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는 '가브린'이란 제목이 붙은 '하우스'의 각본을 쓰고, '나이트 오브 크리프스'감독으로 유명한 '프레드 데커'의 작품.
클래식 호러 부분에 있어 미국을 대표하는 유니버셜 사의 5대 괴물인 '드라큐라'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길맨' '미라' 등을 등장시켜 5명의 악동들과 대결을 시킨 전 연령 대상의 호러 영화로 넓게 보자면 컬트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평소 괴물에 관심이 많은 주인공 '숀'은 밤마다 집 뒷뜰의 아지트에서 괴물 이야기를 하며 노는데 어느날 백년에 한번 괴물들이 모이는 날이 도래해서 마을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여기서 5인의 괴물이 모이는 과정이 꽤 놀랍다. 가장 먼저 드라큐라가 숙적인 '반헬싱'교수와 싸우다가 악마를 봉인하는 봉인석에 의해 현대로 차원이동을 하고 박물관에 보관된 2000년 된 미라가 전시관 유리를 깨고 탈출을 하는가 하면, 늑대인간과 길맨도 차례 대로 나온 뒤 관 속에 있는 프랑켄슈타인의 목에 나사 같은 걸 꼽고 피뢰침 작용을 일으켜 되살려 내는 등등 흥미롭게 전개된다.
전 연령 대상 답게 유혈이 낭자하진 않지만 의외로 희생자는 많은데 늑대인간이나 길맨이 머리를 졸라 죽이고 드라큐라가 경찰의 목을 꺾거나 다이나마이트를 던져 죽이는 등 족히 경찰 인력 열 댓명은 죽는다.
드라큐라와 늑대인간의 변신 씬은 예상 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고, 길맨 같은 경우 얼굴이 어류에 더 가까워져 원작인 '크리쳐 프롬 더 블랙 라군'에 나온 버젼보다 더 괴물 답게 생겼다.
미이라는 솔직히 작품 내에서 희생자 한 명 만들지 못한 채 그대로 죽어버려서 불쌍하기 까지 했고, 괴물들 중에 유일하게 착해서 주인공 일행과 친해진 프랑켄슈타인이 숀의 여동생과 맺은 우정을 뒤로 하고 자기 세계로 돌아가는 장면은 너무 애뜻했다.
아동물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지켜서 주인공인 숀은 행동력 있고 기지가 넘치는 아이고, 어리버리한 은따 뚱보 소년 '호레이스'는 산탄 총으로 길맨을 작살낸 걸 계기로 갑자기 용감한 전사로 변하며, 5명의 일행 중 최고의 무력을 자랑하는 '윌리'가 양궁용 화살과 은탄환이 든 총으로 작품 내 괴물의 1/3을 척살하는 것. 그리고 가장 어리고 작은 소녀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손에 쥔 것 등등 시나리오 전개에 있어 군더더기가 없다.
순수한 처녀가 봉인석을 들고 주문을 외워야 괴물들이 봉인된다 라는 설정도 반전이 꽤나 웃겼다. 더불어 출연 시간은 극히 짧지만 석궁으로 흡혈귀를 요리하는 '반 헬싱'교수도 마음에 들었다.
1988년 국내에 '악마군단'이란 제목으로 극장 개봉을 했는데, 당시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공포 영화인데 하나도 무섭지 않다며 극장비 환불 소동을 일으켰고 소송까지 벌어졌다가 영화를 본 이상 환불할 필요가 없다는 패소 판결까지 받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호러 영화 매니아로서, 이런 재미있는 작품이 평가절하된 게 무척이나 안타깝다. 이 작품은 애초에 전연령 대상에 책정한 고전 명작의 오마쥬 컬트 무비라 일반적인 공포물이라 생각하면 오산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날 코믹스 판으론 '큐라큐라'. 애니화된 버젼에선 '두치와 뿌꾸'란 제목이 붙은 한국 만화도 이 영화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두치와 뿌꾸 의 몬스터 가족은 이 영화와 판박이로.. 길맨만 나오지 않았지, 드라큐라 / 프랑켄슈타인 / 미라 / 늑대 인간 등이 나오니까 말이다.
프레드 데커 감독은 이 작품 이후 '테일즈 프럼 더 크립트' TV 시리즈 에피소드 몇개와 '잇 룩스 클라우드 킬' '리코쳇'같은 영화의스토리를 썼지만, 1993년 '로보캅 3'를 만들어 쫄딱 망하는 바람에 8년 동안 아무 활동도 하지 못하다 2001년에 '엔터프라이즈' TV 시리즈 에피소드의 각본 몇 편을 썼다.
여담이지만, 해외에는 유니버셜 사의 클래식 몬스터 콜렉션이라고 해서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미라' '투명인간'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늑대인간' '오페라의 유령' '더 크리쳐 프롬 더 블랙 라군'을 한 곳에 묶은 DVD 박스 셋트가 발매되어 있다. 이 작품에 오마쥬된 원작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참고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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