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8.2 무한도전 납량특집 -28년 후-를 보고.. 프리토크




8월 2일 자 MBC에서 방송된 무한도전 납량특집 28년 후.

내용은 영화 28일 후의 패러디로 한국에 분노 바이러스가 퍼져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와중에 무한도전 일행이 김박사가 개발한 백신을 유엔 질병 본부에 전해주는 미션을 받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48대의 촬영 카메라, 400명의 인원 참가, 제작 2회분에 해당하는 엄청난 비용과 부천 야인시대 셋트장 올로케이션.

국내 최초의 좀비 버라이어티를 시도하여 막대한 자본과 인원을 투입한 좀비 스페셜은 시청률 15%로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여 무한도전의 흑역사가 되어버렸다.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좀비 스패셜편의 실패를 제작진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고, 대부분의 언론이 실패한 에피소드라며 일제히 까대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분량이 본래 2회분이었던 게 1/4로 줄은 건 좀 아쉽지만 어쨌든 이번 에피소드는 오히려 제작진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재미의 여지가 있었다.

좀비들의 습격. 백신 발견. 유엔으로 이송. 유엔에게 배신 당해 전원 사망. 이게 제작진이 의도했던 진행이라고 하는데 이건 정말 좀비물로선 흔해 빠진 20세기 감각이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센스인데다가 그렇게 하면 단순히 '패러디'로 끝난단 말이다.

차라리 자막에서 주구 장창 박명수의 사다리 떨어트리기로 망했다고 주장한 거나 유재석이 유일하게 살아남아 백신 가지고 도망치다가 병을 깨먹은 거, 정말 극적인 그런 상황을 잘 활용했어야 된다고 본다. 필요한 건 왕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임기응변으로 슬기롭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었다고 할까.

애초에 무한도전의 가진 본질적인 재미는 뛰어난 결속력이 아니라 산만한 팀워크,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간 관계의 충돌과 헤프닝이다. 여기서 찾아오는 재미는 2주 전에 방영된 무한도전 놈놈놈 패러디에서 입증됐다.

팀워크에 포커스를 맞출 게 아니라, 개인에 포커스를 맞췄어야 했다. 박명수의 사악함, 노홍철의 얍삽함, 정형돈의 존재감없음, 정준하의 미련함, 유재석의 덜렁거림. 각 개인이 가진 이 개성에 따라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면 누가 누가를 배신을 하고 시나리오에 없는 애드립 진행을 한다고 해도 바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제작진의 의도보다 훨씬 짧게 끝난 실패한 에피소드지만 본래 정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 제작진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은 흐름에 너무 당황해서 대처를 못해서 그렇지 진행 자체는 재미있었다. 박명수가 먼저 올라가서 사다리 떨어트린 건 그야말로 무한이기주의. 캐릭터를 잘 연기한 것이면서 또한 그래야 무한도전 다운 거다.

결과적으로 좀비 버라이어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무한도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게 참패의 요인이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언론이 대대적으로 까는 것 만큼 실패작이라곤 생각하지 않고 나름 재미다는 게 결론이다. 차라리 분량 때문에 앞에 약 40분간 집어넣은 전진 일찍 깨어주길 바래 편의 숨겨둔 시계 100개 찾기 같은 게 식상하고 재미도 없었다. 그런 되도 않는 걸 방송해서 15% 시청률을 기록한 것 같은데. 어째서 언론에서 깔 때는 앞의 전진편은 아무런 언급도 안 하고 좀비편만 까는지 모르겠다.


덧글

  • 감주 2008/08/03 16:28 # 삭제 답글

    저도 실패해서 더 재미있더라구요.
    실패했다는것 자체가 재미있는거 아닌가요?

    무한도전인데요.
  • 진정한진리 2008/08/03 17:13 # 답글

    저 역시 정말 아쉽지만 대대적으로 까댈 정도로 나쁜 에피소드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여러가지 의도치 못한 상황들이 맛물려서 실패하였지만 이 실패를 딛고 무한도전이 다시 일어섰으면 좋겠습니다.
  • 쵸죠비 2008/08/03 17:36 # 답글

    아마도 다음주에 다시 나올 것 같던데;;; 아닌가요;;
  • 무한도전 2008/08/03 19:55 # 삭제 답글

    담주에는 올림픽하지않나?
    그런데 좀비특집 끝난건아닌듯 ㅋㅋ 예고편이랑 내용이다르네요 ㅋㅋ
  • 듀드 2008/08/03 20:59 # 삭제 답글

    다음 주는 결방이고 그 다음주가 좀비 특집 2차 촬영본입니다
  • 생각창고 2008/08/03 23:01 # 답글

    확실히 아쉬운 면이 없지않아있었지만, 나름 대로 만족스럽게 잘 보았습니다.

