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시너 (Saint Sinner, 2003) 클라이브 바커 원작 영화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에 빛나는 '조슈아 버틀러'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국에 권위있는 호러 소설가이자 그 유명한 헬레이져의 창시자. '클라이브 바커'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든 호러 영화.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19세기 초 외딴 수도원에서 살아 오던 '토마스'는 어느날 문득 호기심이 발동해 형제처럼 지내온 '그레고리'에게 지하 창고 열쇠를 빼앗고 수도원 지하 창고에 가는데 그만 실수로 보물고 안에 담겨 있던 악마의 봉인을 풀어버린 통에, 그레고리는 후에 죽음에 이르는 중상에 입고 악마는 시간의 바퀴를 통해 먼 미래인 21세기로 이동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 모든 일의 원흉은 바로 주인공 토마스에게 있다. 형제의 팔이 잘리는 원인을 제공해 놓고서 자기 혼자 충격 받았다며 수도원을 나나 여행을 떠나려 하다가 다시 돌아와, 형제의 임종을 보고 미래로 갈 결심하는 장면부터가 눈에 거슬렸다.
(절대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스타일의 사람 중 하나다)

영화 광고는 물론 호러 영화를 표방하고 있으나 액션물 모지 않은 활극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지만 그건 생구라에 불과하다. 아예 극중 주인공이 자기 입으로 '전 싸움을 못하는데요?'란 말을 하고, 극 후반부까지 별 다른 활약 한번 못해보고 나올 때마다 문카이와 나키르한테 처맞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활극을 찾으라는 건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 옛날 아이램에서 나온 전설의 액션 게임 '스파르탄' 국내에는 이소룡으로 더 잘 알려진 게임의 주인공 이름이 '토마스'이고, 이 영화 주인공의 이름 역시 토마스인데 같은 토마스라도 이건 너무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가!
(거기 나오는 토마스였으면 발차기로 다 날려버렸을 거다)

빠른 편집과 현란한 카메라 워킹은 멋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액션씬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토마스가 제대로 싸우는 건 영화 클라이막스 부분의 5분도 채 안되는 전투씬이었다.

그냥 문카이에게 칼을 두어번 슥슥 휘두르니까, 문카이 왈. '못본 사이에 많이 강해졌군.' 하지만 그 못본 사이가 하루도 채 되지 않았고, 토마스가 그런 말을 듣게 될 정도로 투지를 얻은지는 10분도 채 되지 않았단 말이다!

차라리 토마스 보다 히로인 역의 여형사 '드레슬러'가 그래도 더 낫다. 아버지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할아버지 같이 잘 대해준 직속 상관을 잃으면서도 토마스와 함께 악마들을 처치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참 대견스럽기까지하다.

악당 역의 문카이와 나키르는 일단 레즈비언 커플로, 각자 하는 역할이 다른데, 힘이 좀 딸리는 나키르가 남자를 꼬셔와서 명랑 생활을 할 때 그래도 쫌 힘이 쎈 문카이가 기습을 감행하는데.. 여기서 희생자를 먹을 땐 손톱으로 정수리를 후벼 판 다음 그곳에 창자처럼 생긴 긴 관을 꽂고 쭉쭉 빨아먹는 방식을 쓴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나키르는 사람을 잡아 먹는 것보다 즐기는 걸 더 좋아하고 문카이는 그런 나키르를 질투하며 오로지 먹는데만 집착을 하게 된다. 서로를 보완해주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 사이가 나빠 싸우는 구도는 제법 괜찮았다.

이 영화의 주가 되는 그 두 여 악마의 설정은 '서큐버스'다. 이건 짐작이 아니라, 극중 신부나 토마스가 그녀들을 부를 때 서큐버스라는 게 분명히 나온다.

서큐버스란 여자 몽마인데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하자면 남자를 유혹해 악몽을 꾸게하면서 동침을 한 뒤, 남자 몽마인 인큐버스와 몸을 섞어 정자를 건네주는 역할을 하는.. 상당히 야한 악마인데 솔직히 아무리 봐도, 이 영화에 나오는 그 두 자매는 빈말로도 예쁘다고는 할 수 없다. 취향 차이인지는 몰라도 그 두 사람한테 유혹되어 죽은 사람이 너무 바보같이 느껴진다(무엇보다 녹슨 목소리로 말하는데, 목소리만 듣고 딱 필이 안 꽂히려나?)

명랑 생활의 연출력이 떨어져 에로틱한 부분은 적다. 차라리 '팔선반점 인육만두 2'가 훨씬! 더 야하다. 물론 시나리오 상으로는 토마스가 잠이 든 사이에 문카이와 나키르에게 기습해 오는 꿈을 꾸고 거기서 '쾌락을 맛보게 해주마'란 대사 등도 나오긴 하지만 허여멀건한 얼굴에 눈 아래 기미가 낀 나이 든 서큐버스들이 그런 말을 하니 눈요기 거리조차 안된다.

