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CI] 라스트 환타지 2017년 한국 만화




2002년에 권용완 작가가 작화를 맡고, 스토리 작가 팀인 혼에서 스토리를 맡은 판타지 만화.

내용은 마법 학교 중퇴 출신의 티안과 머리는 나쁘지만 괴력의 소유자에 마검으로 무장한 전사 드라이 콤비가 펼치는 좌충우돌 판타지 활극이다.

보통 판타지 만화하면 흔히 바스타드와 베르세르크를 떠올리겠지만, 그 이전에 PC 통신 연재 소설로 시작해 활자책으로 인쇄되어 짧은 시간만에 급성장한 한국 판타지 소설 시장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니까 즉, 판타지 만화의 소비층은 판타지 만화만 본 게 아니라 판타지 소설에 길들여져 있는 독자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판타지 만화로 선전하려면 고충이 뒤따르는 것이다.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는 제쳐두자. 피트에리아나 드래곤 라자 코믹스판은 놀라울 정도의 괴작에 지나지 않았다.

오리지날 판타지 만화라고 해도 국내에선 뜨기 어려운 실정으로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진 작가의 라그라로크가 있지만 그런 판타지 장르의 불모지인 한국 만화계에서 이 작품. 라스트 환타지는 나름 선전했고 기존의 한국 판타지와 차별화된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스토리 작가가 한 명이 아니라 아예 팀으로 참전해서 그런지 스토리에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드러난다. 온갖 장르의 판타지가 난무하던 당 시대에 역행하여 정통 판타지를 고수하면서 거기서 파생되는 갖가지 에피소드는 나름의 재미를 준다.

지나치게 성실하게 정통 판타지를 표방해서 너무 뻔하고 식상한 발상으로 시작한 것치고는 그 표현 수단이 판타지 소설 작가가 아닌, 만화 스토리 작가이기에 낼 수 있는 참신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개그 파트 면에선 불만은 없다. 나름 한국적으로 풀어낸 판타지 개그가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해준다. 파이어볼 50단 콤보나 몸통박치기로 유명한 빨강머리 모험가 아돌 패러디 같은 건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개그겠지만.. 그 당시 50단 콤보의 원작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근데 개그가 워낙 돋보이는 관계로 막상 진지 파트로 넘어갈 때의 분위기 전환이 어색한 게 문제다. 2권까지는 분명 재미있게 봤지만 3권부터 갑자기 진지 파트로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완전 다운됐다.

라스트 환타지의 묘미는 웅장한 서사시의 일장으로 시작하는 듯 싶다가 그 전설에 가려진 영웅의 행적. 영웅의 실제 행적은 기록과 달리 완전 트러블 메이커였다. 이런 결론을 도출시킴으로써 얻어낸 반전의 재미였다. 세상을 구할 의도는 없었는데 일이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다 우연치 않게 세상을 구하게 됐다! 요약하자면 이게 재미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3권부터 시작된 진지 파트에는 그런 반전의 묘미가 없다. 개그도 사라졌고. 위에서 지적한 데로 지나치게 성실한 정통 판타지의 전형적인, 순수한 영혼과 강력한 숨은 힘을 가진 주인공이 오해로 인해 찌질이가 돼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활약 아닌 활약을 하기 때문에 2권까지 쌓아 놓았던 라스트 환타지만의 고유 색깔을 잃어버렸다. 정통 판타지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한계가 너무나 빨리 드러난 것이다.

만화를 떠나서 소설과 영화를 포함한다면 정통 판타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밤하늘에 뜬 무수한 별처럼 말이다. 대중적으로 바뀐 것 아닌가? 라고 하기엔 솔직히 재미없다. 유쾌하지도. 상쾌하지도. 통쾌하지도 않다. 이게 무슨 라그라로크 만화판도 아니고.. 2권까지 그렇게 톡톡 튀던 이야기가, 왜 갑자기 그렇게 정체됐는지 정말 모르겠다.

작화에 대해선 뭐랄까.. 개인적으론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그림체다. 잘 그렸느냐 못 그렸냐를 떠나서, 이 작품의 작화는 불타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에 더 큰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1~2권에선 모에를 떠나서 아 참 잘 그렸구나 란 생각이 들었는데 점점 권수가 늘어날수록 그림체가 퇴보하기 시작했다.

배경엔 문제가 없지만 캐릭터 얼굴이 문제, 안 그래도 안 끌리는 등장 인물 얼굴이 점점 망가지는데 그게 완결편인 5권 맨 마지막 장에서 작화 붕괴의 궁극을 보여준다(이목구비를 뚜렷하게 그리는 것 조차 귀찮았던 걸까?)

이게 무슨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장편 만화에서도 작화 붕괴가 일어나다니, 유유백서와 헌터헌터 따위의 악습을 계승하면 어쩌자는 말인가?

결론은 미묘. 어디까지나 한국 만화 시장의 기준에서, 순수 한국 오리지날 판타지 만화로선 견줄 만화가 없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1~2권까지. 3권부터 5권까지는 너무 빠른 한계를 봤고 또 무엇보다 순식간에 붕괴되는 작화로 전설로 시작해 괴작으로 마무리 된 아쉬운 작품이 된 것 같다.


덧글

  • 송이 2008/05/28 13:22 # 삭제 답글

    국내산 판타지를 만화책에 훌륭하게 인식한 개념작..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림이 우앙 굿..

    권완용님 다른 작품도 책방에서 보았지만 다음권 본 기억은 없군요.

    권완용님이라는 사람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한 스타트 작품이군요.

    그림이 내 마음속 탑 배스트 ! 만화책 저런식으로 그리기 힘든데
  • 잠뿌리 2008/05/29 00:17 # 답글

    송이/ 전 권수가 지날 때 작화 붕괴 때문에 좀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 헬몬트 2009/02/02 22:30 # 답글

    던전에 갔더니 무려 아돌 크리스틴이라던 이가 남긴 일기장이 있던 게 엄청 웃겼습니다;;;(아돌이라면 이..이스;;)
  • 잠뿌리 2009/02/05 03:34 # 답글

    헬몬트/ 그것도 던젼에서 죽은, 몸통박치기가 특기인 빨간 머리 모험가로 나오지요 ㅎㅎ
  • 뷰너맨 2009/11/24 21:07 # 답글

    아돌의 지금 모습은. 조금 더 사실적으로 바뀌어 표현되어졌지요.(이터널에선 몬스터와 부딪치면 검을 휘날리는 듯한 이팩트가 추가되면서 사실은 검을 쓰는 것이다! 를 증명했지만, 기왕이면 제대로 검을 베는 스프라이트를 추가했었어야 했다는게 아쉽습니다)
  • 잠뿌리 2009/12/01 14:03 # 답글

    뷰너맨/ 아돌은 천상 몸통 박치기로 살아야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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