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 식탁 (Uninvited, The, 2003) 한국 공포 영화




'박신양' '전지현'등의 인기 배우가 출현하고 '이수현'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심리 / 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 충무로 캐스팅 0순위의 전지현으로서는 처음 도전하는 호러 영화라 나오기 전에는 꽤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결과물은 과연 어떨까?

이 영화는 관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영화다. 감독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다하고 끝내는 무책임한 영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퀄리티가 높은 것도 아니다. 감독은 하고 싶은 애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긴 했지만 그걸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든 것이다.

줄거리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고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정환'이 전철 안에서 두 소녀의 죽음을 목격 하는데 그날 이후 계속 악몽을 꾸게 되어 정신과 병원을 찾아갔는데 거기서 우연히 '정연'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매우 재미가 없다. 그리고 무척 지루하다. 120분의 플레이 타임 동안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건 재미와 감동, 무서움이 아니라 수면제 대용의 지루함이다.

지나치게 느린 전개. 지나치게 지루한 편집. 지나치게 딱딱한 대사. 모든 것이 다 느리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 깊이 있는 스토리나 완성도 있는 구조. 가슴의 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와 메아리 치는 감성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많다. 감독 나름대로 이 세상의 부조리함을 고발했지만 전부 대안이 없는 비평이다.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데 자기가 할 말만 실컷 늘어 놓은 채 끝내는 건 관객들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무책임의 절정에 달한 표현이다.

각각의 사건에 연계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부연 설명도 부족하기 때문에 아무리 봐도 납득을 할 수가 없다. 어두운 과거 혹은 성장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정환과 정연, 지하철의 두 소녀 유령이 교합점을 찾을 수는 있지만.. 그게 가족으로 상징되는 4인용 식탁에 같이 앉게 되는 것의 당위성은 없다.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소녀 유령의 과거를 좀 더 면밀하게 다루어야 했다. 정연이 정환 앞에 앉은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두 소녀는 왜 거기에 있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회에 소외 받아 인간에게서 떨어져 결국 유령이 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 모인 것이다 라고 하기에는 정환과 소녀 유령들의 관계가 너무 애매하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관객에게 추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최소한 시나리오를 탄탄히 만들어 놓아야 할 것 아닌가? 아니, 적어도 자신이 풀어 놓은 일을 다 끝내놓고 그렇게 말을 해야하는데 소설의 요소로 비유를 하자면 발단과 전개는 있지만, 위기 절정 결말이 전혀 없어서 완전 엉망진창이다.

호러를 표방한 것 치고는 잔인한 장면이나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별로 없지만, 일반적으로 헐리웃 영화의 법칙으로 대변되는 것을 기준으로 볼 때 설정에 있어서 어린 아이를 죽이는 묘사는 터부시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설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이를 테면 어린 아기를 빌딩 아래로 그대로 내던지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어린 소녀를 지하철 좌석에 앉히고 수면제가 든 과자를 먹여 죽이는 것, 박신양의 꿈 회상에서 청소 트럭의 뒷바퀴에 채여 죽는 어린 소년을 하수구 아래 처박는 장면 등등 정말 지겨울 정도로 많이 나온다.

그러한 살해 장면을 넣으면서 무슨 말을 하려는 것까지는 조금 이해가 간다. 4인용 식탁이 상징하는 것은 단란한 부부와 두 아이로 이루어진 가정인데, 그러한 가정을 이루지못하고 불행한 과거를 간직한 정환과 정연에 촛점을 맞췄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앞서 구구절절히 말했지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그것 뿐이고 그 의외의 것은 모두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미스 캐스팅인데 히로인 역인 '정연'역을 맡은 전지현의 연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졸린 듯한 목소리.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의 오바 연기. 정말 너무 끔찍해서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게 만든다. 역시 그녀는 아직은 이런 연기를 잘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정말 꿈에 나올까 두려울 정도다.

정연의 경우 캐스팅만 잘했어도 영화 분위기가 잘 살았겠지만, 잘못된 캐스팅으로 인해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박신양은 본래 극중 인물 '정환'자체가 어눌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렇다쳐도 전지현이 보여준 연기는 내가 올해 본 영화 중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관객들에게 무성의하고 지루하며 재미 없는 영화지만, 감독 자신에게 있어서 만큼은 할 애기 다 했으니 만족스럽다는 측면에서 볼 때 별 두개를 줄 수는 있다고 보지만 전지현의 좌절스러운 연기 실력 덕분에 별 한개도 안까울 지경이다.

시간이 너무 남아 돌고 사는 게 재미가 없어서 밥먹고 자는 것 조차 지겨운 사람이 있다면 한번 쯤 볼만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의외의 사람에게는 절대적으로 비추천한다.


덧글

  • ArborDay 2008/07/08 16:53 # 답글

    아찔할 정도의 평이네요. 전 꽤 좋아하는 작품인데 말이죠.
    그런데 이런 종류의 문제에 대해 대안을 확고히 제시할 수 있는 감독이 있을까요?
  • 진정한진리 2008/07/08 20:18 # 답글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영화에서 잘 평가하는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관객들이 이해가지 못하게 하는것은 안되지요....쩝;;
  • 시무언 2008/07/09 13:36 # 삭제 답글

    자기 블로그에 쓸 물건을 영화로 만든 느낌이군요-_-
  • 잠뿌리 2008/07/09 14:20 # 답글

    Arborday/ 적어도 국내에선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 공포 영화는 정체되어 있지요.

    진정한진리/ 최소한 관객이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의 떡밥을 던지는 노련함이 필요합니다.

    시무언/ 감독 뿐만이 아니라 전지현과 박신양에게도 흑역사가 될 것 같아요.
  • 실꾸리 2008/07/10 10:59 # 답글

    저는 개인적으로 참 재밌게 집중해서 봤던 영화였어요.... 그런데, 말씀처럼 아이들이 죽는 설정이 자꾸 나오는 것은 대단히 불편했어요...
  • 잠뿌리 2008/07/10 14:55 # 답글

    실꾸리/ 아이들에게 정말 가차없었지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13804
5580
9526556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