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2 (zombie 2,1979) 좀비 영화




1979년에 루치오 풀치 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뉴욕 앞 바다까지 표류되어 온 보트에서 좀비가 발견되자 그것을 조사하기 위해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 딸과 신문 기자, 보트를 모는 커플 등 네 사람이 보트가 출발한 장소로 추정되는 무투 섬으로 향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사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시체들의 새벽 시리즈의 아류작으로 출발한 것 같지만 실제로 내용이나 연출적인 면에서는 나름대로 좀비 영화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시체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시체들의 낮이 좀비로 가득 찬 도시에서 무인도로 건너가 사람끼리 모여 사는 엔딩을 가지고 있다면 이 작품은 반대로 도시에 있던 일행이 섬으로 건너가 좀비와 만난다.

핵 물질 유출로 인해 좀비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부두교의 주술이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데 그것이 현세에 적용되면서 좀비들이 생겨났다는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루치오 풀치 감독의 이 작품에 나온 좀비는 문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시체를 상당히 리얼하고 혐호스럽게 잘 표현했다. 당시 조지 로메로 감독의 시체 시리즈에 나온 좀비들이 창백한 피부에 초췌한 인상을 가진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면 이 루치오 풀치 감독의 좀비는 진짜 막 다 썩어 가는 얼굴에 반 해골에 가깝고 눈 구덩이에서 벌레들이 우글우글거리며 땅에 파묻혀 있다가 스르륵 튀어나온다.

사실 단순하게 비교하면 로메로 감독의 좀비는 대부분 산 사람이 특정 조건 하에 좀비로 변한 것이기에 그런 거고, 풀치 감독의 좀비는 의문의 전염병으로 죽고 나서 방치하거나 땅에 묻었을 때 되살아나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긴 걸 수도 있다.

현대 사회를 풍자하는 요소를 매 편마다 집어넣은 로메로 감독의 스타일과 정 반대로 이 풀치 감독의 좀비는 사실 개연성은 좀 떨어지더라도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한 것 같다.

특별히 풍자나 비판의 메시지 없이 그냥 섬에 가서 좀비들이 출현하고 주인공 일행은 몽둥이와 총을 들고 싸우다가 이리 저리 도망다니다 끝난다. 스토리가 무지 단순하고 속된 말로 좀 허접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좀비 영화의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유는 썩어 문드러지고 흙무덤에서 기어 나오는 좀비를 표현한 연출과 설정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백미는 아마도 좀비 영화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이 되었을 좀비의 수중 격투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좀비가 바다 물 속에서 상어와 격투를 벌이는데 이건 진짜 풀치 감독이 아니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발상일 게 분명하다.

물론 루치오 풀치 감독의 호러 영화라면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꼭 나오는 안구 관통씬도 나름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제목이 좀비 2인데 좀비 1이 없는 이유는, 사실 1년 전 1978년에 이탈리아와 미국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시체들의 새벽이 개봉한 이후, 이탈리에서는 '좀비'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했는데 풀치 감독이 1년 후 그것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좀비 2라는 제목으로 출시한 것이다(시체들의 새벽의 각본과 음악에 각각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도 참가해 로메로, 고블린과 호흡을 맞췄다)

이 좀비 2를 보고 당시 시체들의 새벽의 특수 효과 담당이었던 톰 사비니가 좀비는 저래야 제 맛 아닌가 라고 툴툴거리다가, 시체 3부작의 마지막 편인 시체들의 낮부터 본 작품의 고어성이 한층 올라갔다는 후문도 있다.

결론은 추천작. 로메로 감독의 좀비 3부작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좀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어 단순히 B급 좀비 영화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운 명작이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급조한 티가 조금 많이 나는 영화고 또 풀치 감독이 만들어서 그런 지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도 가짜 티가 팍팍 나는 살 뜯어먹기와 핏물 줄줄 흐르는 장면은 솔직히 좀 싼티가 나는 편이다.


덧글

  • 시몬 2008/08/08 01:21 # 삭제 답글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 달라서 그런지, 시체3부작에 비해서 이 영화는 좀더 신비하고 폐쇄적인 느낌이 강한거 같아요. 시체시리즈에선 좀비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나 정부의 대응같은 부분이 들어가있는데 여기선 좀비가 득실거리는 외딴섬에 오직 주인공일행들뿐이라는것도 차이점이고.
    후반부에 어딘가에서 부두교의 북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좀비떼가 하나씩 땅속에서 기어올라오는 장면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 시무언 2008/08/08 06:47 # 삭제 답글

    상어 대 좀비는 유튜브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유쾌(...)하더군요. 아이디어가 말이죠
  • 랜디 2008/08/08 09:15 # 답글

    풍자나 메시지는 없다지만 마지막 엔딩은 시체 시리즈에 못지않게 '임프레시브'합니다.
  • 잠뿌리 2008/08/08 10:34 # 답글

    시몬/ 도시에서 좀비가 없는 무인도로 탈출한다에서, 무인도에서 좀비가 나타나 도시로 도망쳤다는 게 참 발상의 전환이었지요. 방사능 유출 바이러스가 아니라 부두교 주술로 부활한다는 설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시무언/ 상어 대 좀비는 진짜 영화사에 길이남을 명장면입니다.

    랜디/ 어떻게 보면 시체 시리즈 엔딩보다 더 지독하죠. 산 넘어 산 입니다.
  • 아모르 2008/08/08 23:20 # 삭제 답글

    사실 '좀비'라 하면 저래야 제맛이라고 생각했었답니다;;

    하도 RPG 게임(ex: 디아블로) 에 나오는 좀비들만 봐대다보니;;;
  • 참지네 2008/08/09 12:57 # 답글

    상어와 싸우는 좀비라니.......
    역시 언데드들은 가히 최강이군요!!
  • 잠뿌리 2008/08/09 21:35 # 답글

    아모르/ 게임 속 좀비와 영화 속 좀비는 확실히 너무나 다른 존재지요.

    참지네/ 좀비가 정말 상어랑 박빙의 승부를 펼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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