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7.10 미스테리 특공대 귀신들림 편을 보고.. 프리토크


목요일이면 보통 해피 투게더를 본 다음 시사 투나잇을 보다가 100분 토론을 보는 게 일상적인 시청 패턴이었지만.. 어제 자 인터넷 기사에 정형돈이 미스터리 특공대 촬영 이후 귀신을 보게 됐다고 하소연하는 기사가 떠서 흥미가 느껴져 이번 주는 미스터리 특공대를 보기로 했다.

사실 미스터리 특공대는 벌써 방영한 지 몇 회 됐지만 미스터리한 현상의 과학적 접근에 치중한 나머지 과정은 미스터리해도 결말은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최면 편도 그러했고 흉가 체험편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 편 납량특집 시리즈 2탄 '귀신들림'편은 조금 달랐다.

흔히 빙의라고 일컫어지는 이 귀신들림은 병원에서도 정신병과 빙의 현상을 구분지어, 빙의 현상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불교와 기독교 등 종교계에서도 역시 정신병과 빙의를 구분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번 편의 재미는 역시 퇴마, 흔히 귀신 퇴치라고 불리는 엑소시즘 의식에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모 특집 프로그램으로 인해 기독교 단체의 항의를 받고 있는 현 상황을 의식해서 그런지 몰라도. 귀신 들림 현상에 고통 받는 제보자를 불러다가 법당에 들어가 귀신 퇴치를 전문으로 하는 스님을 모셔다가 의식을 치루는 걸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기독교는 안수기도, 천주교는 구마 의식, 불교는 천도제, 의학계는 최면 치료 등으로 퇴마 의식을 구분 짓고 여기서 불교계의 것을 보여준 것인데.. 이게 또 참신하게 다가왔다.

기독교 계통의 구마 의식은 차분한 대화와 기도로 이어지는 반면 불교계의 구마 의식은 TV로도 잘 알려진 퇴마사들이 행하는 것과 같이 처음에 대화로 시작해서 혼령을 달래다가 지옥의 환영이나 고통을 암시적으로 전달하면서 종극에 이르러 인간의 몸에서 나오게끔 유도한다.

그 과정에서 빙의를 당한 사람이 평소와 전혀 다른, 성별과 나이를 초월한 기괴한 목소리로 욕을 하거나 비명을 지르기 때문에 곁에서 지켜 보는 사람들은 보는 내내 깜짝깜짝 놀랄만 하다.

이번 편에서 빙의 당한 제보자는 그 몸에 시아버지와 삼촌, 조카 등 일가 친척 셋의 혼령이 들어가서 며느리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그냥 두고 못 떠나겠다는 미련과 한 때문에 고통스럽게 했다는 진실이 밝혀졌는데, 이것은 어떻게 보면 과거 1900년대에 실제로 있었던 서양의 엑소시즘 사건에서 한 사람의 몸에 여러 개의 악마의 혼이 빙의되어있던 것과 같은 맥락인 것 같다.

빙의 현상이란 확실히 동서양을 초월한 것 같다.

이번 편은 프로그램 진행 내내 퇴마 의식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사실 미스터리 특공대 멤버들은 그냥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로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채 지켜보기만 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오히려 대사와 반응을 절제하고 지켜보기만 함으로써 보다 더 무섭고 심각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납량특집에 걸맞게 진행됐다.

물론 지금까지 구마 의식이 한 번도 방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과거 iTV 인천 방송에서 방영했던 미스터리 극장 위험한 초대에서 김세환 법사라고 퇴마사가 출현하여 제보자에게 씌인 혼령을 내보내는 장면들이 몇 번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그때는 철저하게 모자이크 처리하고 목소리를 변조했으나 이번에는 맨 얼굴과 목소리가 별도의 편집 없이 그대로 나왔기 때문에 임펙트가 달랐다.

공중파 방송에서 구마 의식의 전체는 아니더라도 절반 이상의 진행 과정을 보여준 건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의식과 빙의, 귀신이 진짜이냐 가짜이냐.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공중파 TV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다루지 않았던 것을 볼 수 있고 납량특집이란 타이틀에 걸맞는 공포를 선사했으니 그걸로 족하다.

어쨌든 이번 주 미스터리 특공대가 워낙 흥미로워서 아마도 다음주에도 또 볼 것 같다. 다음주 예고편을 보니 주제가 자살이고, 유난히 자살자가 많이 나오는 마을과 학교를 방문하는 것 같은데.. 그 어떠한 과학적 논리도 없지만 다분히 오컬트적인 잠재/심리적 위험을 무릅쓰고 방송을 촬영하는 제작진과 특공대 멤버들의 용기와 의지를 높이 사고 싶다.

여담이지만 나도 실제로 안수 기도는 본 적이 있다. 난 성당에 안 나간지 몇 년 됐지만 어쨌든 우리 집이 천주교를 믿었고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 지하실 월세를 살 때 특별히 무슨 귀신 들림 현상을 겪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난하고 어려운 형편인 게 무슨 조상령이 붙었다 어쨌다 하면서, 어떤 성당 사람이 와서 안수 기도를 했는데 기도와 호통, 동물 울음 소리 흉내로 일관하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덧글

  • Scott 2008/07/11 10:42 # 답글

    음...저도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서 봤는데, 의외로 불교쪽에서도 그걸 정확히 구분을 하고 있는걸 보고서 놀랐습니다. 태산 스님이란 분께서 정신병인 사람과 아닌 사람을 명확히 구분해 내시는게 참 신기했던..
  • 잠뿌리 2008/07/11 10:57 # 답글

    Scott/ 그게 정말 의외였습니다. 정신병인 사람을 구분하고 병원 치료를 권하는 게 말이죠.
  • 나무 2008/07/12 06:16 # 삭제 답글

    정신의학 서적은 시중에 나가면 다양하게 있죠.
    그런거 한두권도 안읽어보고 퇴마의식을 하기란 힘들죠.
  • 잠뿌리 2008/07/12 21:38 # 답글

    나무/ 퇴마에도 많은 지식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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