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막국수 셋트 - 천냥 잔치 국수 먹거리 타운 2020년 음식


천냥 잔치 국수 먹거리 타운. 사실 이게 가게 이름인지 아니면 가게 특징만 적어 놓은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천에 갈 때 부천대 입구 근처의 싸고 양많은 먹거리를 찾을 때면 자주 눈에 띄는 간판이었다.

돈까스 2500원, 잔치 국수 1000원. 이런 가격이 시선을 잡았다기 보다는, 후라이드 치킨+막국수 2인분=6000원이라는 셋트 메뉴에 콕 찍힌 것이다.

가게 바깥에 어느 동네에나 흔히 보이는 한방 숯불 통닭이라고 전기 오븐 안에서 사우나하고 있는 게 보인다. 그 닭과 막국수를 포함하여 60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몇 번이고 친구랑 같이 가보려고 했는데, 친구는 닭 크기가 작을 것 같고 분식집이라 맥주랑 소주를 팔지 않으니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고 있다가.. 최근 혼자 부천에 놀러갔다가 큰 마음 먹고 한번 도전해 보았다.

가게 안은 김밥 천국 분점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작은 식당으로 낮 시간이 그런지 안은 한산했고, 안에 있던 손님들은 다 대학생들로 국수를 먹고 있었다. 뭔가 남자 혼자 와서 치킨+막국수 셋트요! 라고 주문하는 것도 벌쭘하긴 했지만 이왕 온 거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는 생각에 안면에 철판 깔고 주문했다.

주문표를 보니 치킨+막국수 외에 치킨+열무 국수, 치킨+잔치 국수 등의 셋트 메뉴가 있고 그 외에 돈까스, 치즈 돈까스 셋트가 각각 5000/6000원 가량하며 나머지는 전부 4000원 미만의 메뉴로 김밥, 국수, 냉면 등이 있었다. 치킨 전문점은 아니고 일반 식당에서 치킨 오븐만 따로 구입해서 바깥에다 진열해 놓고 치킨과 함께 셋트로 파는 모양이었다.

치킨. 메뉴에는 후라이드 치킨이라고 써 있지만 사실 후라이드는 아니고 오븐에서 구운 한방 숫불 통닭이다. 아니 사실 불보다는 열로 찐 전기 구이 통닭에 가깝지만 말이다. 메뉴표에는 정확히 치킨+샐러드+막국수 2인분이라고 써 있는데.. 거기서 샐러드가 이 치킨과 함께 나오는 저 쪼매난 양배추 샐러드였다.

메뉴표에 따로 샐러드라고 표기할 만한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보통 양배추에 마요네즈만 뿌린 게 아니라 통조림용 옥수수도 조금 들어간 건 그래도 괜찮았다.

치킨으로 넘어가 보자면 내 친구가 예상했던 데로 크기는 작았다. 왜 치킨에 마요네즈를 드레싱으로 뿌려주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어쨌든 크기는 작고 맛은 전기 구이 통닭 맛 그대로였다. 닭고기 안에는 찹쌀과 마늘, 도라지 등이 들어가 있는 구성이라, 고기와 함께 찹쌀밥도 먹을 수 있지만 이 정도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다.

둘이서 먹기엔 확실히 부족하고, 혼자서 먹으면 보통은 되는 양이다.

부천 시장에서 이런 류의 한방 숯불 통닭은 3마리에 만원씩 파는 곳이 있고 또 역전에만 가도 같은 종류의 통닭을 두 마리에 만원씩 팔기 때문에, 굳이 여기까지 와서 6000원이란 가격을 주고 먹을 만한 메리트는 없다.

밑반찬. 치킨 무, 도토리 묵, 김치. 나는 사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는 밑반찬은 어지간해선 남기지 않는 주의로 깨끗하게 비우는데.. 치킨 무와 김치는 다 비웠지만 저 묵 만큼은 하나도 손을 데지 못했다. 그래서 모자란 반찬을 리필하기도 좀 벌쭘했다.

막국수. 들어간 재료는 상추+당근+양배추+양념장+냉면 면발. 치킨+막국수 셋트니까, 사실 상 치킨 만큼이나 중요해야 할 게 바로 이 막국수인데.. 솔직히 좀 실망했다. 혼자서 셋트 메뉴를 시켜서 그런 건지 아니면 본래 그런 건지 아무리 봐도 2인분 양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실 말이 좋아 막국수지 면발이 냉면 면발이기 때문에, 사실 상 비빔냉면에 가까웠다.

근데 그것도 보통 비빔 냉면에는 어느 가게에 가든 고명으로 삶은 달걀이 들어가 있는데.. 여기서는 삶은 달걀은 커녕 생 야채. 그것도 상추, 당근, 양배추 등등 세 종류 밖에 안 들어가 있다. 족발을 시킬 때 딸려오는 막국수를 상상했던 내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삶은 달걀 반쪽 넣기가 그리도 아까웠단 말인가!)

맛 자체는 보통 이런 식당에서 파는 비빔 냉면 맛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보통 비빔 냉면하고 달리 고명으로 들어간 재료 중에 당근의 비율이 커서 좀 괴로웠다(난 당근이 싫다고!)

어쨌든 내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돈이 아까울 정도로 맛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솔직히 셋트 메뉴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던 것 같다. 언제나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내게 있어선 기대에 못 미친다. 그리고 족발과 막국수의 조합은 최고지만, 치킨과 막국수의 조합은 별로 좋은 구성은 아닌 듯 싶다. 보통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도 물냉면의 시원쌉싸름한 맛으로 고기의 느끼함을 싹 가시게 만들지, 비빔 냉면이 매운 맛으로 입가심을 하지는 않지 않나?

결론적으로 소주나 맥주 같은 주류도 함께 팔아서 안주로 먹으면 또 모를까, 식사로 먹기는 좀 그랬다. 아마도 다시 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애꿏은 친구까지 끌어들이지 않고 혼자 가서 실패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덧글

  • Mr.오션잼 2008/06/18 12:27 # 삭제 답글

    저도 여기 가서 친구와 먹어봤는데...
    쓰신대로 양이 적었습니다. (먹는 내내 친구의 불평...)
    2천원 더 내고 원종동 고기부페 가는게 낫겠더군요.

    송내역 근처 어떤 술집에서 9천원 내고 독일식 치킨을 시켰을 때의 기분보다는 덜 참담했지만 말입니다.
  • 잠뿌리 2008/06/18 19:57 # 답글

    Mr.오션잼/ 양으로 승부하는 것처럼 보여도, 막상 먹어 보면 양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게 문제점이죠. 2000원 더 아끼고 석정 분석가서 양 많은 덮밥이나 돈까스를 먹는 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 Mr.오션잼 2008/06/18 20:23 # 삭제 답글

    거기 3천5백원짜리 덮밥류는 예술이죠...천마총을 생각나게 합니다
  • 잠뿌리 2008/06/18 20:31 # 답글

    Mr.오션잼/ 최근에 돈까스 메뉴가 생겨서 가봤는데 덮밥류도 다 4000원으로 올랐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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