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 (The Grudge, 2004) 귀신/괴담/저주 영화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2002년 경에 TV용 비디오와 극장용 영화가 개봉되어 일본 호러 영화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자리 매김을 한 주온을, '시미즈 다카시'감독이 2004년에 미국판으로 리메이크한 버젼.

내용은 일본에 교환 학생으로 건너 온 카렌이 학점을 따기 위해 흉가에 사는 독거 노인 엠마를 간호하러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그 유명한 셈 레이미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본래 시미즈 다카시 감독을 필두로 본래 주온을 만든 스텝이 다시 모였다.

버피와 뱀파이어에서 버피 역으로 유명한 사라 미셀 겔러가 주인공 카렌 역을 맡았고, 인디펜던스 데이로 친숙해진 빌 풀먼이 피터 역을 맡았다.

딱 보면 알겠지만 언뜻 보기에 캐스팅은 화려해 보인다. 샘 레이미에 사라 미셀겔러, 거기다 연출은 주온의 본래 스텝이 모여서 만든 거니 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조합은 엉망진창이다.

배역이 화려하긴 한데. 문제는 캐스팅 미스다. 빌 풀먼이 맡은 역은 피터라고 주온 원작의 고바야시 선생이다. 그런데 영화 시작 1분만에 투신 자살을 함으로써 존재감을 상실했고, 주인공 카렌 역의 사라 미셀겔러 역시 초절 미스 캐스팅이다.

넌센스다. 버피와 뱀파이어에서 버피로 나와 뱀파이어를 때려 잡던 용감무쌍한 그녀가, 적에 대한 아무런 반격 수단도 없이 무작정 당하고 비명을 지르는 히로인 역으로 나왔으니.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조합이란 말인가?

게다가 결정적으로 본래 다른 나라 원작을 둔 작품의 경우. 리메이크될 때 리메이크 하는 나라의 정서와 배경에 맞게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작품은 정말 거시기하게도 배경은 일본인데 주연 배우들은 미국인이다.

일본 배경에서 미국인들의 어설픈 일본어 발음. 혹은 일본인들의 어설픈 영어 발음 따위를 들어야 하는 게 첫 번째 고역이요, 일본 현지에 남편을 따라 온 아내가 일본 생활에 적응하면서 슈퍼에서 컵라면을 처음 보고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 손가락으로 구멍을 뽕 뚫고 냄새를 맡아보는 장면 등등 쓸데없는 장면을 졸라게 넣은 게 두 번째 문제다.

사라 미셀겔러가 어설픈 일본어로 쓰미마셍~이럴 때 그녀의 본래 팬들 중 일부는 버피, 초 카와이! 하면서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언더데이커 빅풋에 맞고 라스트 라이더 당해도 싼 소리다.

이건 코믹 영화가 아니라 호러 영화란 말이다!

미국 현지의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오리지날보다 더 우수하다는데 동의하는 관객이 있을 거라 했지만, 그건 오리지날을 보지 않고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일단 이 작품은 굉장히 난잡하다. 완성도가 극히 낮다. 사실 주온 원작 영화는 2권짜리 소설을 베이스로 해서 총 4작품. TV시리즈 2편. 극장용 2편이 나왔는데. 이 작품은 그 4개를 전부 하나로 끼워맞췄다. 그러니까 각 작품에서 조금 무섭다 싶은 장면을 다 끼워 넣어서 스토리 구성이 엉망진창이다.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이 장면이 이 상황에 나와야 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단 말이다. 그나마 원작은 소설을 보면 그 구성을 알 수 있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4편을 쭉 이어 보면 '아아, 이게 이렇게 되는 구나'하고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지만. 이 리메이크 버전은 그것마저 할 수 없다.

호러 효과 같은 경우도 당연히 원작보다 떨어진다. 원작에서는 어떤 장면에서 어떤 연출을 하면 관객들이 무서워할지 분명히 알고 적절히 써먹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원작에 나온 걸 단순히 그대로 복사만 한 거라서, 이미 다 알고 있는. 또 본 장면이 반복되니 전혀 무섭지 않다.

원작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거나, 호러 영화에 대한 내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아주 조금은 무섭게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일단 이 작품을 만들고 연출을 맡은 게 원작 영화의 감독인 시미즈 다카시라는 걸 감안하면. 아무래도 그 양반은 좀 다른 영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영화만 무려 다섯 번이나 만들었으니 퇴색하는 것도 당연하다.

원작과 다른 변경사항을 꼽자면 우선 토시오의 담임이 고바야시가 아닌 피터인 걸 시작해 주인공을 비롯한 대다수의 등장 인물이 외국인으로 바뀐 점.
(그런데 가야코랑 토시오는 그대로 똑같이 등장한다)

원작에서는 가야코가 기둥에 묶여서 구타당하고 커터칼로 난자당해 출혈 과다로 죽었고 토시오는 다락방에서 아사, 고양이는 가죽을 벗겨 토시오가 있는 곳으로 휙 던져 넣어 고양이 혼과 결합되는 결과를 낳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가야코가 익사 당하고 토시오와 고양이는 생체기 하나 없이 무사했는데 나중에 가야코에게 홀린다 정도의 설정을 가지고 있다. 과연 헐리웃! 아이와 동물을 죽이는 장면이 없거니와 가야코의 죽는 장면도 순화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가야코는 분명 이 작품의 설정상 익사를 했는데, 극중 출현을 할 때는 원작과 같이 피투성이의 몸으로 꺼거거걱 이상한 소리를 내며 계단 아래로 기어 내려온다는 것이다. 이 논리적 오류는 끝까지 해결되지 않는다.

결론은 비추천. 차라리 미국판 링이 더 낫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판 링 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주온 원작이 주는 공포를 생각해 보면 맥이 빠진다.

여담이지만 이런 욪구린 퀄리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제작비가 1천만불도 안 되는 저예산인데도 거의 4천만불에 가까운. 제작비의 4배나 되는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덧글

  • 진정한진리 2008/06/16 00:34 # 답글

    감독+주연 배우들의 이름값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은 "돈날렸다!!" 라면서 절망했겠지만(.....)
  • 시무언 2008/06/16 01:31 # 삭제 답글

    서양애들이 자기들에게 안맞는 일본식 호러를 만들려고 하니까-_-
  • 잠뿌리 2008/06/16 11:11 # 답글

    진정한진리/ 샘 레이미의 흑역사가 될 것 같습니다. 빌 풀먼은 등장 씬도 몇 분 안되죠.

    시무언/ 서양에서 동양 호러를 리메이크할 때 매번 그렇죠.

  • 놀이왕 2008/06/16 21:17 # 답글

    빌 풀먼이 패러디 영화 무서운 영화4에서는 까메오 출연하더군요.(마을 신부였던가...)
  • 잠뿌리 2008/06/16 21:59 # 답글

    놀이왕/ 네. 무서운 영화 4에도 카메오 출현하죠. 근데 개인적으론 찰리쉰의 출현이 더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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