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아이 (Cat's Eye, 1985) 스티븐 킹 원작 영화




1985년에 루이스 티그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호러 소설의 제왕이라 할 수 있는 스테판 킹 원작 소설을, 스테판 킹이 직접 영화로 각색하여 3가지 옴니버스 스토리로 구성된 영화다.

내용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배 한번 끊어보려다가 과격한 벌칙으로 고생하는 '금연 주식 회사', 테니스 선수인 주인공이 부호의 아내와 야반도주하려다가 딱 걸려서 고층 빌딩의 벽타기 내기를 하며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내기', 밤마다 벽을 뚫고 나타나 잠든 소녀의 숨결을 앗아가려는 못된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다룬 '벽 속의 괴물'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3가지 이야기 모두 고양이가 등장하며 사건의 발단은 고양이가 개를 피해 도망치다가 쇼 윈도우 너머의 마네킹으로부터 자신을 구해 달라는 어떤 소녀의 메시지를 듣게 되고 그 소녀를 찾아 떠돌면서 각 이야기의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를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데 이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타이틀인 캣츠 아이는 고양이의 눈을 통해 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벽 속의 괴물을 제외한 다른 두 가지의 경우 고양이가 중심은 아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또 나 자신 혹은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일상에서 공포를 찾는 건 스테판 킹의 장기다.

금연 주식 회사는 개인적으로 내가 흡연을 하지 않아서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지만 발상 자체는 꽤 무서웠다. 담배 한번 끊어보려고 친구의 권유로 금연 주식 회사와 계약을 했는데.. 계약한 시점에서 처음 한달 동안 언제 어디서든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하다가 담배를 한번 피면 주인공의 아내를 데리고 와 전기 고문을 시키고, 두 번째 피다가 걸리면 딸을 납치해 와 고문, 세 번째 피면 정신병자들을 보내 아내를 강간하겠다는 등의 엽기적인 협박을 하는데 그게 단지 위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행되는 게 무서운 것이다. 그럼 담배를 피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애연가가 담배를 끊기 얼마나 힘든지, 또 흡연의 욕구가 얼마나 큰지 잘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영화의 장르 자체가 본격 호러는 아니라서 충격적인 영상과 끔찍한 전개가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담배를 피는 사람이 볼 때는 나름 몰입해서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의 주연은 호러 영화 팬에게 있어선 비디오 드롬으로 알려진 제임스 우즈가 맡았다.

위험한 내기는 내기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억만장자의 아내와 야반도주를 시도하다가 딱 걸린 테니스 선수가, 억만장자의 내기에 휘말려 고층 빌딩에서 난간에 발을 딛고 건물을 한 바퀴 빙 돌아오는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재미있었다.

고충 건물의 가파른 난간에 발을 딛고 이동하는데 비둘기가 날아와 발목을 쪼아대고 난간의 빈틈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쉬려고 하면 억만장자가 나타나 물을 뿌리는 등 방해를 하니 이야기 진행 내내 긴장감이 넘쳤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한 액션은 역시 언제 봐도 가슴 떨리게 만드는 것 같다. 반전에 집착하지 않고 권선징악적인 정통 엔딩도 마음에 든다. 악역인 내기 좋아하는 부호를 맡은 알랜 킹이 참 연기를 얄밉게 잘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세 번째 이야기 벽 속의 괴물은, 스테판 킹이 드류 베리모어를 위해 쓴 영화 오리지날 스토리라고 하는데 사실 상 이 영화의 세 가지 옴니버스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잇는 고양이가 주역으로 나오는 이야기다.

어린 아이의 방 벽 속에 숨어살다가 벽을 뚫고 나와 잠든 아이의 숨을 앗아가는 괴물과 싸우는 고양이, 그 과정에서 아이의 어머니에게 오해를 사서 동물 보호소에 잡혀가고 아이는 위기에 처한다.

현대판 동화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의 세 가지 옴니버스 스토리 중 가장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다. 앞의 두 개는 공포와 스릴을 겸비한 암울한 이야기지만 이 마지막 이야기는 소녀를 지키기 위한 고양이의 분투를 그렸기 때문이다.

눈 여겨 볼 건 드류 베리모어의 팬한테는 베리모어의 아역 시절 귀여움이겠고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고양이와 사투를 벌이는 조그만 괴물의 CG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이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CG를 쓰기보다는 모형을 만들어 움직였을 것 같지만 어쨌든 아이의 숨을 앗아간다는 미신을 가진 고양이가, 실은 진짜 숨을 앗아가는 못된 괴물과 싸운다는 것 자체는 꽤 인상적이다. 반전 없는 해피 엔딩도 마음에 든다.

결론은 평작. 본격 호러도 스릴러도 아니라 어떻게 보면 좀 성격이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다만 금연 주식 회사 같은 건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으로선 깊이 몰입할 수 없었고 앞의 두 이야기는 다분히 성인 층을 타겟으로 삼았는데 마지막 이야기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동화라 미묘한 느낌이 든다.


