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계단 (The People Under The Stairs, 1991) 웨스 크레이븐 원작 영화




1991년에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빈민가를 배경으로 암투병 중인 어머니와 임신한 누나가 있는 상황에서 집세를 3일 째 못 내 쫓겨날 처지에 놓인 13세 소년 풀(포인덱스터)이 빈민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악덕 백인 부부가 사는 부잣집에 금화가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훔치기 위해 저택에 몰래 잠입했다가, 실은 그 부부가 남매 지간이고 미치광이 가문의 후손으로 어린 아기들을 유괴하여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규칙 하에 신체를 훼손시켜 지하실로 내버려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악당 중의 악당이란 사실을 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1981년 경 웨스 크레이븐이 나이트메어를 만들어 대 성공을 거둔 이후 스크림을 만들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에 나온 작품으로 혹자는 실패작 중 하나라고 보기도 하며, 국내에서는 비디오 표지가 지하실에 갇혀 사는 이형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무서운 걸 기대하고 본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가만히 보면 볼만한 점도 많다. 일단 이 작품은 본격 호러물은 아니고 오히려 어반물에 가깝다. 번역하자면 도시 괴담 풍이라고나 할까. 흑인들이 사는 빈민가에 자본주의의 대표이자 미치광이 백인 부부가 살며 온갖 나쁜 짓을 다하고 집안에 막대한 재산과 금화를 숨기고 있고, 그들이 막장 짓을 하며 유괴한 아이들을 마구 학대를 받다가 지하실에 버려져 괴물이 되어버렸다.

이런 소재에서 출발하고 있으니 백인 부부가 사이코 짓을 해도 사이코 스릴러보다 어반물의 향취가 더 강하게 나는 것 같다.

좀 더 쉽게 풀어 말하자면 현대의 우화에 가까우며, 주인공 풀은 비록 13세 어린 소년이지만 빈민층을 대표하여 사회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악당 백인 부부를 쓰러트리기 때문에 나름대로 통쾌하고 또 깊은 의미도 가지고 있다.

정말 무서운 영화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이 크겠지만 코미디, 액션, 호러, 스릴러가 적당히 가미된 B급 영화를 보는 관점에서 본다면 꽤 재미있다.

잔인한 장면과 가학적인 장면이 다소 존재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13세 소년 풀이나 홀로 집에의 맥걸리 컬킨이 맡은 케빈 뺨치는 대활약을 하며 검은 개한테 쫓기다 주먹으로 아구지를 날리는가 하면 좁은 통로에서 몸싸움을 하기도 하고, 샷건으로 무장한 악당 백인 남자에 대항해 급소에 펀치까지 날리며 나중에 가서는 총기와 폭약으로 위협까지 하고 있으니 당연히 본격 호러물을 기대하고 본 사람은 본인이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르게 흘러가는 스토리와 연출에 실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 코믹 요소도 있고 본격 호러물이 아니라 꼬마 영웅이 대활약하는 현대판 우화 내지는 동화란 관점에서 보자면 그렇게 구린 작품은 아니다.

낡은 저택의 좁은 통로를 이리저리 오가며 미치광이 부부와 검은 개의 위협을 피해 다니고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폴의 활약을 보면 모험물에 가깝기까지 하다.

애초에 저택에 들어온 목적은 금화를 찾기 위함이고 그걸 악당 부부로부터 탈취하고 붙잡힌 히로인 격인 앨리스까지 구하게 되니 이거야말로 모험물이 아니면 또 뭘까?

결론은 추천작. 모험,코믹,호러,스릴러 다양한 장르가 적당히 버무려진 어반물이 보고 싶다면 권할 만 하지만 웨스 크레이븐이란 이름과 함께 본격 호러물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그리 권해줄 만 한 작품은 아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원제를 보면 사실 계단 밑, 내용상으론 지하실에 갇혀서 손전등과 약간의 음식을 받아 연명하는 이형인들인데 국내 비디오로 출시됐을 때는 오히려 그들을 메인으로 삼아 표지도 무섭게 만들어 광고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면 오히려 착한 게 그들이고 나쁜 악당은 따로 있었으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낚였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덧글

  • 시무언 2008/06/29 04:18 # 삭제 답글

    결과적으론 어두우면서 유쾌한 우화로군요. 웨스 크레이븐 답습니다.
  • 진정한진리 2008/06/29 10:54 # 답글

    미국영화에서 많이 쓰이는 소재(?)중 하나인 백인에 대한 비판을 웨스 크레이븐 식으로 재해석하였군요.
  • 잠뿌리 2008/06/29 12:01 # 답글

    시무언/ 나이트메어도 어찌 보면 괴담/동화의 측면이 있어서 이 작품도 우화적인 성격이 웨스크레이븐의 색체가 느껴집니다.

    진정한진리/ 이 작품에선 그런 비판 의식이 참 강하죠.
  • 헬몬트 2009/01/04 21:50 # 답글

    정말 드물게 흑인 꼬맹이가 주인공인 것도 이채롭죠

    그리고 악역은 죄다 백인(둘 뿐이지만)
  • 잠뿌리 2009/01/05 19:41 # 답글

    헬몬트/ 참 색다른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 백용권 2009/01/27 22:39 # 삭제 답글

    주인 아저씨가 흑인 남자를 정육점 고기처럼 꺼꾸로 매달아 살점을 아이들에게 던져주는 장면은 충격적이었죠.. 비디오에도 이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 잠뿌리 2009/01/29 16:19 # 답글

    백용권/ 그 장면이 참 용케 안 잘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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