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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18일
![]() 돈까스 2500원, 잔치 국수 1000원. 이런 가격이 시선을 잡았다기 보다는, 후라이드 치킨+막국수 2인분=6000원이라는 셋트 메뉴에 콕 찍힌 것이다. 가게 바깥에 어느 동네에나 흔히 보이는 한방 숯불 통닭이라고 전기 오븐 안에서 사우나하고 있는 게 보인다. 그 닭과 막국수를 포함하여 60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몇 번이고 친구랑 같이 가보려고 했는데, 친구는 닭 크기가 작을 것 같고 분식집이라 맥주랑 소주를 팔지 않으니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고 있다가.. 최근 혼자 부천에 놀러갔다가 큰 마음 먹고 한번 도전해 보았다. 가게 안은 김밥 천국 분점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작은 식당으로 낮 시간이 그런지 안은 한산했고, 안에 있던 손님들은 다 대학생들로 국수를 먹고 있었다. 뭔가 남자 혼자 와서 치킨+막국수 셋트요! 라고 주문하는 것도 벌쭘하긴 했지만 이왕 온 거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는 생각에 안면에 철판 깔고 주문했다. 주문표를 보니 치킨+막국수 외에 치킨+열무 국수, 치킨+잔치 국수 등의 셋트 메뉴가 있고 그 외에 돈까스, 치즈 돈까스 셋트가 각각 5000/6000원 가량하며 나머지는 전부 4000원 미만의 메뉴로 김밥, 국수, 냉면 등이 있었다. 치킨 전문점은 아니고 일반 식당에서 치킨 오븐만 따로 구입해서 바깥에다 진열해 놓고 치킨과 함께 셋트로 파는 모양이었다. ![]() 메뉴표에 따로 샐러드라고 표기할 만한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보통 양배추에 마요네즈만 뿌린 게 아니라 통조림용 옥수수도 조금 들어간 건 그래도 괜찮았다. 치킨으로 넘어가 보자면 내 친구가 예상했던 데로 크기는 작았다. 왜 치킨에 마요네즈를 드레싱으로 뿌려주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어쨌든 크기는 작고 맛은 전기 구이 통닭 맛 그대로였다. 닭고기 안에는 찹쌀과 마늘, 도라지 등이 들어가 있는 구성이라, 고기와 함께 찹쌀밥도 먹을 수 있지만 이 정도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다. 둘이서 먹기엔 확실히 부족하고, 혼자서 먹으면 보통은 되는 양이다. 부천 시장에서 이런 류의 한방 숯불 통닭은 3마리에 만원씩 파는 곳이 있고 또 역전에만 가도 같은 종류의 통닭을 두 마리에 만원씩 팔기 때문에, 굳이 여기까지 와서 6000원이란 가격을 주고 먹을 만한 메리트는 없다. ![]() ![]() 근데 그것도 보통 비빔 냉면에는 어느 가게에 가든 고명으로 삶은 달걀이 들어가 있는데.. 여기서는 삶은 달걀은 커녕 생 야채. 그것도 상추, 당근, 양배추 등등 세 종류 밖에 안 들어가 있다. 족발을 시킬 때 딸려오는 막국수를 상상했던 내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삶은 달걀 반쪽 넣기가 그리도 아까웠단 말인가!) 맛 자체는 보통 이런 식당에서 파는 비빔 냉면 맛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보통 비빔 냉면하고 달리 고명으로 들어간 재료 중에 당근의 비율이 커서 좀 괴로웠다(난 당근이 싫다고!) 어쨌든 내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돈이 아까울 정도로 맛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솔직히 셋트 메뉴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던 것 같다. 언제나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내게 있어선 기대에 못 미친다. 그리고 족발과 막국수의 조합은 최고지만, 치킨과 막국수의 조합은 별로 좋은 구성은 아닌 듯 싶다. 보통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도 물냉면의 시원쌉싸름한 맛으로 고기의 느끼함을 싹 가시게 만들지, 비빔 냉면이 매운 맛으로 입가심을 하지는 않지 않나? 결론적으로 소주나 맥주 같은 주류도 함께 팔아서 안주로 먹으면 또 모를까, 식사로 먹기는 좀 그랬다. 아마도 다시 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애꿏은 친구까지 끌어들이지 않고 혼자 가서 실패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