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2006) 한국 공포 영화




미스테리 심리 썰렁 공포물을 표방한 강풀 작가의 원작 만화를 2006년에 안병기 감독이 영화화시킨 작품. 과거 인기 스타였던 고소영의 컴백 작이기도 하다.

내용은 9시 56분만되면 건물 전체의 불이 꺼지는 아파트에서 매번 자살자가 생겨나는데 그 맞은 편 건물로 이사 온 주인공이 괴사건을 접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보통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올드보이 같은 게 특이 케이스고 어지간해선 원작을 뛰어넘지 못하고 항상 비교되다가 사라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 아파트는 바로 그런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안병기 감독은 인터뷰에서 원작은 20%를 가져다 쓰고 80%는 오리지날이라고 했지만 막상 나온 영화를 보면 원작을 80%쓰고 20%를 안병기 감독 오리지날로 넣었다. 그런데 그 80%가 원작 필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을 정도로 20%의 추가적인 요소가 엄청 망가졌다.

안병기 감독은 감독 데뷔 이후부터 가위, 폰, 분신사바 등 꾸준히 호러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인데.. 그의 4번째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선 관객들을에게 공포를 주는 근본적인 요소가 옛날하고 똑같다.

도대체 언제까지 각기 춤추는 사다코와 가야코의 망령을 보고 놀라야 하는가?(주: 사다코는 링. 가야코는 주온) 본래 동양 호러가 시각적인 부분보단 분위기를 잡고 소리로 무섭게 만드는 게 기본이긴 하나 공포 영화 짬밥만 따지면 국내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감독이 아직도 구시대적 원귀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원한을 가지고 죽은 귀신이란 뜻의 원귀는 공포물의 단골 소재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안병기 감독의 영화들은 너무 뻔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에서 그나마 건질만한 것 같지만 실은 미묘한 게 바로 고소영인데. 수년만에 복귀한 것 치곤 스크린에서 상당히 예쁘게, 30대 중반이란 나이가 무색하게 예쁘게 찍혔지만 차가워 보이는 인상을 가졌으나 실상은 외로움을 타는 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하기엔 연기력이 너무 딸린다. 보통 저런 캐릭터는 감정의 기복이 커야할텐데 그런 게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서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치명적인 건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렇게 한 건지 몰라도 호러 영화의 주인공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놀람'이란 게 없다는 것이다. 어떤 괴기 현상을 마주치더라도 주요 인물들은 비명 한번 지르지 않는다. 특히나 고소영이 맡은 주인공은 그 괴현상의 중심에 있으면서 꼭 놀라서 소시를 지를 타이밍이 꿈이나 환상으로 끝나 다음 씬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맥빠진다는 말이다.

보통 귀신을 보면 소리 지르고 공포에 떨며 도망쳐야 정상 아닌가? 그런 당연한 감정이 결여되어 있으니 어디서 공포를 느끼란 건지 모르겠다.

필름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지금의 관객이 주석 없이 장면 몇 개만 보고 모든 걸 유추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극중 유연과 관계된 인물들은 지나치게 현실감이 떨어지는 기괴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나오는 족족 죽여서 퇴장시키니 지루하기보단 짜증까지 난다.

이 놈은 어째서 죽어야 하는가? 이건 설명이 됐지만 이 놈이 왜 그러는가? 이게 설명이 안 되어 있다. 후자가 성립이 안 되면 해당 캐릭터에 현실감이 떨어지고 그러면 공포감이 더욱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론은 비추천. 강풀 작가의 아파트를 재미있게 본 사람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겠지만 그게 바로 낚인 거다. 원작을 생각하며 보면 실망이 2배. 원작으로 모르고 보면 안병기 감독의 퇴보에 1.5배 실망. 링, 주온, 안병기 감독의 전작을 본 적이 없고 이번에 처음 보는 거라면 음향 효과에 깜짝깜짝 놀랄 정도는 될 것이라 본다.

여담이지만 대놓고 무섭게 만들어주겠어! 라는 의도가 강하게 엿보인 까드득거리는 소리. 그거 매우 구리다. 게다가 그런 의도적인 음향 효과에 의존한 공포 포인트는 진짜 주온의 망령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안병기 감독은 좀 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언제까지 링과 주온의 연출 카피로 먹고 살 생각일까.


덧글

  • 정호찬 2008/07/06 23:07 # 답글

    전 이거 속는 셈치고 극장에서 봤는데...... 그놈의 음향 효과는 놀라기보단 아예 귀청 떨어질 수준이었습니다. 정말 딱 생각을 굳혀버린 게 안병기 머릿속에는 딱 저런 거 밖에 없어요.

    고소영은 원래 좋아하는 건 아니긴 했지만 인간적으로 해도 너무한 연기력에 질려버렸다는.


    강풀이 이거 보고 버닝해서 다른 작품인 바보가 영화화될 땐 반드시 제작에 참여했다고 하죠.
  • 잠뿌리 2008/07/07 16:42 # 답글

    정호찬/ 역시 원작자가 보고 화낼만 했지요. 안병기 감독은 링과 사다코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진정한진리 2008/07/07 20:06 # 답글

    강풀 원작 만화 아파트를 너무 재미있게 본 사람으로서 예고편만 보고서 바로 실망했을 정도입니다(...) 바보는 다행히 성공하여서 기뻤습니다.
  • 잠뿌리 2008/07/08 08:30 # 답글

    진정한진리/ 불행 중 다행이지요.
  • 헬몬트 2009/06/08 23:07 # 답글

    당연히 망할법 하던
  • 잠뿌리 2009/06/11 10:13 # 답글

    헬몬트/ 망할 수 밖에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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