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 좀비 영화




공포 영화 역사상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체 시리즈 3부작 중 첫번째 작품. '조지 A 로메로'감독은 '화이트 좀비'로 시작한 비인기 장르의 좀비 호러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내면서, 이후에 나온 무수한 좀비물의 모테가 됨으로써 혹자에게 좀비 영화의 전범이라고까지 불렸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어느날 갑자기 방사능으로 인해 죽은 시체들이 되살아나 산 사람을 죽이고 그 살을 먹으며 좀비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면서 마을이 황폐화되는 데 그것도 모르고 아버지 성묘를 갔던 '바바라'가 좀비에게 쫓기다가 어느 한적한 시골 집에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카메라 촬영 기법이나 연출을 보면, 아무리 옛날 영화라고 해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묘지 시퀀스 하나만 보더라도 충분히 훌륭하다. 주인공이 도망치다 차 안에 타자 좀비가 막 뛰어 오더니 돌덩이를 줏어서 창문을 와장창 깨고 덤비는 모습은, 분장이 아무리 어색해도 긴장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집에 틀어 박혀 현관 문에 판자를 갖다 데고 못질을 한 뒤 방 안에 있는 문을 떼어다 단단히 막아 두는, 밀폐된 공간의 전운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집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이념의 대립으로 인하여 내부 분열까지 일어나서 끝없는 종말을 암시하는 부분이 바로 공포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가 해피 엔딩이 아니라 배드 엔딩으로 끝난 건 참 다행이다. 작품 내에서 표현한 이념이 화합을 이루고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나간 것으로 끝이 났다면, 좀비 영화 붐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호러 영화 역사상 최초로 흑인이 주인공으로 나온 것도 신선했고,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좀비가 아니라 인간이란 점을 시사한 것도 나름대로 충격적이었다.

차를 타고 도망가다 폭사하는 톰과 쥬디의 시체를 가지고 좀비들이 바베큐 파티를 벌이는 장면은 후대 좀비 영화에서 무수히 패러디된 연출이며, 판자로 못질한 문을 뚫고 좀비의 팔이 우수수 들어와 안에 있는 사람을 끌어 당기는 연출은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쉽게 알만한 걸 꼽자면 '캡콤'에서 만든 '바이오 하자드'에서 오마쥬화된 적 있다.

극중 모든 좀비들은 조지 로메오 감독의 친지나 이웃 사람을 데려다 쓴 거고 세트라고 해봤자 시골 집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엄청난 저예산으로 만들었지만 예산 대 흥행 비율로 따져 볼 때 전례 없는 흥행을 이루면서 호러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또 하나의 전형을 이루어 좀비 호러 장르가 활성화된 계기를 만들었으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감독 본인은 단지 저예산 공포 영화 정도로 생각하고 찍었다며 인터뷰를 통해 밝혔지만 작품 내에 담긴 내용과 상징성이 워낙 많아, 당대는 물론이고 후대의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각양각생의 평가를 들으며 살이 붙어 영원한 생명을 얻는 명작이 됐다.

집과 그 안에 있는 가정이 상징하는 가족 제도. 좀비로 변한 딸이 어머니를 삽으로 찔러 죽이고 총 맞아 죽은 아버지의 뇌를 파 먹는 충격적인 연출이 상징하는 가족의 붕괴. 지하실 안에 숨어 있기와 밖으로 나가 탈출 하기 등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이념적 대립. 끝까지 살아 남지만 좀비로 오인 받아 총 맞아 죽는 주인공 '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좀비 토벌대를 결성해 매스컴의 호평 속에 양지의 영웅으로 부각된 보안관 '맥클레인'을 통해 나타내는 당 시대의 인종차별. 그리고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그냥 울기만 하다가 끝내 좀비로 변한 자기 오빠한테 최후를 맞이하는 백치 히로인 '바바라'로 표현한 당 시대의 무능한 미국 여성 상을 비꼰 성차별. 죽은 시체가 되살아나 좀비가 된 뒤 산 사람을 죽이고 살을 먹는 본능은 메카시즘을 상징하기도 하며, 도구를 사용하고 불을 무서워한다는 점에 있어 원시 시대의 인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 한발 더 나아가 혹자는 방사능으로 인해 나타난 좀비 무리가 던지는 종말의 메세지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동급이라 말을 하기도 하며 성서의 묵시록까지 언급한다.

분명 이 작품은 당 시대의 사회를 비판하는 의식이 강하며 여러 가지를 상징하고 또 조롱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이 주 목적인 것 아닌 듯 싶다. '셈 레이미' 감독이 '이블 데드 1'를 만들었을 때 아는 친구 5명과 함께 심심풀이 땅콩용으로 찍어서 술집 같은 곳에서나 비디오로 상영할 생각을 했으나 정작 후대에 가서는 저예산 스플레터 호러의 명작으로 거듭났으니 이 작품 역시 거의 비슷한 축에 속한다.

어떤 창작가든 간에 자신의 작품을 처음 발표할 때부터, 명작이 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명작이란 작품의 퀄리티 뿐만이 아니라 관객과 평론가가 살을 붙임으로써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었어도 그걸 보는 사람과 평가하는 사람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면 존재 가치가 희미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보는 사람의 평가도 영화의 가치 판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는것 같다.

결론은 후대의 사람들이 어떤 해석을 하던 간에 이 영화가 명작이란 사실은 변치 않으니, 스스로 호러 영화 팬이라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봐야할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좀비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으니, 좀비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꼭 구해 보기 바란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의 제작비는 불과 십일만사천 달러 밖에 안되며, 극중 나무를 들이 받고 찌그러지는 자동차는 로메로 감독 어머니의 것이고 피가 나오는 연출에 쓰인 소품은 가짜 피가 아니라 초콜릿 시럽이라고 한다.


덧글

  • 진정한진리 2008/07/18 23:17 # 답글

    드디어 좀비 영화 카테고리도 개설되었군요! 로메로 감독님의 좀비 영화는 정말 최고라는 말 외에는 표현 못하지요.
  • 시무언 2008/07/19 02:33 # 삭제 답글

    로메로 옹의 포스는 아무나 못 따라하죠
  • Nurung 2008/07/19 03:02 # 답글

    +호러 영화 역사상 최초로 흑인이 주인공으로 나온 것도 신선했고,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좀비가 아니라 인간이란 점을 시사한 것도 나름대로 충격적이었다.
    :랜드 오브 데드를 보고서 많이 느낀 점입니다. 좀비가 더 인간적이더군요. 좀비를 놀이감으로 생각하고 학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보다 좀비가 낫겠다는 생각 많이 해봤습니다.
  • 이준님 2008/07/19 05:51 # 답글

    전 이걸 무려 테크노 컬러 입힌판으로 봤습니다. -_-
  • dethrock 2008/07/19 11:17 # 답글

    우와 이 카테고리 기대됩니다
  • 잠뿌리 2008/07/19 20:27 # 답글

    진정한진리/ 좀비물의 본좌지요.

    시무언/ 조지 로메로는 그야말로 좀비물의 아버지나 마찬가지지요.

    Nurung/ 조지 로메로는 좀비물의 초석을 다졌으면서도 당 시대를 앞서나간 걸 많이 보여주었지요. 후대에 나온 살육만 남은 좀비물들과 대조됩니다.

    이준님/ 전 흑백 영화로 봤습니다.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서 좋더군요.

    dethrock/ 아마도 이 카테고리가 영화가 제일 많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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