글

    결론은 추천도 좀... 비추도 좀.... 전 정말 괜찮게봤거든요

    근데 좀 마지막 20분이 완전 쇼크중에 쇼크라

    그전까진 상당히 괜찮았지만

    진짜 마지막 20분은 쇼크중에 쇼크였어요
  • 시몬 2008/08/08 01:12 # 삭제 답글

    전 김옥빈이 주연이라길래 볼까했는데 주위에서 하도 뜯어말리길래 아직 못봤습니다. 어둠의 경로를 한번 뒤져봐야겠군요
  • kiekie 2008/08/08 02:13 # 답글

    저는 취향에 맞아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왜 다들 욕하는지는 알겠더군요:-)
  • 시무언 2008/08/08 06:44 # 삭제 답글

    드라마는 좀 괜찮다고 들었는데...
  • anaki-我行 2008/08/08 09:50 # 답글

    차라리 두눈박이가 주연이었다면... 이런 생각이 쪼끔...ㅋ
  • 잠뿌리 2008/08/08 10:40 # 답글

    카우프만/ 당시 제 주변 친구가 모 출판사 사장님과 함께 극장가서 봤다가 사장님이 뒷목잡고 나오셨다는 일화가 있었지요. 후반부 충격의 그 장면은 두고두고 화자가 되고 있습니다.

    시몬/ 김옥빈이 주연이긴 하지만 딱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kiekie/ 욕 먹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죠. 컬트적으로 봐도 원작을 너무 망쳐놓았습니다.

    시무언/ 드라마는 나름대로 호평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케이블에서 방송했다고 했는데 심의 문제로 종결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anaki-我行/ 두눈박이가 이 작품에선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보다는 조금 낫지요.
  • None 2008/08/14 04:37 # 답글

    좆병신이라는 말이 좀 더 일찍 나왔다면 저는 그 말을 이곳에 쓰겠습니다.
  • 잠뿌리 2008/08/14 22:24 # 답글

    None/ 정말 욕을 먹어도 할 수 없는 게 원작을 너무 훼손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하수인 2008/10/15 19:17 # 삭제 답글

    원작도 개인적으로 싫어했었는데 이건 뭐 원작의 B급코드를 살리지도 못하고..
  • 잠뿌리 2008/10/15 20:08 # 답글

    하수인/ 전 원작은 아주 좋아했지만 영화는 좀 별로였습니다.
  • balbarosa 2008/10/23 03:42 # 삭제 답글

    초반의 뮤지컬식 도입부나, 원작을 그대로 실사화한 장면 정도가 웃기더군요. 그러나 정말 후반부는 그야말로 실소, 무슨 화산고의 데자뷰가 느껴질 정도더군요.
    하지만 긴급조치 19호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긴급조치 19호는 정말 다시 생각할수록 분개하게 만드는 물건이라서... 솔직히 띄운다고 해도, 홍경민이나 강타정도이지, 나머지는 굴욕의 대향연입니다. 남자목소리 내는 하리수, 자기가 가수라고 주장하는 양진석, 역시 마찬가지로 굴욕당한 송은이, 자식도 버리고 떠나던 홍서범과 조갑경, 그야말로 덤으로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김장훈, 개그맨이 어쩌고 하면서 가수로서 무시당한 캔과 이성진, 악역으로 나왔던 주영훈, 나중에는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과거의 상처를 후비고 팔 수 있는 시킬 수 있는 서세원이란 인간에 대해서 말이죠.
  • 잠뿌리 2008/10/23 22:35 # 답글

    balbarosa/ 긴급 조치 19호는 이제 전설이지요 ㅎㅎ
  • 매그너스 2010/03/04 07:22 # 삭제 답글

    긴급조치 19호+다세포소녀+성소+클레멘타인을 합쳐 한국영화 재난 4대천왕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몇 개 더 붙일게 있다면 먹튀영화의 전설 <낭만자객>, 거물급 동원하고 나온건 병맛대폭발이던 <단적비연수>, cg 때문에 더 재난인 영화 <자귀모>, 기본이 안 된 허접쓰레기 <광시곡>, 저질조폭 영화의 대명사 <조폭마누라>, 엄한 여명을 불러놓고 나머지 다 막장이던 <천사몽>이 있겠습니다.

    재난영화 십걸집인가요? 이건뭐......



    ps. 네임밸류가 낮아서 그렇지 <나두야 간다>라고, 저질영화 출연하는 걸 즐기는 정준호 씨 주연 영화들
    중에서도 최악인 물건이 있습니다. 안 보셨으면 꼭 보세요. 씨발소리가 절로나옵니다 으하하....제길.
  • 잠뿌리 2010/03/08 01:06 # 답글

    매그너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봐야겠네요.
  • 민버 2010/06/13 13:55 # 삭제 답글

    아 ㅋㅋㅋㅋ 이거 진짜
    저는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어요 ㅋㅋㅋㅋㅋㅋ
    너무 어이가 없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잠뿌리 2010/06/14 15:42 # 답글

    민버/ 전 원작을 먼저 봐서 참 안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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