그런데 그보다 좀 더 실망스러운 건, 영화 상에서 보여주는 두 악마의 외적 행동이다.

기본적으로 사람 정수리에 창자 관을 꽂고 피를 빨아 마시고, 입에서 내뿜는 분비물은 거미줄 효과와 독성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날개가 달려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벽에 붙어서 기어다니는 등의 모습을 보면 완전 '스파이더맨'이 연상된다.

총에 맞아도 끄떡 없는 불사신 몸은 둘째치고 피를 다 빨린 희생자의 몸은 삽시간에 부패해 구더기가 들끓는데, 그 구더기가 산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은 곤충 인간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서큐버스의 본질은 크게 벗어난 건 아니라서, 21세기인 현대에 와서 길거리 매춘부로 중년 남성들을 꼬드겨 잡아 먹는 것 자체는 나름대로 논리적이기까지 해서 괜찮은 편이었다.

서큐버스 소재 말고도 흥미로운 요소를 한가지 더 꼽자면 문카이와 나키르가 갖는 이름의 의미다. 이 이름은 클라이브 바커의 창작이 아니라, '코란'에서 나온 두 천사의 이름이다.

이슬람교의 성경이라 할 수 있는 코란에서는 사람이 죽은 후 곧 무덤에서 심판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죽은 자에게는 '문카르'와 '나키르'라는 두 천사가 찾아와서 무덤에서 죽은 자를 앉힌 후 신앙에 관한 심문에 답하게 한다(이슬람교의 매장 방법 중에 시신 위에 흙이 느슨하게 뿌리는 이유는 심문의 때가 왔을 때 죽은 자가 일어나 앉을 수 있게 하기위해서 라고 한다)

코란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유일성과 모하메드의 정체성에 대한 신앙 증언에 관해서 심문을 하고, 죽은 자가 그것을 확신을 갖고 정확하게 답변하면 주은 자의 부활과 심판의 날까지 홀로 남게 되지만,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는 불신자이므로 문카르와 나키르는 코란을 외우면서, '너의 영혼을 포기하라. 너는 하나님에 대하여 진리 아닌 것을 말하였으므로 수치스러운 응징으로 갚아져야 하리라. 너의 손을 펼치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신자를 죽게 만든 후 "불타는 형벌을 맛보라"고 하며 얼굴과 등을 사정없이 때리는데 이 형벌은 "무덤의 고통"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구구절절이 늘어 놓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코란에 나온다는 문카르와 나키르의 이야기고, 이 영화의 실제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냥 단지 그 이름이 같아서 다른 쪽의 문카이와 나키르는 어떨까? 란 의문에 대한 답으로 적어 놓은 것뿐이다)

다시 이 영화로 넘어가서..

문카이와 나카르를 해치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성 니코데무스의 양날 단도'는 그냥 생긴 게 평범한 단도다(사실 이거 휘두르는 장면도 얼마 안 나온다)

이 단도는 성자가 사용해야 제 위력을 발휘하는데, 성자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부분이 꽤 신선했다(역시 21세기!)

영화의 백미는 클라믹스 부분에서, 스타 크래프트에 나오는 '히드라'처럼 생긴 아이를 낳고 얼굴을 뜯어 먹히며 순식간에 노화되는 나키르의 모습. 괴물 아이 모습이 히드라라 무섭다기 보단 웃겼지만 출산 과정이 참 대단했다.

명대사는 21세기의 마더 데레사 급 성자로 칭송 받던 인물이 토마스에게 해주는 격언이다.

'만약 성자가, 그들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그는 결코 성자가 아닐거에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 하나 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국내에도 DVD로 발매된 바 있는 영화인데, 장르상으로 볼 때 호러 액션 영화로 분류할 수 있지만 솔직히 광고한 것 만큼 화려하진 않다. 영화의 촛점은 문카이와 나키르의 행보다. 그들의 상호 보완 관계가 대립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이지 작은 단검 하나 들고 설치다 종나 처맞고 나가 떨어지는 토마스 따위가 전혀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광고 문구에서 시공을 초월하는 호러 활극!이란 문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사실 그건 그리 신선한 것도 아니다. 봉인된 악마가 누군가의 실수로 풀려 나와 활개 친다는 설정은 정말 굉장히 흔하다. 또한 중세 시대의 악마가 시간 이동을 해서 현대로 가버리자, 악마 퇴치의 임무를 맡은 사람이 뒤따라 간다는 것 또한 이미 다 써먹은 설정이다.
(후자의 예를 들자면 '워락'을 꼽을 수 있겠다)

B급 이상은 절대 넘을 수 없는 영화. 킬링타임용 호러 액션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돈과 시간이 나을 때만 보라고 하겠지만, 그와 정 반대의 사람에겐 비추천한다.


덧글

  • 시무언 2008/05/24 13:16 # 삭제 답글

    ...거 뭐라할지 난감하군요.

    주인공이란 놈이-__
  • 잠뿌리 2008/05/25 00:05 # 답글

    시무언/ 주인공이 막장이라 영화의 호감도도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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