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CI] PEN 2017년 한국 만화




2001년에 나온, 장동한 작가의 만화. 장동한 작가하면 으레 펜이 데뷔작인 것 같지만 사실 그 전에 미니미니에도 이름을 올렸다. 보통 미니미니 하면 류병민 작가의 이름을 떠올리는 게 당연한데,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장동한 작가와 류병민 작가의 공동 데뷔작에 가깝고 그 비율은 70:30으로 류병민 작가 쪽이 70%이며 총 4권 기획에서 류병민 작가의 입대 후 장동한 작가의 이름으로 미니미니 2로 상하권이 발매된 것이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니미니 2가 상하권으로 발매될 때 그림체가 확 달라진 것이고. 원조 미니미니의 그림체는 류병민 작가가 제대한 뒤 낸 차기작인 야호!로 이어져 발전한 것이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넘어서 펜의 내용은, 지방에 살던 주인공 진이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형 신이를 따라 서울로 올라와 살며 학교에 있는 만화 동아리에 들고 만화가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것이다.

만화 동아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보다는 만화가의 꿈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진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실 만화 동아리 활동은 초반에 조금 나올 뿐. 나중에 가면 만화 동아리 회원들 비중이 낮아지면서 진이가 모 만화가에 가서 사정하거나 어시스턴트를 하고 경험을 쌓고 재능을 인정 받으며 조금 조금씩 만화가의 꿈에 접근하게 된다.

그림 좋고 캐릭터 좋고 내용 흥미롭고 독자를 끌어 들일만한 요소가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거기다 개인적으로 마이 코스프레로 이미지가 콱 박힌 이효진이란 안경 내성 코스프레 할 땐 사람이 달라지는 캐릭터에 모에를 느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처음부터 불행의 씨앗을 품고 시작해서 기획 의도가 그런 건지 몰라도 정말이지 지독할 정도로 험하고 잔혹한 현실을 비추기 때문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보통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으나 노력과 착한 마음으로 커버하는 스타일의 만화는 예전에도 있었고 가장 대표적으로 이진주 작가의 달려라 하니를 꼽을 수 있는데. 보통 그러한 만화는 신파극이라고 치부하며 치를 떨기 이전에 스토리 구조와 완급을 칭찬해야 한다.

즉 어려움에 처한 주인공이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심도 있게 그리면서 절정 부분에 치달았을 때 한꺼번에 폭발시켜 피와 땀의 결실이 있게 만드는 건 단순한 듯 보이면서도 어려운 테크닉으로 프로가 가져야 할 당연한 소양이다.

하지만 이 작품 펜에선 그런 게 없다. 오로지 지독하고 차갑고 무서운 불행과 절망으로 가득 찬 현실 속에서, 뭔가 살아나려고 발버둥치는 주인공을 끝까지 괴롭히다가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그런 전개는 아주 좋게 보면 신파와 차별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으나 구조적으론 큰 문제가 있다.

잔혹하고 험악한 사회 배경의 니힐한 이야기를 쓰려면 처음부터 그렇게 나가야 했다. 최규석 작가의 어른이 된 둘리 단편이 모범적인 사례다.

이 작품은 분명 3권까지 쭉 만화 동아리와 만화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진이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러다 4권 중반 이후 갑자기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라고 시작하면서 유일한 형제인 신이는 폐병 들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동아리 회원들과도 연락이 다 끊기고 히로인 유진이만 간간히 만나면서 이제 막 또아리를 틀려고 하니 라이벌의 방해로 망가지고 설상가상으로 친인척의 사기로 집까지 경매가 들어오면서 결국 차가운 겨울 밤 뒷골목 쓰레기통에 쭈그리고 앉아 얼어죽는 엔딩은 정말 컬쳐 쇼크에 가까웠다.

한국 만화, 아니 전 세계 만화 역사를 통틀어 볼 때 가장 지독한, 그리고 우울한 엔딩 중 하나로 꼽힐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파격적인 엔딩으로 주위에서 이 만화를 재밌게 보다가 엔딩 보고 광분한 애들도 여럿 봤다.

신파와 차별화된 것! 이라고 하기엔, 단지 모종의 이유로 연재를 끝까지 할 수 없어서 4권에서 짤라라 란 통보를 받은 뒤 반발심리로 그렇게 끝낸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만화계에서 당초 기획된 연재 분량에서 줄이거나 늘리란 말은 일쌍다반사니 말이다.

