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본 소년 (Boy Who Saw The Wind, 2000) 일본 애니메이션




'고지라' 시리즈를 만든 '오오모리 카즈키' 총 감독. '루팡 3세'로 유명한 '시노하라 토시야'가 애니메 감독. '닥터 슬럼프'의 '마에다 미노루'가 작화 감독. '체코 필하모니 실내 관현악단'과 10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과거 전설의 밴드 '레베카'가 음악을 맡는 등등 호화스러운 스텝이 모여 만든 작품. 'C.W 니콜'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2000년에 만들어졌다.

일본 전국에서 개봉했으며, 제 45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
션상'을 탄 경력도 가지고 있다.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신비한 힘을 가진 소년 아몬이 독재자 블라닉의 야망을 쳐부수기 위해 부모의 죽음을 극복하고 봉인된 힘을 풀어 다른 이들과 힘을 합쳐 제국군과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애니 자체는 화려한 스텝이 모인 것 만큼 꽤 잘만들었다. 잘만들었다는 사실에 이견은 없으나, 객관적으로 볼 때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 잘만드는 것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애니의 주체는 고대 인간이 자력으로 하늘을 날던 시절 살았다는 '바람의 민족'의 후예 아몬이다. 당연스럽게도 아몬이 어째서 바람의 민족인지, 또 과학자 부부와는 어떻게 만나서 양부모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당위성이란 게 없이 단지 감성의, 감성을 위한, 감성을 위해서 만들어진 이런 플롯은 예전 일본 애니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볼 때 아무리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나, 이 애니에서 보여지는 대부분의 것은 낡은 코드다. 새로운 것, 창조성 하나 없이 고매함을 되풀이한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줄창 뽑아낸 다수의 애니와 흡사하다고나 할까? 아니, 정확히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면 '천공의 섬 라퓨타'와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를 꼽을 수 있겠다.

자신도 모르는 대단한 힘을 가진 아몬은 이 세상에서 사라진줄로만 알았던 바람의 민족의 후예. 그 후예임을 상징하는 물건을 가지고 다니며, 제국군에게 쫓겨다닌다. 쫓기는 이유는 아몬의 힘을 이용하여 분자 폭탄을 만들기 위함으로 제국군은 사악하고 욕심이 많은 존재들로 항상 저항군에게 반격을 당한다. 그 와중에 왈가닥 소녀도 나오고 여장부 스타일의 아줌마가 나온다. 소녀는 히로인으로 제국군에게 잡혀가고 아몬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성심을 다해 노력. 제국군과 대결한다.

이런 스토리만 보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두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플롯이 너무나 쉽게 또 많이 잡힌다. 표절이나 모방은 절대 아니지만 이것도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라서 매너리즘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쟁의 어리석음과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담은 주제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가 우려 먹을 대로 우려 먹은 너무나 진부한 소재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로 이미 근 20여년 전에 다 보여주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진부함을 따르면서도 고유의 재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나오는 인물 유형이나 전개가 상당히 뻔하고 고정 틀을 가지고 있지만 작품 개별적으로 각기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데 반해 이 작품에는 그런 매력이 전혀 없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기존에 나온 이런 장르의 수많은 애니 중에서 특출나게 뛰어나지도 않고 또 큰 차이점도 없다 이 말이다.

주인공은 동물과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하늘을 나는, 자연주의 사상의 극치. 나쁜 제국군의 황제는 사실 본래 외로운 아이였는데 악의 꼬임에 빠져들어 사악해지는데, 거기서 악의 상징으로 나오는 건 바로 뱀. 황제의 군대를 이루는 병사들은 철가면을 쓰고 나찌 군복을 연상시키는 제복을 입은 채 기관총을 연사하며 저항군을 몰살.

거의 20년 전에나 통할 법한 코드를, 21세기인 지금에 와서 다시 보는 건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아니다. 차라리 20년 전에 나온 애니라면 고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온 건 아무래도 시기를 제때 맞추지 못한 것 같다.

스케일이 아무리 크면 뭐하나? 스케일이 큰 건 단지 스텝이 호화로울 뿐. 작품 자체의 스케일이 큰 건 전혀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되풀이 되는 내용을 담아도 다이나믹한 연출로 인하여 강한 인상을 주는 그의 방식을 따라가지 못했다.

80년 대에 나온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와 90년대에 나온 원령공주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0년이라는 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구조적으로 볼 때 거의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이 두 작품은, 연출의 차이로 인하여 각 작품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것이라 생각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애니 퀄리티로 치면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에서 충분히 상을 받을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창조성이 없이 뻔한 애기를 되풀이하는 지루한 작품이다.

영화 클라이막스 부분에 나오는 멘트.

'그들은 그들을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산단다. 영원히..'

감성을 자아내는 좋은 멘트란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 멘트의 감각이 얼마나 오래된 건지에 대해 한번쯤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불현듯 이런 류의 대사를 비튼 사우스 파크 극장판의 재밌는 장면이 생각난다)

자연보호를 주제로 한, 혹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거의 접하지 못한 사람 정도에게 권해줄 수 있지만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비추천하는 작품이다.


덧글

  • 시무언 2008/06/09 02:11 # 삭제 답글

    감성 위주라-_- 확실히 일본 만화는 그런 느낌이 들지요
  • 잠뿌리 2008/06/09 11:51 # 답글

    시무언/ 문제는 이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게 너무 낡았고 지루하다는 거지요.
  • 가고일 2008/06/19 00:27 # 답글

    ....표지만 보는 걸로도 그 감성이 뿜어져 나오길래 안본 작품입니다....

    저는 사실 원령공주도 나우시카의 일본풍 어레인지로 봐서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거든요..
  • 잠뿌리 2008/06/19 13:47 # 답글

    가고일/ 전 단순히 재미로 따져서 나우시카는 재미있게 봤지만 원령공주는 재미있게 보지 못했습니다. 이 작품도 퀄리티 여부를 떠나서 재미 자체가 없어서 좋게 감상할 수가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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