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2002) 한국 공포 영화




'가위'로 영화계에 데뷔한 '안병기'감독이 2002년에 발표한 작품. 가위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귀신 역을 충실히 소화한 '하지원'을 주인공으로 기용하고 제작비는 전작의 두 배로 약 30억 가량을 들였으며, 국내 영화로서는 최초로 월트 디느지의 배급사인 브에나비스타코리아의 투자 배급을 받은 작품이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핸드폰에서 정체불명의 문자 메세지가 오는데 그걸 받은 사람들이 심장마비로 죽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서 잡지 기자인 주인공이 그 사건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가위는 미국의 하이틴 슬래셔 호러 무비의 공식에 원한 령이라는 한국적 소재를 접목시킨 신선한 작품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노골적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공포 영화 중 하나인 '링'을 답습했다.

소재의 중심인 귀신이 가진 원한이 링에 나오는 사다코와 다르므로 표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TV 대신 핸드폰을 저주의 매개체로 활용하고 기자인 주인공이 의문의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방식이 너무 비슷하기 때문에 솔직히 독창성은 전작인 가위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배우는 단 두 명이다. 우선 가위에도 출현한 적이 있는 '하지원'인데, 뭐 특별히 연기력이 아주 좋지는 않지만 맡은 배역을 충실하게 소화해서 잘만하면 한국의 호러 퀸으로 등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또 한 명은 바로 아역 배우 은서우다.

은서우가 맡은 역은 주인공 친구의 어린 딸로 귀신이 들려서, 표독스러운 얼굴로 날카로운 대사를 내뱉는 그런 캐릭터인데.. 일단 아이 치고는 제법 괜찮은 연기 수준을 보여준다. 하지만, 솔직히 각본 상의 문제로 인해 캐릭터의 비중도 그리 크지 않거니와 잘 살아있지도 않아서 그 유명한 '엑소시스트'에서 '리건'역을 맡은 '린다 블레어'와 비교를 하는 건 절대 무리다.

트레일러를 처음 봤을 때 은서우의 등장 씬을 보고 굉장히 기대를 했건 만, 영화를 직접 본 뒤에는 굉장히 실망했다. 출현 씬도 별로 없거니와 비중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문제는 은서우가 맡은 캐릭터 보다 더 중요한, 저주 받은 핸드폰이라는 소재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희생자가 좀 더 많았어야 했다고나 할까? 핸드폰의 저주성 역시, 무작위가 아니라 죽어야 할 사람만 죽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미스테리 요소를 풀어갈 때도, 사건의 시작과 끝이 함께 있는 친구의 집을 배경으로 한 게 주를 이루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상당히 지루했고 전혀 무섭지도 않았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귀신의 한이란 한국적 소재를 도시 괴담에 접목시켜 현대적인 감각으로 부활시킨 건 높이 살만 하지만.. 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게 치명적인 문제다. 가위 때보다 더 링에 영향을 받아 버렸는데, 정말 냉정하게 보면 아류작조차 되지 못한 구성과 연출을 가지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할 때는 무서운 장면이 속출하겠지만.. 공포 영화를 많이 본 사람에게는 하나도 무섭지 않고 지루하며 재미 없는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트레일러를 보고 기대한 것의 반에 반도 못 미쳤다.

딱 한 가지 마음에 드는 장면은, 비록 스토리 구조 상으로는 그다지 적절한 것 같지는 않으나 나름대로 충격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는 클라이막스 부분의 연출이다. 정말 지루하고 재미 없었는데 이 장면 하나 만큼은 제법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결론은 매니아 층보다 일반 관객에게 권해줄 만한 작품이다.


덧글

  • TokaNG 2008/07/03 00:42 # 답글

    이거 극장에서 보고 나오는데 마침 영화에서 울렸던 소리와 같은 벨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져서 사람들이 한번 더 놀랐던 기억이..;;;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거지만..
    공포영화는 스피커 가까이서 보면 안됩니다..=_=;;;
    심장 멎는줄 알았...
  • Nurung 2008/07/03 00:52 # 답글

    이탈리아에서 한국의 기치를 드높인 영화였다고 알고 있어요
  • 이준님 2008/07/03 03:53 # 답글

    차라리 핸드폰을 가지고 세기말적인 작품을 남긴 스티븐 킹이 더 존경스럽더군요
  • 잠뿌리 2008/07/03 11:08 # 답글

    TokaNG/ 확실히 이 영화에선 소리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서 극장에서 스피커 가까이 있었다면 충격이 더 컸겠네요.

    Nurung/ 이탈리아를 비롯한 해외 몇몇 나라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이준님/ 저도 그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안병기 감독과 스티븐 킹의 차이가 너무 크죠.
  • loco 2008/09/01 09:43 # 삭제 답글

    군대에서 비디오로 봤는데.. 아역배우가 정말 후덜덜 하더군요.
  • 잠뿌리 2008/09/01 22:15 # 답글

    loco/ 트레일러 무비에선 아역 배우가 섬뜩하게 나왔죠. 본편에선 좀 그렇지만요.
  • 헬몬트 2009/01/17 18:45 # 답글

    그리고 !? 일본에서도 흥행은 꽤 거두었습니다

    8억엔인가 수익을 거두었으니 엄청 대박은 아니라도. 중박은 넘었죠
  • 잠뿌리 2009/01/19 11:35 # 답글

    헬몬트/ 일본에선 꽤 선전했네요.
  • 헬몬트 2009/06/08 23:13 # 답글

    이게 중박 거두는 바람에 분신사바와 아파트가 일본에 빨리 팔렸죠

    그리고 두 영화는 ㅡ ㅡ..일본 흥행은 말하지 않아도 아실 듯
  • 헬몬트 2009/12/06 19:05 # 답글

    얼마전에 헐리웃에서 제작한다고 발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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