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맨 (Boogey Man, 2005) 요괴/요정 영화




2005년에 스티븐 T. 케이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총 제작 지휘를 그 유명한 셈 레이
미가 맡은 미국, 뉴질랜드 합작 공포 영화다.

내용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들려준 벽장 귀신 이야기 때문에 밤마다 잠을 설치던 주인공이 어느 날 진짜 벽장 귀신을 만나게 되고 아버지가 끌려가 행방불명되고 십 수년이 지난 뒤 청년이 된 다음에 우연히 옛날 집에 가게 되는데 그때부터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미국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민간 괴담 중에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인 부기맨을 소재로 했다.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벽장 귀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원전으로 한 밤 중에 벽장문을 열고 자면 그 속에 숨어살던 귀신이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이야기다. 영국의 민간 괴담인 해골 귀신 토미나 잠의 요정 잔트만 같이 나쁜 아이는 벌을 준다라는, 일종의 계몽적인 클래식 호러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부기맨은 바바리 코트를 입은 대머리 말라깽이다. 그 실체조차 영화 전체를 통틀어 거의 나오지 않으니 존재감이 없다.

보통 이런 민간 전승 혹은 요정 이야기를 호러에 접목시킨 영화는, 악당에 해당하는 신비적 존재를 부각시킴으로써 개성과 소재를 살리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게 너무나 약하다.

영화 내내 주인공이 옛날 집에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씬으로 일관하면서, 정작 타이틀에도 나오는 부기맨은 출현씬이 거의 없고 또 사람을 잡아간다는 건 나오지만 잡아가서 뭘 어떻게 한다거나 부기맨이 사는 세계는 어떤 곳인지 전혀 나와 있지 않으니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주어진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건 셈 레이미 감독 답지 않은 일 같다. 셈 레이미 감독의 공포 영화 중에 대표적인 작품은 이블 데드를 꼽을 수 있다.

숲속의 외딴 집, 절대 탈출할 수 없는 가운데 함께 놀러간 친구 하나가 악마의 노예가 되고 친구에게 공격당한 다른 친구들 역시 악마로 변하는데 그 와중에 주인공의 연인까지 괴물로 변해서, 결국 주인공이 전기톱으로 슥삭슥삭 갈아버린 뒤 지하로 내려가 악마와 최종 결전을 벌인다 이게 이블 데드를 요약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고 해당 작품의 배경과 스토리에 주어진 소재를 120% 살린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부기맨은 다르다. 스토리의 배경과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문이라면 어느 곳을 막론하고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고 사람을 자신이 사는 세계로 잡아가며 그 중 특히 아이를 무작위로 납치하는 부기맨.

부기맨의 출현 자체가 상당히 적어서 그런 설정을 전혀 살리지 못했을 뿐더러 부기맨 전승의 가장 중요한, 영아 납치 사건을 단 몇 분만 다루었을 뿐. 나머지는 다 큰 청년이 된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이 납치되는 걸 그렸으니 도대체 이게 왜 부기맨인지 모르겠다.

제대로 된 공포 포인트를 살리려면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찾아서 여정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곳에 숨어 있던지 간에 문이란 모든 문을 통해 자유롭게 이동하며 쉴 틈 없이 공격해 오는 부기맨과 그가 가진 최종 목표, 즉 아이를 납치한 것 그리고 아이를 납치해서 어디로 데려가는지를 부각시켰어야 했다.

아니면 하다 못해 불면증에 걸렸다는 주인공의 히스테리한 성격이나, 벽장 공포증을 통해 정신적 공황을 일으켜 긴장감을 팍팍 줘야 했단 말이다.

일본의 공포 영화 주온을 미국판으로 만든 그루지도 셈 레이미 감독이 제작을 했는데.. 그루지 때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셈 레이미 감독의 호러 영화 만드는 솜씨는 이블 데드 2 이후로 팍 죽어버린 것 같다(그루지는 일본판에서 그냥 배우만 금발벽안의 여주인공으로 바꾼 것뿐이었다)

결론은 비추천. 미국 현지에서 개봉했을 때 한번은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했지만, 그 이후로 성적이 시원치 않았고 처음부터 영화 비평회를 개최하지 않은 건 감독이나 제작자 샘 레이미나 영화 자체에 어지간히 자신이 없었나 보다.

아무래도 이 작품은 다크니스 폴스를 보고 좀 배워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두운 곳이라면 어디든지 자유롭게 이동해 정신 없이 공격해 오는 이빨 요정은, 부기맨에서 부족한 게 뭔지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재미의 측면에서 볼 때는 오히려 쌈마이라 웃으며 볼 수 있는 기존의 요정 호러물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트롤, 고블린, 홉고블린, 럼펄스틸스킨, 잭 오 랜턴 등등..)


덧글

  • 시무언 2008/06/04 00:24 # 삭제 답글

    샘 레이미 감독도 어찌보면 몰락한 감독인지도 모르겠군요
  • 잠뿌리 2008/06/04 09:21 # 답글

    시무언/ 부기맨하고 그루지 미국판만 보면 샘 레이미도 막장 태그 탄 것 같지만 스파이더맨으로 재기에 성공했지요.
  • 반정친마 2009/05/07 22:08 # 삭제 답글

    제 생각입니다만.. 샘 레이미 감독이 나름 알려진 감독이자나요?(공포영화 메니아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스파이더맨으로 공포영화 매니아에게는 이블데드 시리즈 로) 그러다보니 본인도 부담이 좀 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이리저리 수정을 거치다보니 저런 물건이 나오는거같은디
  • 잠뿌리 2009/05/08 18:47 # 답글

    반정친마/ 샘 레이미가 감독이 아니라 제작을 맡아서 그런 걸지도 모릅니다. 어떤 감독이든 모든 작품을 다 잘 만들수는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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