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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09일
![]() 2002년에 다이나믹 기획에서 마에지마 켄이치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나가이고 원작의 마왕 단테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원작은 70년대에 나왔고 데빌맨의 모태를 이루는 작품으로 당시 나가이 고 스타일에 맞게 상당히 잔혹한 장면이 속출했지만 용케 TV판으로 만들었다. 내용은 히키코모리로 추정되는 우츠기 료가 실은 마왕 단테의 부활체로 악마들을 이끌어 신의 사자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라 요약할 수 있다. 일단 TV판인 관계로 잔인한 설정이 몇 개 있고 피가 튀기기는 하나 생각보다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수년 전에 나온 데빌맨 OVA와는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그것처럼 잔혹하고 비정하지도, 1년 전에 나온 마징카이져처럼 압도적이면서 박력 있지도 않다. 신과 악마가 사실 상 서로 뒤바뀐 세상에서 진정한 피해자이자 선주민인 악마를 이끄는 마왕 단테의 분투인데 그런 뒤집어진 설정이야 나가이 고 월드의 고유 스타일이니 그렇다 쳐도 어쩐지 작화나 음악 배치, 애니메이션 상의 연출력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전체적인 작화가 2002년에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다(특히 그 카부토 코지 머리 스타일은.. 무슨 나가이고 미용실도 아니고) 배경 음악도 특별히 좋거나 적절히 사용된 장면은 못 봤고 호러인 것도, 스릴러도, 열혈, 사타니즘적인 것도 아닌 어중간한 분위기가 무엇보다 내용을 재미없게 만든다. 흥미롭게 봤던 장면은 사타니스트 간부들이 수족관에서 어류에 빙의되어 비밀 회의를 나누는 것 정도. 그 이후부터는 그다지 필이 안 온다. 원작 만화를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데빌맨처럼 격렬한 광기와 잔혹 폭주극이 예상되는데 TV 애니메이션의 연출 한계 때문에 그런 게 제대로 살아있지 않다. 자신의 본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항상 절규하는 우츠기 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이고 존내 찌질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건 사실 데빌맨과 데빌맨 레이디의 주인공들도 다 한번씩 겪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극중 우츠기 료의 번민은 앞의 작품처럼 절실히 와 닿지가 않는다. 인간 우츠기 료인가 아니면 마왕 단테인가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유. 그러니까 나는 어느 쪽이어야 하는가?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이 없이 번민하기 때문이다. 데빌맨 아몬에서 인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데 정작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은 같은 인간에 의해 마녀 사냥으로 잔혹하게 참살 당해 결국 자신이 지키려 했던 인간을 자기 손으로 죽여 없애고 그 핏물 속에서 연인의 머리를 가슴에 안은 채 끝없이 절규하는 후도 아키라의 비장함에 비교하면 우츠기 료의 번민은 그냥 애 수준이다. 우츠기 료보다 그의 전생의 연인이며 2000년 동안 재회를 기다렸고 종국에 이르러 그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메두사의 애절함이 오히려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마왕 단테로 변신하면 무슨 최강의 악마라며 적을 완전 압도하는 것도 아니고 존내 깨지다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황금 단테로 변해야 중간 보스를 격퇴하는 수준이라 멋이 없다. 데빌맨 OVA에서 보여준 데빌맨과 아몬. 그리고 마징카이져에서 나온 마징카이져의 압도적인 힘에 비해서는 마왕 단테에 나온 강함의 연출은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오빠는 악마. 여동생은 신족. 이것도 매우 뻔한 설정이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웃었는데.. 난 그보다 먼저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도대체 이 두 남매는 언제부터 사랑하는 사이가 됐던 거야? 동생은 그렇다 쳐도 우츠기 료가 극중에 보이는 모습은 동생에 대한 이성으로서의 관심은 전혀 없었다. 혹시 원작 만화는 상당히 방대한 분량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애니메이션 13화로 압축해서 잘려나간 걸까? 악마들 사이에서 현자로 알려진 사탄의 부활이 너무 늦게 이루어지는데 나와서 하는 일이라는 게 고작 부하들 풀어서 지원하고 멀리서 지켜보며 단테의 싸움을 중계하는 것 뿐이라 과연 이것도 원작에서 이렇게 나오는 건지 심히 궁금하다. 이 TV판이 워낙 기대에 못 미치는 관계로 오히려 원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랄까? 신은 외계에서 온 난폭한 생명체로 현존하는 인류는 빈 껍질인 육체에 신의 에너지를 주입한 존재고 악마라 불리며 배척 받아 온 이들이 지구의 선주민이란 반기도교적 설정은 지금 봐도 대단한데 그걸 1970년대에 생각해 내 만화를 그렸다면 당시 얼마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는지 알고 싶어진다. 역시 나가이 고 선생이란 말 밖에 안 나온다. 하지만 그래도 이 TV판 애는 비추천. 시기상으로 1년 전에 나온 마징카이져를 보고 나름 고퀄리티를 기대하고 이 작품을 보면 실망이 몇 배는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나가이 고 데빌 월드의 필을 느끼고 싶다면 차라리 1997년에 나온 OVA 데빌맨 아몬이 낫다고 본다(데빌맨 레이디는 조금 미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