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The Thing, 1982) 존카펜터 원작 영화




1982년에 존 카펜터 감독이 만든 작품.

내용은 남극에서 노르웨이 탐사팀의 생존자가 개를 쫓아 미국 기지까지 와서 미친 듯이 총을 쏴재끼다가 사살되는데 주인공 일행이 노르웨이 탐사팀의 기지에 가서 조사를 하던 중 기이한 모습으로 뒤틀린 시체들을 발견하고 그걸 가져와 해부해보지만 결국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전날 쫓기던 개가 우리에 갇혀 있다가 기괴한 괴물로 변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존 W. 캠밸 주니어 원작의 중편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1950년대에 영화로 만든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한 것이다.

남극을 무대로 인간과 괴물의 사투를 그린 영화인데 여기서 나오는 괴물은 진짜 문자 그대로의 괴물이라 불러 줄만큼 쟁쟁한 포스를 가지고 있다.

남극에 숨겨진 고대 유적에서 나온 듯한 이 괴물은 개든 사람이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잡아먹고 그 세포를 복제하여 잡아먹는 생명체의 행동, 사고, 외모를 완벽하게 복제해 내는 무서운 존재다.

이 괴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불가사리처럼 머리가 거대한 봉우리처럼 벌어지거나 식충식물처럼 입을 쩍 벌려 사람을 으적으적 씹어먹는가 하면, 사람의 복제된 머리가 척추가 달린 채로 기이하게 늘어나고 심지어는 머리 밑에 거미 다리 같은 촉수가 붙어서 기어다니기까지 한다.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뱃속에 알을 낳고 태아가 배를 뚫고 튀어나오는 에일리언이 연상될 수도 있고 에일리언의 영향을 받은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에일리언과는 또 다른 포스가 흐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기본적으로 남극 기지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인간을 똑같이 복제하는 괴물의 습격 때문에, 대원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면서 점점 미쳐 가는 상황이 공포를 준다. 이건 에일리언에서 준 우주선 안에서 쫓기는 공포와는 또 다른 밀실 공포를 선사한다.

서로를 의심하고 싸우는 과정은 꽤 스릴있다. 누가 범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 헬기와 무전기가 파손되고 괴물을 밝혀내려는 실험을 위해 준비한 혈액들이 도난 당하고, 그 과정에서 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며 종극에 이르러서는 달랑 두 명 살아남는 게 참 처절하다.

혹자는 이 작품이 1950년대에 나온 원작에 비해 별로라고도 하지만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 걸로 보자면 오히려 이 작품이 현대 관객에게 더 먹힐 수 있다고 본다.

이 작품의 특수 효과는 당시 기준에서 볼 때 상당한 수준으로 에일리언의 아류란 오명을 가질 수 있음에도 에일리언을 초월하는 기괴한 크리쳐를 탄생시켰다.

복제된 개가 괴물의 본색을 드러내 머리가 불가사리처럼 갈라지면서 실시간으로 뒤틀리며 거대한 살덩이로 변하고 촉수를 휘날리는 장면으로 시작해 동료들을 믿지 못하고 다이나마이트를 들고 자폭 위협을 하던 주인공 맥크레이를 말리던 과정에서 뇌진탕으로 정신을 잃은 대원에게 전극으로 전기 충격을 가해 응급 처치를 하려다가 갑자기 배가 괴물 입으로 변해 전극을 가져다 댄 의사의 양팔을 물어뜯어 먹는 장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룡처럼 목이 길게 늘어난 복제된 인간 머리에 화염방사기로 몸이 타오르자 머리만 따로 떨어져 나가 거미 다리를 뽑아내고 혓바닥을 길게 늘여 움직이는 것 등등 진짜 괴물다운 괴물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의 특수 효과를 통해 표현된 괴물들의 모습은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세가의 게임 에일리언 신드롬은 오히려 영화 에일리언보다 이 쪽에 나오는 크리쳐를 다 많이 가져다 썼고, 아마도 요괴 헌터 히루코에서 거미 다리 달린 머리만 남은 여자 요괴 히루코의 모델은 이 작품에 나오는 머리 괴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 피터 잭슨 감독의 데드 얼라이브에서 주인공의 엄마 좀비에 의해 머리가 척추 째 뽑혀서 기괴한 좀비가 되어버린 성질 고약한 삼촌 좀비는 이 작품에서 척추째로 머리가 움직이는 기괴한 크리쳐를 따온 것 같다. 더불어 일본 만화 기생수도 이 작품의 연출을 적지 않게 따라가고 있으니 어찌 보면 후대에 이르러서는 에일리언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친 거라고 할 수도 있다.

