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녀유혼 (1987) 2019년 중국 공포 영화




1987년에 '정소동'감독이 당대 제일의 홍콩 인기 여배우 '왕조현'과 꽃미남 '장국영'을 데려다가 만든 작품. 고대 중국의 괴담집 '료제이지'에 '섭소천'편을 베이스로 영화화시킨 것이다.

내용은 사람은 좋지만 처세는 나쁜 어리버리한 수금인 영채신이, 수금 장부가 빗물로 인해 지워지는 바람에 돈을 못 벌고 숙박할 곳도 찾지 못하는 와중에 어떤 장의사가 가르쳐준 난약사라는 오래된 절에 가서 하룻밤 묵게되면시 시작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료제이지는 앞서 말한 듯이 괴담집으로 국내에서는 '요재지이'란 제목으로 상 중 하 완결로 전 3권이 발매됐는데. 일단 거기서 나온 섭소천 편을 영화 시나리오와 비교를 하자면, 원작을 재현한 건 약 20%. 나머지 80%는 영화판의 오리지날 설정과 연출. 진행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소설판과 크게 다른 걸 꼽자면, 영화에서 사실 영채신 보다 더욱 주인공 같은. 한 카리스마하는 도인 연적하가 소설에서는 검선 연적하로 나오고 영채신을 도와주기는 하지만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아니란 점이다. 그리고 아수라 백작을 모티브로 삼은 듯한 천년 묵은 고목 요괴와 섭소천의 사이 나쁜 동생. 연적하의 라이벌인 하후형 등은 완전 오리지날이다.

원작에서는 사실 액션 씬은 전혀 없다. 료제지이에 실린 괴담 자체가 액션하고는 거리가 멀다. 인간과 귀신, 요괴. 그리고 그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살아가는. 고전 소설이 갖고 있는 교훈성과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니 당연하다.

영화로 넘어가서 볼 때 액션씬을 놓고 보자면.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다. 무예 절기의 화려함이 아니라, 동양 판타지 액션으로서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낸 뒤 양손에 태극 문양을 그리고 천지무극 건곤차법!이라며 폭발성의 장풍을 뚜르르 갈기고 항상 등에 메고 다니던 나무 상자에서 검을 소환해 어기검술을 사용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며 거대 요괴와 싸우는 연적하의 활약은 진짜 최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액션에 비중을 둔 것이 아니라 영채신과 섭소천의 로맨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간인 영채신과 귀신인 섭소천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이 애수를 자아내게 만드는데. 솔직히 개인적인 감상을 하자면 분명 로맨스적으론 멋지긴 한데. 연적하의 액션에 눈이 팔려서 로맨스적인 부분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강시 선생과 강시 소자(헬로 강시)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이라고나 할까?

보통 다른 사람들이 천녀유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 건 섭소촌의 누이와 양부(양모)가 오자, 영채신은 목욕통 속에 빠져 호흡 곤란을 일으키고 그걸 본 섭소촌이 임시방편으로 목욕통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어 입박치기를 하는 장면이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나오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슬픈 이별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극 초반에 연적하가 검무를 추며 도의 길이란 노래를 부르고 호탕하게 웃는 장면과 마계로 건너가 흑산대왕과의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액션과 판타지가 가미되어 있기는 하나 베이스가 괴담집이니. 호러 영화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나름대로 잘 만든 느낌이 든다. 귀신인 섭소천과 누이들에게 정기를 빨려 해골이 된 사람들이 시체 귀신으로 되살아난다거나 영채신이 묵은 방 지하에 시체 귀신들이 사는데 우연히 벼루가 떨어지는 바람에 그걸 가지러 내려갔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큰일을 당할 뻔한 것. 그리고 남자와 여자 목소리를 동시에 가지고 귀신 화장에 크로상(빵 이름)머리를 한 고목 요괴가 혓바닥을 길게 늘리고 거대화시켜 싸우는 장면 등등 재미있는 게 상당히 많다.

결론은 추천. 중국의 괴담을 소재로 한 영화 중에 볼만한 건 강시물 뿐이다 란 편견을 없애기에 충분한 작품. 아니 과거에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안 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내 나이 또래. 그리고 그 이전. 그러니까 70~80년대 세대들에게 있어서 천녀유혼은 강시 영화만큼이나 인기가 있었다. 덧붙여 대중적인 취향으로 볼 때 주위에서도 그렇지만 천녀유혼에 출현한 왕조현을 보고 반해서 가슴을 설레이며 왕조현 책받침과 포스터 등을 끌어 안고 밤을 지샌 사람도 있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왕조현은 그다지 취향에 맞지 않는다)


덧글

  • 시무언 2008/05/25 12:32 # 삭제 답글

    원전에서는 소천이 같이 가서 잘 살았죠-_-
  • 잠뿌리 2008/05/26 01:02 # 답글

    시무언/ 원전에선 해피 엔딩이었는데 이 영화판에선 2편에 가서야 섭소천과 천년가약을 맺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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