    조금 안일하게 말하면 "솔직함이 좋아서"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링크 추가할게요.
  • dceyes 2008/08/03 23:58 # 답글

    저는 보다 웃겨 죽는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 이거 완전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던걸요?
  • Mr.오션잼 2008/08/04 00:30 # 삭제 답글

    아쉬운 점도 많았지요. 예산을 그렇게 투입하고 인력도 그렇게 쳐들였는데 결과가 그렇다니..(유재석이 백신을 깨먹음)

    하지만 정말 원래 시나리오대로 갔었다면 재미가 없었겠군요.
    오히려 박명수가 사다리 밀어 떨구고 유재석이 우워워웡하다가 백신 깨먹은 부분에서 웃었습니다. 잠뿌리님 말대로 캐릭터 성격이 확연히 드러났달까요.
    하지만 준비에 비해 허무하게 끝난건 역시 허무하더군요.

    아예 애초부터 출연진들의 성격 계산해서 시나리오를 썼다면 어땠을까 궁금합니다. 물론 그렇게 쓰기는 어렵겠지만요...
  • 잠뿌리 2008/08/04 13:48 # 답글

    감주/ 그게 본래는 무한도전의 가장 큰 매력이지요.

    진정한진리/ 무모한 도전 떄의 헝그리 정신을 갖고 더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쵸죠비/ 다음주 방송 일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무한도전/ 전 예고편이랑 내용이 달라서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듀드/ 헉 다음주 결방이라니 아쉽네요. 다다음주 좀비편 2차 촬영이라니.. 예고편대로 흘러가면 정말 재미없을 텐데 불길하네요.

    생각창고/ 링크 확인했습니다^^;

    dceyes/ 진짜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은데 제작진들은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나 봅니다. 사과할 정도로 못 만든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Mr오션잼/ 무한도전이 대오각성해야할 점은 각 캐릭터의 성격에 포커스를 맞추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렇지만 그 개성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겁니다.
  • 나무 2008/08/05 01:16 # 삭제 답글

    저는 오히려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지 않는, 진짜 '리얼 버라이어티'의 면모를 본 것 같아서 신뢰감이 조금 더해졌어요. 사실 영화가 영화인 이유는, 그렇게 절대적인 머릿수의 압박을 뚫고 소수의 정의가 살아남는 게 정말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요. 오히려 예상을 뛰어넘어(...) 백신까지 깨먹고 다 죽는 결과가 신선했고 재미있었어요. 2차 촬영분도 방송하는 줄은 몰랐는데 조금 기대가 됩니다.
  • 엘민 2008/08/05 10:54 # 답글

    세계대전 Z라는 소설이 떠오릅니다. 요새는 TV를 안봐서 무한도전도 못챙겨봤는데, 한 번 구해서 봐야겠군요.
  • 코코 2008/08/05 11:59 # 삭제 답글

    오히려 그런 결말이 생각지도 못한 반전 아닌가요?(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ㅎ)

    누가 보면서 백신 깰 거라 생각했겠습니까?ㅎㅎ

    어리바리하고 어설픈 면이 무도의 가장 큰 매력이죠. 정형화된 틀로 가는게 아니라 다른 길을 걷는^^
    멤버들의 돌발 행동으로 지구의 운명이 최고 겁쟁이에게 달려 있다는 설정을 갖게 되어 더 웃겼죠.(정말 영화 속 히어로들과 참 다른..ㅋ)

    예고를 보고 대작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무도만의 색깔대로 잘 나왔다고 봅니다. 근데 아쉬움이 있긴 하죠. 진짜 2탄을 다시 찍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아니면 백신이 깨졌다고 끝낼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다른 설정을 해줘 더 끌고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구요.

    다른 방송 이렇게 되면 설정 알려주고 다시 찍었을 것 같은데 무도는 그러지 않고 진짜 리얼을 보여줘 좋았습니다. 정말 오래 무도를 봐온 팬이라면 무도의 색깔을 알기에 재밌게 봤을텐데 언론은 시청률로만 평가하니까. 아는 것 만큼 보인다고 무도를 잘 이해하고 있으면 더 재밌을텐데 이걸 못 느끼는 사람들 보면 참 아쉬운~~
  • 잠뿌리 2008/08/06 17:01 # 답글

    나무/ 2차 촬영분이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면 정말 실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엘민/ 지난주 무한도전 좀비편은 강추합니다.

    코코/ 전 이번 좀비편에 실망한 사람들이 무한도전이 가진 본질적인 재미를 잊어버린 것처럼 보입니다.
  • 제타 2009/08/11 05:22 # 삭제 답글

    저도 무도 팬인데 좀비편 솔직히 별로 재미 없었어요
    뭐 작성자님 말처럼 박명수씨가 사다리 떨어뜨리고 노홍철씨가 사악한 행동하고 정준하씨가 잡혀 바보형하고 그리곤 유재석씨가 마지막 빅재미 최고의 반전이었어요 ㅋㅋ 최고 ㅎㅎ
    정말 캐릭터의 본질없이 제작진 의도대로 갔더라면 재미 없었을듯 해요
    근데 서인영씨 나와서 한게 없네;;
  • 잠뿌리 2009/08/11 15:35 # 답글

    제타/ 서인영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인기를 끌어서 나온거 같은데 별 다른 활약은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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