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와 주노 (2005) 2019년 전격 Z급 영화




2005년에 김호준 감독이 만든 작품. 15세 몰래 커플의 아기 수호 감동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있다.

내용은 15살 제니와 준호가 뿅뿅 한번으로 임신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얼짱 출신인 박민지와 김혜성이 주연을 맡고 어린 신부로 흥행몰이를 한 컬쳐캡 미디어에서 제작을 했지만. 어린 신부의 절반에 절반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에 대다수의 살마들에게 욕을 먹고 한국 영화 역사에 졸작으로 기록됐다.

고등학생이 결혼하는 어린 신부도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민감한 소재였지만, 이 작품은 그보다 더 하다. 10대의 결혼이 아니라 10대의 임신이니 세상 사람들에게 악질이란 소리를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런 소재를 쓰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훈을 주는 쪽으로 작품을 완성했다면 오히려 칭찬을 받았겠지만. 정작 개봉한 작품은 그와 정 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아기 수호고 나발이고. 아기란 것이 단지 커플을 맺기 위한 구조적인 장치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아기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으며 제니와 주노의 연애만 줄기자체 다루는 로맨스 영화가 됐다.

로맨스의 관점에서 봐도 정말 남자의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그게 아주 당연한 것처럼 나오기 때문에 전혀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성관계를 맺어 임신을 하는 소재에 있어 '어떻게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하지만. 문제는 그 '책임'이란 것에 현실성이 지나치게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책임이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책임을 질 상황이란 무거운 거다. 현실을 뺀 무지함을 순수함으로 가장하는 건 결코 좋지 못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임신 사실이 들통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니와 주노를 편견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축하하고 응원해주며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친구들과 아이가 태어난 순간 모든 갈등이 해소되면서 양가의 부모들이 화해를 한다.

10대의 임신과 출산이 가진 어두운 면에 대해서는, 단 한 컷도 나오지 않는다. 임신을 하고 애를 낳아도 무사히 학교를 다니며 행복하게 잘 산다.

진짜 중요한 문제. 진짜 생각해야할 문제는, 아기가 태어난 다음의 문제인데. 정작 주인공인 제니와 주노는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부모들만 걱정을 할 뿐. 그런 부모의 걱정을 기성 세대의 보수성으로 해석하는 것 역시 문제.

영화 전체를 통틀어 임신과 아기와 관련된 대사나 시퀀스보다 더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게 제니의 속옷 노출 씬인데. 그걸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작품을 순수한 의도로 만든 건지 의심이 든다. 한 두 번 나와야 애교로 봐주지 몇 번이고 계속 나오는 건 그야말로 치명적인 문제다. 자신의 배를 보며 아기 생각을 하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출산과 태아 등을 걱정하기는커녕 호기심과 기대만으로 살아가니 문제에 문제가 더해진다.

순수한 시각으로, 모든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해주길 바라면서 눈부신 빛으로 가득 찬 세계를 만든 것이 본래 취지겠지만. 순수함을 주장하기에는 너무 민감한 소재를 잡았다. 순수함을 가장한 무지함인 것이다.

'책임'이란 말을 잘도 쓰면서 '책임'을 지는 게 무엇인지, 그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는다. 흥행 실패가 10대의 임신과 출산을 곱지 않게 보는 세상의 편견 어린 시선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먼저 민감한 소재를 오락 영화에 쓴 그 발상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10대에 임신을 하고 출산을 앞둔, 혹은 낙태를 한 경험자들이 이 작품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안 봐도 뻔하다.

결론은 비추천. 이 작품은 2005년도에 나온 한국 영화 중에 정말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2년 전에 나왔다면 긴급 조치 19호, 1년 전에 나왔다면 도마 안중근과 박빙의 승부를 펼쳤을 거다.


덧글

  • Mr.오션잼 2008/08/06 00:45 # 삭제 답글

    타이라 쇼를 보다가 이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얼마 전 타이라쇼를 봤는데, 거기서는 10대 부모들이 가진 암담한 삶과 그 삶에 대처하는 여러 가지의 자세, 또는 10대 임산부들과 낙태자들에 대한 현실이 분명하게 드러나더군요. 어떻게 대처해야하고, 또 현실은 어떤가? 그들의 주된 고민과 사회적 편견은 어떤가? 바로 그 점이 타이라쇼에선 잘 드러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니 주노는.....정말 답이 없는 최악의 영화였습니다.
    10대 임신을 주제로 삼았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그에 따르는 댓가와 현실이 이 영화에선 드러나지 않고, 리뷰에 쓰신대로 해피한 인생만을 보여줄 뿐이니....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냐는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이름도 비슷한 미국 영화 '주노'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군요.
  • 이준님 2008/08/06 05:02 # 답글

    1. 제작사와 일부 애국골빈당쪽에서 미국 영화 "주노"가 이 작품의 표절이라고 마구 마구 음모론을 주장하다가 처절하게 발렸지요. (표절도 아닙니다 "주노"는 동일 주제를 가지고 진짜 걸작으로 만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미국 영화의 시나라오 작가가 자기 블로그에 이 영화를 언급하면서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보였더군요(국제망신)

    2. 모 잡지의 평론가는 "현실적 판타지"라고 했는데 평론 자체가 아스트랄의 경지일겁니다.

    3. 근데 저 여자애는 이상하게 10대 임산부. 성폭행 피해자 -_-류의 배역이 필모그래피더군요. 어느 분 말로는 제작사에서 저런쪽으로 굴린다고 합니다.(아무리 그대로 저 영화는 진짜 쓰레기라는데 한표입니다만)

    PS: 본 지인의 말 : 임동진. 김자옥. 이응경씨가 돈이 궁했나?

  • 시무언 2008/08/06 08:05 # 삭제 답글

    그 미국 영화 주노라는건 진짜 잘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 Mr.오션잼 2008/08/06 13:25 # 삭제 답글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074&article_id=0000011229

    여기 이준님이 말하신 그 논쟁이 나와있습니다.
    이 영화를 계몽적으로 보는 논평가까지 나와있더군요. 허참...

    왜 태그에 프로게이머가 나왔나 싶었습니다. ㅋ
  • 잠뿌리 2008/08/06 17:26 # 답글

    Mr.오션잼/ 정말 답이 없는 2005년 최악의 영화지요. 필름 낭비입니다.

    이준님/ 주노 표절 사건은 정말 어이가 없군요. 국제 망신이라니 참..

    시무언/ 미국 영화 주노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흥미가 약간 가네요.

    Mr.오션잼/ 논쟁이 참 아스트랄하게 진행되는군요. 이런 영화를 그렇게 미화할 수도 있다니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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