결론은 추천작. SF 호러의 명작이다. 영화의 원제는 사실 The Thing인데 국내명인 괴물은 참 잘 지은 제목으로 진짜 괴물이란 뭔가를 분명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국내에서는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그레이브 시프트가 괴물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었고 이후 한국에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란 영화가 나와서 사실 괴물이란 동명의 제목을 가진 영화만 3작품이 되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찾으려면 존 카펜터의 괴물을 찾아야 한다.

덧붙여 불과 몇 년 전에 PC게임으로 나왔고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수입되어 발매된 바 있다.


덧글

  • 진정한진리 2008/06/02 14:20 # 답글

    게임도 뭔가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분위기가 멋졌습니다. 음산함도 한몫하였고......
  • 유클리드시아 2008/06/02 19:32 # 답글

    게임은 영화 엔딩후 48시간인가 72시간인가.. 그 이후의 이야기였죠? 오래된 고전영화지만 지금도 종종 관람(?) 한답니다..ㅎㅎ
  • 이준님 2008/06/02 20:24 # 답글

    1. 중딩때 선생님께 이야기로만 들었죠-실제 비디오로 본건 재대하고 집에서 놀때였습니다. 선생님은 AFKN 새벽 2시 영화로 봤다는 -_-;;;; 나름 잔인한 장면이 꽤 즐거웠지요

    2. 고유성 화백이 "유탄" 버젼으로 치사빤스로 배껴먹은 괴작도 있었습니다.

    3. 스티븐킹의 괴물은 그레이브 야드 쉬프트일겁니다. "야간 교대조"라는 이야기지요. 나름 재밌게는 봤습니다.

    ps: 어비스의 아이디어를 훔쳐먹은 치사빤스 무비 '레비아탄"에서도 괴물의 오마쥬가 나오죠. 거기서는 "손"이지만요(개인적으로 심장 운동하다가 팔 냠냠이 최고로 무서웠습니다)
  • 이준님 2008/06/02 20:24 # 답글

    근데.. 커트러셀이랑 그 친구는 얼어죽었겠지요? 어쩌면 그중 하나가 "괴물"이라서 구조된후 어쩌구 저쩌구로 갈수도 있겠군요
  • 투명한블랙 2008/06/02 23:13 # 답글

    밸리에서 보고 왔어요~ 이 영화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우연히 집어들었다가 완전 빠져들면서 봤던 영화였는데...^^ 이후 커트 러셀의 왕팬이 되었었다는. 게임의 설정이 영화 엔딩 후의 상황인지는 몰랐네요. 한번 구해서 해봐야지...
  • 현  2008/06/02 23:28 # 답글

    대학와서 교수님 추천으로 본적이 있어요.. 사실 방심하고 봤다가 이런 류는 잘 못봐서 ㅠㅠ 친구손 잡고 끙끙대면서 본 기억이 있네요.. 옛날 영화라고 무시했는데 한방 먹었었습니다^///^...
  • 시몬 2008/06/03 00:01 # 삭제 답글

    이 영화의 백미중의 하나는 괴물세포에 감염되서 괴물이 된 사람들이 생명의 위기가 닥칠때까지는 자기가 괴물이란걸 인식하지 못한다는거죠. 그래서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괴물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자기들의 동족이라 할수 있는 괴물세포가 번식하는걸 막기위해 갖은 노력을 다합니다. 개인적으로 괴물이 인간목소리를 빌려서 외부와 통신하는걸 막기위해 통신기를 작살낸 박사만큼은 끝까지 인간일거라고 믿었는데 맨 마지막에 괴물로 변신하는 장면에선 정말 충격먹었어요.
  • 시무언 2008/06/03 00:44 # 삭제 답글

    피 검사 장면은 진짜 명장면이죠.
  • 잠뿌리 2008/06/03 15:43 # 답글

    진정한진리/ 아 게임도 해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해보질 못했습니다 ㅠㅠ

    유클리드시아/ 원작의 엔딩 이후로 바로 이어지나보군요.

    이준님/ 팔 냠냠이 진짜 보고 식겁했습니다. 그 두명이 살아남는 엔딩이 참 여러가지로 여운을 남기죠. 어쩌면 자기가 괴물인지도 모르고 얼어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투명한블랙/ 빅 트러블도 그렇고 커트러셀은 존카펜터의 영화에서 자주보이네요.

    현/ 이 공포 영화를 추천해주시다니 교수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시몬/ 맨 마지막의 그 박사 변신해서 후다닥 도망가는 모습 보고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지요.

    시무언/ 피 검사 부분도 정말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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