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강시선생 (1993) 강시 영화




원제는 '신 강시선생'. 국내판 제목은 '강시선생 93'. 영제는 '미스터 뱀파이어 93'.

'유관위'감독이 만들고 '임정영' '전소오' '이세봉' 등등 초대 멤버가 그대로 출현하는 작품으로 시리즈물로 따져 보면 6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내용은 현대 문명이 들어오면서 자유연애가 성행하자, 미혼모가 많이 생겨 유산과 낙태 문화가 조장되는데 그때 생긴 애기혼들이 승천하지 못하고 구천을 멤돌아 영환도사 임정영이 불단을 쌓고 공양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1985년에 초대 강시 선생이 나온 이후, 무려 8년의 시간이 지난 다음 나온 작품으로 사실상 강시 선생 시리즈의 완결편이자.. 영환 도사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임정영의 마지막 강시 영화라고 할 수 있다(임정영은 고인이 된지 오래됐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걸까? 이 작품의 주역은 강시가 아니라 애기혼이다. 물론 강시가 아주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사건 갈등의 중심에 애기혼이 있으며, 낙태와 유산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약간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기존의 시리즈와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좋게 말을 하자면 시대의 변화에 맞추었다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을 하자면 기존의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장점과 특징을 완전 배재한 상태라 솔직히 강시 선생이 란 타이틀을 붙이기가 좀 뭣한 생각마저 들 정도다.

초대 '강시 선생'과 '강시 번생', '강시 지존'까지는 도교의 환상 세계관을 매우 잘 살려놨다. 특히 그 중 최고는 강시 지존으로 강시의 대군단에 맞서 저승사자를 소환한 다음 검은 묵으로 만든 종이 떡을 뇌물로 받쳐 집단 봉인을 시키는 시퀀스가 압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강시 번생 2 일미도인'에서 강시가 아닌 흡혈귀와 영환 도사의 대결을 그린 후 '강시 가족'으로 도교의 환상세계보다 강시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초대 작품이 지향하던 바가 미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아크로바틱한 액션과 화려한 쿵후 연무 대신 홍콩 특유의 화장실 유머에 중점을 둔 게 가장 큰 문제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강시에게 물려서 강시 독이 퍼지기 전에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라던지, 강시 독의 원인이 조상의 묘를 잘못 써서 그런 것이라는 설정은 초대 강시 선생의 소재를 그대로 다시 쓴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게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라 애기혼 에피소드를 성립하기 위한 보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강시 물로선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재밌는 장면은 꽤 많이 있다. 임정영의 두 제자가 강시의 이빨을 구하기 위해, 강시 분장을 하고 강시가 사는 마을인 등등진에 가서 잠입이하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강시가 나오는 건 아주 좋았다. 이 작품의 백미는 바로 그 시퀀스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를 추가하자면 두 제자가 등등진 강시 대장의 부인 이빨을 빼오는 바람에, 극 후반부에 등등진 강시 군단이 집으로 쳐들어와서 싸우는 장면이다. 강시 관련 시퀀스는 상당히 재밌는 게 많지만 애기혼 관련 부분은 별로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

90년대의 홍콩 영화가 으례 그렇듯이 일본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시퀀스가, 이 작품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서 나온 건 사령관이 점심으로 일식을 먹을 때 일본인 주방장이 나와서 왜식은 이렇게 먹는 거라면서 탁자 중앙에 뚫어 놓은 구멍에 병사들을 앉혀 놓고 엔카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리면서, 각자 손에 들고 있는 음식을 원하는 데로 집어 먹게 만들었는데 새우 회를 먹을 때도 '새우야 감정은 없지만 널 먹어야 겠다'라고 하는 게 왜식 문화라며 딴지를 거는 장면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영환도사 임정영의 강시물로써, 강시 영화를 좋아한다면 필수적으로 봐야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유작이라는데 의의가 있지 강시물 그 자체로 놓고 볼 때는 조금 실망스럽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시물로 일관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작품이다.

뭐 그래도 강시란 설정에 집착하지 않으면, 기본은 넘는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강시 설정은 기존의 시리즈에 비해 상당히 미흡했지만, 그 대신 애기혼을 비롯한 새로운 도교의 환상세계관이 잘 나타나 있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기존의 작품 패러디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사령관의 조상 묘를 잘못 일러준 대사의 이름이 '홍금보'라던지, 사령관의 처제 이름이 '염령'인 것 등등 잘 보면 그리운 이름이 많다.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 부연 설명을 하자면, 홍금보는 귀타귀의 각본/감독/주연을 맡으면서 영화 역사상 최초로 강시 영화를 만들어 흥행을 시켰으며 5년 후에 나온 초대 강시 선생의 제작도 맡은 바 있다. 그리고 염령은 배우의 이름이 아니라 영화 상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으로, 국내에는 귀타귀나 강시 선생 보다 더 잘 알려진 헬로우 강시 시리즈에 나오는 그 참한 예비 도사 아가씨를 말한다.

추가로 말하자면, 이번 작품에서 드디어 영환도사 임정영도 총각 신세를 면한다. 기존의 작품에서 함께 활약한 여자 도사 '서고'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임정영이 공이 아닌 수로 끝난다는 게 참 웃기면서도 한편으론 불 쌍해보였다.


덧글

  • 헬몬트 2009/01/04 21:17 # 답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칠소복(1989-- 국내 개봉한 호소자 아류작으로 꼬맹이 일곱놈이 나와 싸우던 그 영화가 아닙니다)이 있는데

    홍금보가 감독하고 성룡.홍금보,원표.그리고 임정영이 어릴적 무술학교에서 지내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아역배우들이 나옴) 거였습니다

    이 칠소복에서도 임정영이 꽤 비중있게 나왔으며 홍금보와 절친한 사이(참고로 홍금보보다 더 나이가 어렸죠!)영환도사 이미지가 너무 깊이 박혀서인지
    더 나이가 들어보이던 걸로 아는 분도 많더군요

    1997년 8월 간암으로 45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강시영화가 사라지면서
    그야말로 그도 사라졌다는 우연일까요.
  • 잠뿌리 2009/01/05 19:47 # 답글

    헬몬트/ 임정영 작고 후 2000년 경에 서극의 강시헌터란 작품이 나오긴 했지만 여러가지로 강시 영화의 정통성을 표방하긴 무리가 따르는 작품이었지요. 강시물의 정통은 임정영 대에서 끝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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