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죽는다 (2000) 2020년 전격 Z급 영화




2000년에 김기훈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학교에서 왕따 시키던 친구를 산장으로 불러내 가짜로 스너프 필름을 찍다가 실수로 죽인 뒤 불을 질러 파묻으려 했다가 절벽에 떨어진 걸 방치한 고3 수험생들이 수일 뒤 의문의 영상 메시지를 전달받으며 하나 둘씩 살해당하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봐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단지 어촌 마을의 교통 사고에서, 왕따 친구의 사고사로 발단이 바뀌었을 뿐. 근본적인 소재 자체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복제품이나 마찬가지다.

빨간 우비 옷을 입고 하얀 마스크를 쓴 살인마의 포쓰도 사실 나네여의 살인마 필이지만 이쪽은 한층 더 구리고 촌스러워서 그런 모습으로 시내를 활보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 간다.

나이프를 주요 무기로 사용하고 희생자의 집에 전화를 걸어 변조한 목소리로 죽음의 예고를 하며 즐기는 그런 장면은 '스크림'에서 가져 온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오리지날리티가 너무나 없고 짝퉁인 데다가, 배우들은 전부 신예 스타를 기용해서 얼굴은 신선하지만 연기력은 진짜 철철 바닥을 긴다.

변조한 목소리 연기 자체도 존나게 어색하다. 지금 현재는 꽤 인기를 얻고 있는 박은혜, 한채영 등의 신인 시절이니 특정 연예인의 팬이라면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연기가 너무 어색해 몰입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각본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호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놀람 연기와 비명 연기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하이틴 슬래셔 물로 따지고 봐도 오리지날리티 여부를 떠나서 슬래셔물 특유의 고어조차 부족하다. 꼭 죽는 장면이 나올 것 같으면 대부분 암시적으로 끝내고 실제로 푹푹 찌르고 골로 가는 장면은 별로 안 나온다.

박은혜는 그렇다 치고 한 채영. 인터넷에 가슴이라고 검색하면 한 채영이란 이름이 뜰 정도로 김혜수에 이은 한국 연예인 가슴의 차대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그녀.. 이 작품에서는 나네여의 사라 미셀 겔러 위치 정도로 가슴만 크고 머리가 빈, 호러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희생자 캐릭터로 나오는데 여기서도 진짜 가슴 하나만큼은 돋보인다.

엄지원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 그런지 전 캐릭터를 통틀어 최악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무슨 보이스웨어 틀어 놓은 것도 아니고 그 딱딱한 대사는 참..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으로 이름이 알려진 김서형도 이 작품에서 양호 선생으로 출현해 학생을 상대로 뿅뿅 생각만 하다가 골로 가는 단역을 맡았는데 딸 부잣집 이후 6년만의 복귀작에서 나온 것 치곤 너무 처참했다.

푸근한 인상의 안재원이 호러 영화에 출현해 나름 비중 있는 역할을 한 게 참신하다고 할까? 하지만 두 번째 출현 때 나오는 연기. 막판의 반전을 아예 대놓고 까발린 그 초절 구리구리한 연기는 너무했다. 태도 변화가 너무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그걸 보고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는 주인공 일행 역시..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니 다 죽을 만도 했다.

감독은 교권 추락에 대한 공포 영화식 접근을 시도한 영화라고 하는데.. 실 내용은 나네여의 한국산 짝퉁인데다가, 막판 반전에 학교가 들어가긴 하지만 주요 무대는 학교가 아니다. 그냥 고3 수험생이란 타이틀을 걸고 사회인 혹은 대학생처럼 꾸미고 다니는 양아치 날라리 일행의 참살기에 지나지 않는다. 나네여의 짝퉁이란 걸 인정한 요소는 그들이 학생이 학생다운 게 아니라 사회인, 대학생처럼 하고 다니며 놀고 먹고 차 몰고 다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어딜 봐서 이 친구들이 고3 수험생인지 모르겠다. 이 친구들은 그냥 나네여 필의 미국 하이틴 학생들이다.

정합성도 떨어지는데 누가 봐도 딱 눈에 띄는 빨간색 우비에 하얀 마스크, 구두를 신고 대로를 활보하는 살인마를 보고 주위 사람들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 것과 나중에 살인마가 사우나에 침입했는데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하나도 없고 주인도 그걸 발견하지 못한 것. 그리고 애들이 휴게소에서 햄버거 콜라 먹고 있는데 난데 없이 휴게소 TV에서 살인마의 영상 메시지가 나온다거나 훤한 대낮에 정차된 버스 안에 갇혔는데 버스 천장에서 살인마가 아래로 휙 내려 들어온다는 것 등등.. 주위에 사람이 득실거려도 그게 다 배경이고 실제 스토리엔 영향을 주지 않는 무미 건조함이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빤히 보이는 반전. 거기에 이중으로 깔아 놓은 반전은 완전 캐억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스크림. 그 두 작품에 이어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라도 넣고 싶었던 걸까? 어쨌든 그런 개구린 반전에 희생된 담임 역의 안재환은 참 안구에 습기찼다.

이런 끔찍 좌절스러운 각본을 가지고 제 아무리 메탈 풍의 BGM을 졸라게 깔아 놓아 나네여 필을 내려고 해도 쌈마이함을 피할 수 없다.

결론은 비추천. 개인적으로 해변으로 가다, 하피에 이어서 21세기 한국 3대 쌈마이 호러 영화 중 하나로 꼽고 싶다. 엄지원, 한 채영, 박은혜 등 인기 스타들의 풋풋한 신인 시절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 외의 사람에게는 예의 상 절대 권할 수 없는 무서운 영화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의 악명은 당시 떠돌던 우스갯 평으로 '찍은 놈 죽는다' 그 말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해준다. 흥행 성적은 서울 관객 3만명이라던데 대단하다. 김기덕 감독 영화보단 잘나갔으니까.


덧글

  • 진정한진리 2008/06/26 01:24 # 답글

    찍은놈 죽는다......멋지군요(...)
  • 시무언 2008/06/26 01:45 # 삭제 답글

    (영화를) 찍어서 죽었군요-_-
  • 이준님 2008/06/26 04:40 # 답글

    1." 이런거 찍으면 나한테 죽는다"라는 명언을 남긴 괴작이지요

    2. 하이틴 공포영화의 부활이 아니라 몰락을 가져온 작품이기도 합니다

    3. 한채영은... 노출이 별로 없었지만 한채영팬은 필수적으로 감상해야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ps: 차라리 해변으로 가다가 그나마 낫더군요
  • 잠뿌리 2008/06/26 10:19 # 답글

    진정한진리/ 저게 우스개 소리로 공공연히 떠돌아다닐 정도로 막장이었습니다.

    시무언/ 살의의 파동이 일어나지요.

    이준님/ 한채영은 벗는 씬 하나 없이, 배드 씬 미수 장면도 옷 입고 나오지만 어쨌든 데뷔작인 만큼 팬들에게 있어선 볼 메리트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정말 좌절스러운 작품이죠. 해변으로 가다나 하피와 동급의 쌈마이 호러였습니다.
  • 헬몬트 2008/09/27 11:44 # 답글

    당시 소문으로

    감독 또 찍으면 죽인다;;
  • 헬몬트 2008/09/27 11:44 # 답글

    그런데 영국 무슨 호러 영화사이트 보니..별 3개로 괜찮다는 평이더군요..
  • 잠뿌리 2008/09/27 21:10 # 답글

    헬몬트/ 무서운 게 아니라 막장이라 웃으면서 보란 의미에서 평점을 준 걸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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