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레디 VS 제이슨 (Freddy VS Jason, 2003) 13일의 금요일/나이트 메어 특집




아주 오래전 무성 영화 시절, 클래식 호러인 '늑대인간'과 '프랑켄슈타인'이 스크린에 나와 대혈투를 벌이는 '늑대인간 대 프랑켄슈타인'이란 독특한 영화가 있었다. 공포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악당 or 살인마들끼리 붙는다는 이러한 설정은 해당 영화가 아무리 수준 낮다고 할지라도 호러 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드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건 늑대인간 대 프랑켄슈타인에서 보여준 그 소재의 계보를 잇는 영화 '프레디 대 제이슨'이다.

프레디가 등장하는 건 작품은 '나이트 메어'. 제이슨이 등장하는 작품은 '13일의 금요일'. 이 두 영화는 80년대 호러 영화의 양대 산맥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명작인데 전자의 경우는 '웨스 크레이븐'감독이 맡고, 후자의 경우는 '숀 커닝헴'감독이 맡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일찌기 헐리우드로 입성한 후 국내에는 '사탄의 인형'이란 제목으로 잘 알려진 '차일드 플레이'시리즈의 4번째 작품 '처키의 신부'를 제작한 홍콩 출신 감독 '우인태'가 맡았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처키의 신부는 B급 정도는 되는 공포 영화라고 치지만 감독이 너무 의욕적으로 자신의 색을 고집해 이전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특징을 잘 살리지못해 실망을 많이한 작품으로, 제이슨 대 프레디 라는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였던 게 감독 이름을 듣고 한순간에 사라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나온 후 구해서 보니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처키의 신부에서 처키와 티파니의 시점으로 시나리오 전개를 하여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고는 하나 전작이 갖는 공포 포인트와 특징을 날려버린 것에 반해, 이번 작은 나이트 메어와 13일의 금요일의 계보를 충실히 이으면서도 서로 성질이 다른 두 작품을 절묘하게 조합시켰다.

하이틴 슬래셔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나이트 메어와 슬래셔 무비에 청교도적 사상을 도입시킨 13일의 금요일은 둘 다 엄연히 다른 영화에 속하는데 이렇게 믹스를 잘시켰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일단 줄거리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프레디가 부활을 하기 위해서는 엘름가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하고 무서워해야하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제이슨을 부활시킨 후 그를 엘름가로 보내서 사람을 척살. 사람들이 제이슨의 살인 행각을 프레디의 귀환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 자신의 힘을 늘리겠다고 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 프롤로그에서 프레디가 독백을 하며 보여준 비주얼에 따르면 '최후의 나이트메어 : 프레디의 죽음'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프레디가 '13일의 금요일 9 제이슨의 죽음'에서 하키마스크를 가져온 뒤 '13일의 금요일 1'에 나오는 제이슨 엄마로 변장해 그에게 부활을 명하는데 이것 하나만 봐도 우인태 감독의 잡학 지식과 전편에 대한 이해, 호러 영화 패러디 솜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본편에서는 나이트 메어와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를 다 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부분과 대사가 상당히 많다.

먼저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엘름가에서는 어른들이 프레디에 대한 전설을 가슴에 묻고 쉬쉬하는 것 부터 시작해, 주인공 '로디'가 자신의 아버지를 어머니를 죽인 살해범으로 오인하는 것 등등 '나이트 메어 1'에 나온 갈등 구도를 다시 일으켰다.

그리고 제이슨의 경우, 술 섹스 마약 등을 하는 불량 청소년들을 척살하는 청교도적 사상에 입각한 살해 행각이 실제로는 불우한 삶을 산 그가 어머니의 환영에 시달려 저지른 것이란 걸 재현하면서, 제이슨의 어린 시절까지 보여 주는 등등 그가 본격적으로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13일의 금요일 2'의 구조를 답습했다.

나이트 메어 시리즈의 팬이라면 누구든 알 수 있는, 프레디 출현의 징조. 하나 둘 프레디가 널 잡으러 온다. 셋 넷 너의 문을 잠궈라..(중략)같은 노래가 흘러 나오며 어린 소녀들이 줄넘기를 하는 장면도 나오고, 크리스털 호수의 캠프에서 엘름가로 온 제이슨이 희생자를 지켜 볼 때 나오는 BGM. 츄츄츄츄..

