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묘 (Evil cat, 1986) 2019년 중국 공포 영화




1986년에 여윤항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중국 무술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 인물 유가량이 주연을 맡은 호러 영화다.

내용은 사람에게 씌여 다른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그 피를 마시고 목숨이 9개 있다는 수 백년 묵은 고양이 요괴가 있는데 모산술을 쓰는 장씨 가문의 도사들은 그 요괴를 해치우는 숙명을 가지고 있는데 주인공 장도사 대에 이르러 고양이 요괴가 9번째로 부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주연이 유가량이지만 사실 유가량이 맡은 장도사 역은 고양이 요괴를 물리칠 숙명을 타고난 모산술의 도사고 실질적인 주인공은 공사를 하다가 고양이 요괴가 부활하는 바람에 첫 번째 빙의 대상이 된 범씨 빌딩의 사장을 모시던 운전사 나겁량이다.

도가의 도술과 고대의 요괴가 나온다는 점에 있어 강시물이 생각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 작품은 그것과 완전 거리가 멀다. 부적 태운 물을 마시고 도복검을 쥔 채 주문을 외우며 9990장의 부적으로 만들었다는 신묘한 화살로 요괴의 심장을 찔러야 완전히 없앨 수 있다는 설정까지 가지고 있지만.. 극중 장도사 유가량은 단 한번도 도사 복장을 하지 않으며 또한 진행 방식도 강시물과는 좀 많이 다르다.

흉묘는 수백 년 묵은 고양이 요괴로 사람에게 빙의하여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며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손톱으로 긁고 생기를 빨아먹으며 장풍과 염력을 쓰며 힘도 겁나게 쎄서 맨 손으로 사람 복부를 꿰뚫어 버리고 위로 후려치면 머리통이 날아가고 총기 난사를 당해도 피 좀 흘릴 뿐 끄떡없는 데다가 교활하기까지 해서 다른 사람 몸에 빙의를 하고 사람 흉내를 내서 이간질 및 유혹, 최면까지 거는 등등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게 곧 무서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빙의를 통해 사람을 해치는 악령이란 설정은 엑소시스트에서 따온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별도의 분장이 없이 흉묘에게 빙의 당한 사람은 녹색 조명을 비춰서 괴성을 지르거나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며 사람에게 덤벼들게 하니 어딘가 좀 구린 느낌이 드는데 막판에 가서 흉묘의 실체가 구현화됐을 때는 아예 백발마녀마냥 산발한 하얀 머리에 고양이 메이크업으로 우리네 구미호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나오기 때문에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아무리 강력한 능력을 가진 악한 요괴라고 해도 연출이 딸리면 무섭지 않은 것이다. 거기다 그 흉묘와 대결을 펼치는 장도사가 싸우는 방식은 강시물의 영환도사들이 싸우는 것과 다르게 불꽃을 일으켜 쏘아대거나 번개를 뿜어내는 등등 우레매 뺨치는 초능력(?) 대전을 벌인다.

유가량하면 무술 감독과 무술 영화 감독을 많이 맡았고 또한 실제로 무예 고수로 이소룡과는 또 다른 의미로 홍콩 무술 영화를 대표하는 사람인데 그런 양반이 주먹이 아닌 불과 번개로 싸우는 걸보고 있노라면 캐스팅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물론 70~80년대 동남아시아의 공포 영화에서 악령과 퇴마사의 대결을 연출할 때 당 시대의 특수 효과 기술의 한계로 인해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긴 했지만.. 불 쏘고 번개 쏘는 장도사에 맞선 흉묘에 빙의된 사장 여비서가 로켓트 펀치 마냥 양손을 슝하고 날리는 공격을 진지하게 연출한 걸 보면 대체 웃으라는 건지 무서워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고양이 요괴의 정체가 진작에 밝혀져서 그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도사의 제자가 되어 도술을 배우려는 나겁량을 보고 있으면 공포의 포인트를 빗겨간 게 보인다. 차라리 나겁량이 고양이 요괴의 정체를 알고 있지만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고, 고양이 요괴는 나겁량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그의 숨통을 조여 온다면 나름대로 인간에게 공포를 줄 수 있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과정을 너무나 쉽고 짧게 끝내버린다.

결론은 비추천. 코미디도 액션도 오컬트에서도 만족감을 주지 못한 작품이다. 비록 미스 캐스팅이라고 해도 유가량이 호러 영화에도 한번 출현한 적이 있다는 것만이 단 하나의 존재 의의라고 할 수 있겠다.

여담이지만 모산술 최고의 경지는 팔괘에 앉아 정신을 집중하면 레이다처럼 물체가 접근하는 걸 감지하고 그와 동시에 반격을 하는 건데 어째서 수련을 할 때는 그런 게 나오는데 실제로 흉묘와 싸울 때는 한번도 써먹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


덧글

  • 시무언 2008/05/16 11:52 # 삭제 답글

    연출로 다 날려먹었군요
  • 잠뿌리 2008/05/17 00:30 # 답글

    시무언/ 연출이 너무 싸구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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