덧글

  • 시무언 2008/05/28 14:01 # 삭제 답글

    금연 영화의 최고봉은 역시 콘스탄틴이라고 생각합니다(...)
  • 가고일 2008/05/28 16:13 # 답글

    이거 토요명화로 봤었지요. 옴니버스영화는 끊어지는 느낌이 강한데 고양이의 이동으로 영화 사이를 연결시킨다는 아이디어가 좋더군요.

    어린시절에 봤는데도 금연주식회사는 상당히 임팩트 있었습니다. 비흡연자에게도 어느정도 전달이 잘 되는거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금연성공을 축하하며 금연회사 사람과 축배를 드는 장면에서 "다음에 또 담배를 피면 부인손가락을 잘라버릴겁니다~" "하하~농담도~" 라면서 회사사람 부인의 새끼손가락이 없는걸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지요.
  • 2008/05/28 20:5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준님 2008/05/29 00:02 # 답글

    1. 금연주식회사는 연규진 주연으로 베스트셀러 극장에서 방영했습니다. 스티븐 킹에게 허락은 받지 않고 어디서 배꼈다라고 명시하는 정도였는데 문제는 그 작품을 배낀 연작집의 오타도 그대로 배껴서 Quiiters INC라고 했지요(개념은?) 다만 한국 정서에 맞게 "차력사"가 나오고 전기 고문장면은 그냥 저냥 넘어갑니다.

    한국판의 마지막회는 대략 "전기 요금 고지서-전기 고문했을때 쓰던 비용-"가 나오는 걸로 마무리 되지요(원작에서도 고지서 이야기는 나옵니다. -_-;;;)

    2. 원작의 마지막은 극장에서 친구의 부인과 악수를 할때 손가락이 없는 걸 발견하는 겁니다. 영화는 산뜻하게 발견하지요. 다만 담배 문제가 아니라 체중 조절의 문제일겁니다.

    3. Ledge(빌딩 돌아가기)의 원작은 1인칭입니다. 망할 부자를 돌리게 한다음에 총을 들고 기다리는 것에서 마무리 되지요. 어려운 것도 원작은 "비둘기"만 나옵니다만 공포 자체가 상당히 잘 묘사됩니다. 어쩌면 부자도 비둘기와 잘 놀면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영화는 비둘기때문에 망하는 걸로 그리지요

    원작에서는 내기에서 이긴 다음에 "자네는 내 돈을 가지고 마누라도 데려가게. 단 시체 공시소에서"라는 대사로 처리하고 덤비고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영화는 아이스 박스에서 여자 머리 데굴데굴 --;;;로 처리합니다. 그리고 고양이 덕분에 일이 진행되지요

    이 에피소드에서 부자는 "듄"에서 하코넨 남작으로 나왓지요. 불쌍한 테니스 코치는 스타맨 TV 시리즈의 주인공이었습니다.(영화판의 후속작이지요. 영화판은 존 카펜터가 만들었고 인디아나 존스의 마리온 아가씨가 나옵니다)
  • 잠뿌리 2008/05/29 00:24 # 답글

    시무언/ 콘스탄틴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한번 구해봐야겠네요.

    가고일/ 토요 명화로 방영할 때 한국 성우 육성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비공개/ 네. 그게 이 영화의 에피소드 3편이지요.

    이준님/ 영화에서 부자가 자기 마누라 머리를 주인공한테 던져주는 장면에서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 fatman 2008/05/29 22:15 # 답글

    섬뜩하고 짓궃은 블랙 코메디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도 때문에 금연주식회사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얘기해주니 흡연가이신 연구실 선배가 옛날에 봤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아직도 담배 피우십니다. 이런 분이 바로 금연주식회사의 장래고객감이지요.
  • 잠뿌리 2008/05/29 23:53 # 답글

    fatman/ 금연주식 회사가 국내에 들어오면 진짜 스모커 가족의 손가락이 남아나지 않겠지요.
  • 헬몬트 2009/04/01 11:07 # 답글

    한국의 부자 100인을 만나다~~이런 책자가 있었는데

    이걸 허영만이 만화로도 그린 바 있죠..제목이 부자 사전.

    펀드나 부동산같은 것이 이해가 가면서도 몇 가진 억지같은 --무조건 부자가 되면 그 방법 해라...글쎄..망한 이들이 더 수두룩한건데=


    그래도 이 책에서 지은이는 상속이 아닌 자기 힘으로 수십억을 번 부자 100명을 만나서 느낀 게

    100명 가운데 거의 90%가 담배를 피웠던 골수 애연가였다가 다들
    스스로 끊었다는 겁니다..그리고 그들이 이구동성 말하길

    담배 끊는 자세만큼 사업으로 미치도록 매달렸다..


    그만큼 담배 끊는 게 어려운 걸 암시하는 .
  • 잠뿌리 2009/04/02 02:04 # 답글

    헬몬트/ 정말 진리의 말이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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