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신 (2005) 한국 공포 영화




2005년에 김용균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어느 날 지하철 승강장에서 한 여고생이 분홍신을 신었다가 발목이 잘려 죽는 무서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구두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 이혼녀인 주인공이 우연히 그 구두를 주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일단 이 작품은 고전 동화 빨간 구두를 컨셉으로 삼은 잔혹 동화물이라 할 수 있는데.. 구두에 얽힌 저주와 원한이란 점을 미루어 보면, 구두는 단지 사건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장치에 불과할 뿐. 주체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구두를 신으면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이 빨강 구두의 주요 소재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것 같아 좀 아쉽다.

빨강 구두의 원작에서 가장 큰 갈등이 바로 한번 신으면 벗을 수 없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춰야 하는 설정 아닌가?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자면, 안데르센이 지은 동화로 한 소녀가 교회에 빨강 구두를 신고 갔다가 하느님의 노여움을 받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친 듯이 춤을 추다가 마침내 사형 집행인에게 애원하여 도끼로 구두를 신은 발목을 통째로 잘라 버린 뒤 그 이후로 의족을 차고 착한 일을 하다가 마침내 용서를 받고 승천하게 된다는 교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잔혹한 동화다.

원작의 호러 포인트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좀 더 많은 희생자와 희생의 과정을 다루었어야 된다고 본다. 그리고 벗고 싶은데 벗을 수 없는 그런 과정을 보여줘야 아 이거이 좀 무섭구나 하겠는데 괜히 저주와 원한 같이 진부한 설정을 넣어서 공포도를 떨어트렸다.

오로지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중요한 부분을 그냥 넘어간 것 같다.

쓸데없는 장면이 조금 많고 장면 장면을 너무 딱딱 끊어 놓아서 개연성이 떨어지니 너무 억지스러운 장면이 많아서 흥미가 떨어지지만, 귀신의 저주와 스릴러의 조합 자체는 괜찮았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혜수도 얼굴 없는 미녀 때보다는 여기서 더 나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극중 김혜수의 딸로 나오는 아역 배우는 귀신 화장한 얼굴이 분장 자체의 공포를 주었으나 연기력은 그다지였다. 식스센스의 장치는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에서 사방을 어둡게 만들어 공포를 조성하는 연출이 있는데, 이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아쉽다. 아예 주제를 지하철로 삼고 어둠을 소재로 한 공포물을 만들었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다.

머리를 축 늘어트린 의문의 여자들이 득실거리며 3층에서 멈춰서 더 올라가지 않는 음산한 엘리베이터 같은 소재는 팽 브라더스의 디 아이를 연상시키지만 공포의 장치 자체로는 꽤 오싹한데 역시나 작품 전체적으로 보면 왜 나왔는지 모를 장면이다.

천장에서 흘러나오는 피분수의 환영은 연출 자체로 보면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 역시나 전체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고 또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나이트메어 1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맨 마지막에 나온 어둠에 짙게 깔린 지하철 시퀀스는 마음에 든다. 물론 막판 반전은 별로였지만 말이다.

결론은 평작. 호러와 스릴러의 조합. 시도는 좋았지만 완성된 작품은 어중간했다. 둘 중에 하나를 분명히 했어야 제대로 된 작품이 나왔을 것이다.


덧글

  • 시무언 2008/07/15 00:55 # 삭제 답글

    오타나셨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 1이 아닐까요?

    어째 분홍신이란 동화는 은근히 고어하단 말이죠-_- 애 발모가지를 잘라버리다니-_-
  • 잠뿌리 2008/07/15 19:28 # 답글

    시무언/ 아, 오타났네요. 수정했습니다. 분홍신 원작 동화는 굉장히 고어하죠. 잘린 발이 구두를 신은 채로 영원히 춤을 췄다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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