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번디 (Ted Bundy, 2001) 사이코/스릴러 영화




2001년에 '메튜 브라이트'감독이 만든 작품. 미국의 유명한 연쇄 살인마인 테드 번디의 전기 영화다.

내용은 말 그대로 성인 여성과 어린 여성을 30명 이상 간살한 연쇄 살인마 테드 번디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다.

일단 이 작품의 주인공인 테드 번디는, 세계 최초의 '연쇄 살인범(시리얼 킬러)'으로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현지 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연쇄 살인마다. 영국의 유명한 잭 더 리퍼가 있다면, 미국에는 테드 번디가 있는데. 연쇄 살인범이란 단어가 처음 쓰인 것도 FBI가 1975년에 테드 번디를 지칭했던 것이라 한다.

전기 영화인 만큼 테드 번디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게 위인이 아니라 연쇄 살인범이라는 범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소재를 놓고 보면 거의 사이코 스릴러에 가깝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테드 번디의 정신이상자적 모습을 조명한다. 테드 번디가 어째서 살인마가 되었는가? 따위는 나오지 않거니와. 과거 이야기 역시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는다.

초점은 테드 번디가 저지르는 무차별적, 그리고 변태적인 살인들이다. 시종일관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목표로 정한 여자를 스토킹하면서 곤봉으로 내리친 뒤 죽이고 성폭행하는 끔찍한 범죄 연출이 쭉 이어진다.

뭔가 이렇다할 내용은 없다. 내용은 테드 번디가 살인을 하는 이유나 정신 이상자가 된 이유, 하다 못해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조차 나오지 않고 오로지 범죄를 저지르는데 집중되어 있다.

전기 영화라기 보다는, 단순한 공포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 속 테드 번디란 캐릭터는 실화에 나오는 인텔리한 사이코가 아니라. 그냥 맛이 팍 가버린, 바보에 변태 성욕자 사이코에 지나지 않는다.

실화에서는, 법대생 출신인데다 생긴 건 멀쩡하고 머리도 좋아서 재판 당시 스스로를 변호하여 재판관과 배심원 모두를 말빨로 휘어잡았고. 교도소에 복역하던 당시 자신을 사모하는 여성들로부터 200여통의 편지를 받은 경력이 있는 인텔리 살인마였다.

한 인물의 일생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연쇄 살인마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충실하게도. 영화는 깊이 있는 주제나 인간의 내면적 탐구가 아니라. 섹스와 폭력에 의존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테드 번디가 벌이는 무자비한 간살, 거기에 대한 동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형 직전에 울며 공포에 떠는 테드 번디의 모습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화에서는 마지막에 테드 번디가 스스로를 이중인격이라 말하면서 마음 속에 있는 또 다른 자신 '톰'의 명령에 따라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 증언했다 전해지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게 없다. 그냥 처음부터, 시작할 때부터 변태 성욕 살인마로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테드 번디란 인물에 대해선 그냥 사이코 스릴러 관점의 오락거리만 제공한 듯 싶다.

라스트 장면에서 대머리를 밀고 뒷구멍이 거즈와 솜으로 막히고 기저귀를 찬 뒤 전기의자에 앉아 사형 당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번디의 모습이 조명을 받는데. 아마도 그걸 보면 사형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악당 필을 고수하던 테드 번디의 죽음에 환호하는 사람 등의 두 부류가 나타날 것 같다.

결론은 비추천. 연쇄 살인마의 전기 영화 자체가 넌센스. 희생자 가족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사실 이런 소재는 인간의 도리 상으로도 쉽게 다루면 안 되는 민감한 것이다. 그 점을 염두해 두었기에, 테드 번디를 그냥 썩을 놈으로만 묘사한 건지도 모른다.

여담이지만 양들의 침묵에서 상원 의원의 딸 앞에 나타나 도움을 요청한, 팔에 기브스한 상태의 버팔로 빌은 테드 번디를 오마쥬한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이 영화로선 한참 뒤에 나온 거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거기에 따르면 테드 번디가 그런 식으로 희생자를 유인한 뒤 때려죽이거나 납치한 것이라고 나온다.

테드 번디 이외에도, 실존하는 살인마의 일대기를 다룬 다머(제프리 다머)란 영화가 2002년에 현지에서 개봉됐다. 제프리 다머는 동성애자로 남자, 그것도 어린 소년. 그리고 유색인종만 골라서 죽인 연쇄 간살범이다.

그리고 보니 한국에서도 최근 연쇄 살인마 유영철의 전기 영화를 제작할 거란 말이 나왔다가 뭇매를 맞던데. 솔직히 그건 한국적 정서를 욪으로 본 거나 마찬가지다.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볼 때. 살인마 전기 영화가 나올 수는 없다. 아니, 나오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덧글

  • 시무언 2008/08/08 06:46 # 삭제 답글

    전기 영화라니-_- 미쳤군요
  • 잠뿌리 2008/08/08 10:35 # 답글

    시무언/ 미국에선 저렇게 살인마 전기 영화가 꽤 나오나봅니다.
  • 놀이왕 2008/08/08 11:31 # 답글

    우리나라에서 유영철 사건을 바탕으로 추격자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대흥행을 거두었죠..
  • 잠뿌리 2008/08/08 22:37 # 답글

    놀이왕/ 이 영화 감상을 올릴 땐 정말 추격자 같은 영화가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헬몬트 2009/08/10 20:33 # 답글

    유영철을 모델로 하여 각색한 게 바로 "추격자"였죠..놀이왕님 글처럼

    추격자 제작 전에 엄청난 비난도 받았으나 제작자와 감독이 유영철을 미화하는 게 아니라고 밝혔죠..그리고

    흥행 대박과 같이 헐리웃 리메이크판권까지 팔렸으니;;
  • 잠뿌리 2009/08/11 15:36 # 답글

    헬몬트/ 추격자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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