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2001) 만화 원작 영화




2001년에 '츠루타 노리오'감독이, '이토준지'원작의 동명의 공포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영화로 만든 작품.

내용은 연락이 끊긴 오빠의 아파트를 찾아간 주인공이 방안에 남겨진 편지 한 통을 발견하고, 이상한 허수아비들로 가득 찬 '코즈카타무라'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외딴 산 속 마을에는 1년에 한번씩 허수아비에 죽은 사람의 혼을 넣어 부활시키는 풍습이 있어서, 죽은 이와 함께 사는 기묘한 풍습을 가지고 있다. 중심 소재는 그때 허수아비 속에 깃든 혼은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고 악령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허수아비에 관한 내용은 원작과 거의 비슷하지만, 그걸 풀이해 나가는 방식은 완전 다르다. 이 작품에서는 우선 수상한 터널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숨겨진 마을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오빠에게 갖고 있는 애증과 질투를 중심으로 거기에 피해를 보고 병상에서 죽어 악령으로 되살아난 인물과 그녀에게 홀린 오빠 사이의 삼각 관계를 집중 조명했기 때문에 원작과 완전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참고로 원작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서로가 허수아비가 된 뒤에야 이룬 사랑 이야기와 계부에게 죽음을 당한 아들이 험상궃은 얼굴의 허수아비가 되어 복수하는 공포 같은 게 나왔다.

이 작품은 홍콩 영화 제작사인 EMG와 공동 출자 형식으로 제작됐다. 그래서 '그레이스 입'이라는 홍콩 배우가 극중 '샐리 챙'이란 꽤 비중이 높은 캐릭터로 등장한다.

사실 스토리나 배경 설정을 따져 보면 중국 사람이 나올 상황은 전혀 아니지만, 본래 이렇게 자국 고유의 영화가 아니라 해외에 투자를 받은 작품은 꼭 이렇게 된다. 다른 작품을 예로 들자면, 성룡의 시티헌터와 서극 감독의 천지영웅에 나온 일본인 캐릭터들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이나 샐리 청 같은 캐릭터는 사실 별로 볼 게 없고 주목할 만한 배우는 최종 보스인 이즈미로 출현한 시비사키 코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배우는 배틀 로얄에서 소마 미츠코로 나와 열연을 펼쳤다(그러고 보니 시바사키 코우가 나랑 동갑..)

본편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정도의 역을 맡은 캐릭터였지만, 이 작품에서 코우가 연기한 이즈미는 사랑과 복수에 불타는 원귀다. 우리나라의 처녀 귀신과 비슷한 컨셉이긴 한데, 창백한 얼굴로 눈을 부릅뜨고 트림을 하면서 손을 부들부들 떠드는 건 주온에 나오는 가야코. 혹은 링의 사다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인간 형태는 그냥 이쁘기만 할 뿐 별 임펙트는 없고 자신을 부활시켜 준 어머니의 목을 뚝 비틀어 살해하는 씬도 졸라 썰렁하고 밋밋했지만, 허수아비 형태로 나왔을 때는 인상이 제법 오싹했다.

스토리 같은 경우는 원작과 너무 동떨어져 별개의 작품으로 놓고 봐야 하는데 순수 호러 측면에서 볼 때 그리 좋은 작품은 아니다. 인물 관계는 상당히 잘 짜여져 있지만, 표현이 서투르다고나 할까? 충분히 잘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 포인트를 체크하지 못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마을에 가득한 허수아비 요괴들 같은 경우,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사람만 정상인데다가 나중에 이즈미의 아버지와 농부 아저씨가, 농부 아저씨의 죽은 딸이 순식간에 허수아비로 되살아나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보면 그 유명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컨셉으로 삼은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문제는 허수아비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죽은 자의 혼을 불어 넣어 부활한 허수아비는 좀비와 거의 같은 부류다)

좀비가 주는 공포를, 허수아비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데도 제대로 쓰지 않고 오로지 이즈미란 단일 개체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한 건 너무 안이한 발상이었다.

굳이 좀비물이 아니어도 이상한 마을과 미친 세계관 속에 펼쳐지는 암울한 이야기로서 존 카펜터 감독의 매드니스처럼 몽환적으로 만들었으면 관객들의 심장을 벌렁벌렁하게 만들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소 좀 아쉽다.

링이나 주온의 접근 방식이 아니라 시체들의 밤으로 밀고 나갔어야 됐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평작. 그다지 재미있지도, 무섭지도 않은 작품이다. 이런 분위기의 공포 영화를 선호한다면 차라리 매드니스를 보는 게 나을 것이다.


덧글

  • 시무언 2008/06/10 06:00 # 삭제 답글

    유행 쫓다 제 스타일을 잃었군요-_-
  • 잠뿌리 2008/06/10 12:13 # 답글

    시무언/ 일본 호러물의 고질적인 문제점이고 한국 호러물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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