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묘지 (Pet Sematary, 1989) 스티븐 킹 원작 영화




1989년에 메리 램버트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고, 원작자 스티븐 킹이 영화의 각본을 맡았다.

내용은 대형 트럭이 지나다니는 도로변의 집을 구해 살던 정형외과 의사 루이스 가족 중 딸 앨 리가 기르던 고양이 처칠이 불의의 사고로 죽은 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딸을 위해 그 의미를 알려 주기 위해서 애완동물 묘지 관리인 크랜들의 권유로 애완동물 묘지 바깥 언덕 꼭대기에 있는 고대 인디언 믹맥 부족의 무덤에 고양이 시체를 묻자 다음 날 놀랍게도 고양이가 살아 돌아오지만 본래의 처칠이 아닌 기괴한 괴물 고양이로 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죽음의 공포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인간의 슬픔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그게 곧 감성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애완동물, 다음에는 어린 아들, 그리고 아내. 소중한 것들을 잃은 다음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그들을 되살리지만 결국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한다. 어째서 그런 비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이 작품의 근본 태생은 공포인 만큼 상당히 무섭게 잘 만들었다.

단순히 죽은 애완동물, 아들, 아내를 되살리자 언데드 상태로 살아돌아왔다!에서 끝났다면 그저 그랬겠지만 그렇게 살아 돌아 온 망령들이 주변 사람과 그들을 되살린 아버지이자 남편인 주인공을 덮치는 것은 매우 섬뜩하다.

아마도 과거 미국에서 나온 공포 단편 중에 원숭이 손의 저주라고 3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손이 있는데 거기다 소원을 빌어 부자가 되게 해달랬더니 아들이 공장에서 일하다 양팔이 잘려 죽어서 그 보상금을 받아 떼부자가 됐는데 아내가 슬픔에 미친 심정으로 아들을 되살려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가 양팔이 없는 망령이 된 아들이 현관문을 발로 쾅쾅차고 공포에 질린 남편이 저것은 더 이상 우리 아들이 아니라면서 아들을 돌아가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어 사라지게 만든 이야기가 있는데 아마도 기본 발상은 거기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공포 소설의 제왕인 스티븐 킹 답게 좀 더 공포스러운 면을 부각시켰다.

애완동물 고양이의 망령도 소름끼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제 막 돌이 된 듯 어린 아들이 죽었다가 망령으로 되돌아와서 사탄의 인형 처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어둠의 포스를 뿜어내며 수술용 메스로 습격해 오는 거다.

CG도 특수효과도 아닌 아이의 일그러진 표정 연기와 메스를 들고 덤벼들면서 까르르 웃고 아빠 나랑 놀아줘요 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것 등이 공포 포인트다. 침대 밑에 숨어있다가 아기의 작은 손이 메스를 들고 스르륵 나타나 아킬레스건을 썰어버리는 연출과 다락방 문 위에서 기분 나쁘게 웃다가 메스를 들고 다이빙하는 연출이 일품이었다.

여러모로 사탄의 인형 처키와 비견이 될 만한데 원작은 1983년에 나왔지만 영화는 1989년, 즉 사탄의 인형은 1988년에 나왔으니 영화적 연출은 사탄의 인형이 앞서 나왔다고 할 수 있고 사실 아기 사이즈의 인형이 살아 움직여 사람을 습격한다는 설정은 무덤에 묻었다 되살아 온 아기의 망령이 사람을 습격하는 설정과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기 때문에 아류나 표절을 논할 수는 없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둘 중 뭐가 더 무섭냐고 한다면 당연히 펫 세미터리의 아기 언데드 게이지다. 좀비처럼 일그러진 것도 아니고 생전의 멀쩡한 모습을 유지한 채 메스를 들고 덤비는 아기는 피와 살이 없는 인형과는 차원이 다르다. 더욱 현실감이 있고 또 상황적으로 아들을 잃은 슬픔에 미쳐 아들을 부활시킨 아버지가 되살아난 아들의 공격을 받아 죽음의 위기에 처한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몰입하면 무서움이 배가된다.

게이지의 포스도 장난이 아니지만 나름대로 충격적이고 소름끼치는 반전 엔딩을 장식한 루이스의 아내 레이첼도 괜찮았다.

레이첼이란 캐릭터도 어린 시절 눈앞에서 수막염을 앓다가 피골이 상접해 호흡 곤란에 허리가 접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언니 때문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데 그 기괴한 모습의 언니가 레이첼을 원망하는 환영으로 나타나면서 되살아 온 망령 게이지와 합쳐지면서 제 2의 공포 포인트를 맡아준다.

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왔다가 죽었지만 루이스가 끝까지 자신을 살리려 했던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사고사 한 모습 그대로 혼령이 되어 루이스 가족들 주위를 떠돌며 어떻게든 이 파극을 막아보려 했던 패스카우의 노력이 그저 안쓰러울 따름이다.

혹자는 애완동물도 모자라 아들, 아내까지 다 무덤에 묻어 괴물로 되살려 낸 주인공 루이스가 찌질하다고 욕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 아버지로서 충분히 현실적인 캐릭터였다.

영화의 정서가 현실적이기에 작품의 공포가 보는 사람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이다.

결론은 추천. 스티븐 킹 원작 영화 중에서 공포도로 따지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고 싶은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원작자 스티븐 킹은 루이스 가족의 가정부의 장례식 때 목사로 카메오 출현한다.


덧글

  • 시무언 2008/06/15 04:45 # 삭제 답글

    사우스 파크에서도 패러디가 나왔었죠.

    여하간 스티븐 킹은 정서적인 공포에 강한것 같습니다
  • 이준님 2008/06/15 12:34 # 답글

    1. 킹 자신이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을뻔한 사건을 겪고 필이 와서 쓴겁니다. -_-;;; 킹 자신의 경험(그러니까 간신히 아들을 구한것)은 원작에서 상상으로 구체화되지요

    2. 오히려 마지막 장면의 비명보다는 원작처럼 "안녕. 자기?"로 끝나도 될뻔했지요

    3. 원작에서 좀 쓸데 없는 부분을 과감히 처버리는 바람에 영화가 무척 산뜻해졌습니다. 패스카우의 경우는 원작에서 너무 쓸데 없이 나온게 흠이었지요.

    4. 남자 주인공은 타임 트랙스 TV 시리즈의 주인공이었고 부인은 (원래 유태인 캐릭터입니다만) 스타트랙 다음 세대 1시즌에 나온 금발 승무원이었습니다. 한눈에 알아보겠던데요 ^^

    ps: 내용 자체가 아기자기해서 "애완동물의 묘지"라는 정식판 전에 "신들의 작은 늪"이나 "고양이 윈스턴 처칠"이라는 괴버젼이 돌기도 했지요

    에드워드 펄롱이 나온 2편도 있는데 이건 뭐 정신이 멍할 정도였습니다.-전 1편을 못 찾아서 2편부터 봤습니다
  • 잠뿌리 2008/06/15 23:01 # 답글

    시무언/ 스티븐 킹은 확실히 그런 면이 강하죠. 이 작품은 특히나 처절했습니다.

    이준님/ 원작도 한번 보고 싶네요. 공포의 묘지 2 감상도 곧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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