물론 두 작품의 스토리적 접합적은 실제로 없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작품의 계보를 너무나 잘 이어서, 각 작품의 팬으로서 상당히 반갑고 또 재미있었다.

모든 음모를 꾸미는 건 프레디가 그에게 조종당하는 제이슨이다. 하지만 제이슨이 프레디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영화 상의 비중은 충분히 균형이 잡혀 있다. 또한 본편에서도 단지 몇 마디 말과 신문 기사로 언급됐던 제이슨의 과거를 비쥬얼 상으로 재현하고 또 그 속에 프레디가 개입된다는 것도 참 잘 만든 것 같다.

하지만 역시 결과적으로 볼 떄 두 거물의 싸움이라서 그런지 호러적인 특성이 강하다기 보단 액션적인 특성이 강하다. 기괴하면서도 코믹한 대결. 그리고 두 작품의 특성에 따라 꿈과 현실을 오고 가는 기상천외한 대결은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영화는 사실 개인적으로 그 존재 자체가 백미라고 보지만, 인상 깊은 장면을 특별히 세 개 꼽자면 몸에 불이 붙었는데도 불구하고 신음 소리 한마디 내지 않고 갈대밭을 헤치고 지나가 파티를 하고 있던 청소년들을 정글도로 학살하는 제이슨의 카리스마와 시리즈 두번째 작품에 나온 프레디의 음산한 목소리에 담긴 주옥 같은 대사들 '나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내 아이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극 후반부에 나오는 두 거물의 피터지는 사투였다.

아마 일반 관객이 볼 때 이 작품의 승자는 딱 한 명으로 정해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작품을 꾸준히 본 호러 영화 팬에게 있어서는 그런 결론이 뒤바뀐다. 각 작품의 마지막 장면만 찝어서 보고 나면 이해가 훨씬 빠를 것이라 본다. 이 작품이 둘 작품 중 어느 쪽 엔딩에 걸맞는지 말이다.

아무튼 각각의 작품 팬으로서, 이 영화는 2003년도에 나온 공포 영화 중에 최고라고 본다. 단, 두 작품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거나 혹은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면 호러 영화라고 하기 보다는 안티 히어로가 주를 이룬 고어 액션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작품 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TV에 나오는 비디오 소개 프로그램에서 프레디 대 제이슨을 소개하면서 우인태 감독의 인터뷰를 보여줬는데 그때 기자의 질문 중 속편은 어떻게할 생각이냐고 묻자 마이클 마이어스 정도를 출현시키고 싶네요 라고 했더니, 그 프로그램 진행자가 '네 오스틴 파워즈의 주인공을 출현시키려 하다니 이번엔 호러 코믹으로 나가려는 모양이군요'라는 등의 멘트를 함으로써 실소를 자아내게 한 장면이었다.

풍문에 의하면 '이블 데드'의 주인공 '애쉬'와 '할로윈'의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를 맞붙인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애쉬와 '리 애니메이터'에 나오는 '닥터 허버트 웨스트'를 콤비로 이루어 슬랩스틱 코믹 좀비물을 찍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덧글

  • dethrock 2008/06/13 20:49 # 답글

    13일의 금요일 특집으로 좍좍 올라오는군요. 잘 보고 갑니다~
  • 콜드 2008/06/13 21:14 # 답글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OST참전 멤버라인들이 끝내줘서 개인적으로 좋아했습니다.

    데빌드라이버, 킬스위치 인게이지, 키메라, 램 오브 갓, 인 플레임스 등 쟁쟁한 분들 많았습니다.
  • 잠뿌리 2008/06/13 22:26 # 답글

    dethrok/ 이제 특집 분은 다 올렸습니다.

    콜드/ 음악도 괜찮았지요.
  • 시무언 2008/06/14 00:37 # 삭제 답글

    다른것보다 여주인공은 별로였습니다-_- 가슴은 컸는데 좀 짜증-_-
  • 잠뿌리 2008/06/14 11:03 # 답글

    시무언/ 인간 출연진들은 좀 별로였지요.
  • 시무언 2008/06/14 12:14 # 삭제 답글

    참고로 이블데드의 애쉬는 만화책으로 허버트 웨스트나 다크맨과 함께 싸운적이 있습니다.
  • 잠뿌리 2008/06/14 22:23 # 답글

    시무언/ 애쉬가 허버트 웨스트와 싸우다니 정말 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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