결론은 비추천. 아무리 연재 종료의 압박에 시달렸다고는 하나 감정에 앞선 끔찍한 엔딩은 도가 지나쳤다. 억지 해피 엔딩이 아니란 점에 있어 기립박수를 쳐야 한다는 평도 있겠지만 그 반대로 억지 배드 엔딩의 경우 어떻게 해야되는지 묻고 싶어진다.

꿈과 사랑과 희망이 있는 것처럼 포장되어 나왔다가 뜯어보니 불행과 절망, 좌절만 있는 게 당초 기획 의도였다면 결론이 완전 뒤바뀔 수도 있다. 물론 독자의 감상 판단 기준이 감성이 아닌 이성이라면 말이다.


덧글

  • 시무언 2008/05/13 11:51 # 삭제 답글

    꿈도 희망도 없는 암담한 엔딩이군요(...) 세상에나...
  • 이정퓨 2008/05/13 13:41 # 삭제 답글

    분명 처음엔 그런 만화가 아니었는데 결말을 보며 어??!!한 만화입니다.
    아무래도 작가님의 경험을 반영한 것 같은 그 허무한 결말...ㅠㅠㅠㅠ
  • 잠뿌리 2008/05/14 08:31 # 답글

    시무언/ 지금까지 본 만화 엔딩 최악이었습니다.

    이정퓨/ 악몽같은 결말이죠.
  • 강석완 2008/05/15 11:32 # 삭제 답글

    예전에 어떤 사람이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 포스트 보고... 애초에 작가가 그런 결말로 나갈 생각이었고... 애인도 원래는 주인공 등쳐 먹는다는 설정이 있지만 빼버렸다고 하지 않았나요?
  • 정공 2012/02/22 21:23 # 답글

    진짜 빡도는 결말이었죠... 뭔가 복선이라도 있었음 모르겠는데 정말 난데없이, 3권까지인가 밝고 희망적으로 가다가 4권에 갑작스레 뒤통수에 뒷골목 사망까지... 다른 의미로 충격적인 작품이었지요. 정말 열불났던
  • 잠뿌리 2012/02/23 05:13 # 답글

    정공/ 아마도 출판사에서 조기 종결 지시한 것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 엔딩인 것 같은데 작가로서 그런 심리를 가진 건 심정은 이해는 가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든 엔딩이었습니다.

    강석완/ 네. 저도 그렇게 들은 기억이 납니다.
  • 핫도그군 2012/09/05 13:23 # 답글

    2008년도에 올라온 글을 보고.....과거의 내 모습이 새록 새록 떠오르네요......
    그 당시 신림동에서 동한이형 한테 10원도 안받고 어시일을 하고있었거든요,.......
    뭐 배우는 입장에서 돈을 받을 생각따위 하지도 않았구요....
    처음 기획 의도는 그냥 시골에서 올라온 까칠한 그램쟁이가 점차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어가는...또사랑도 하는...러브 코미디를 그릴 참이었는데요....
    (그 당시 러브 코미디 물이 인기였어서.....ㅎㅎㅎ)
    근데 동한이 형이.....일본 작품 "언제나 꿈을"이라는 책을 읽더니 기획의도를 확 바꿔버리더군요.....
    휴가나와서 알았습니다....쿨럭
    그 내용을 막지 않은 열이(어시2)도 밉고 형한테 뭐 이렇게 바꿨냐고 한소리 하고 했지만.....
    이제 연락조차 닫지 않는 동한이 형....어디서 뭘하고 사는건지........

    암튼.....그랬어요......ㅋ(전부 언제나 꿈을 탓입니다.)
  • 잠뿌리 2012/09/07 22:53 # 답글

    핫도그군/ 처음의 기획 의도로 쭉 밀고 나갔으면 수작이 됐을 텐데, 중간에 바뀐 기획 의도가 최악이라서 아쉽네요. 특정한 작품 하나가 다른 작품 하나를 망쳐 놓은 것 같습니다.
  • kirinn 2020/07/31 22:48 # 삭제 답글

    기억이 나네요. 엔딩근방에 대사가 충격적이었어요.
    고모에게 사기당하고 형이 암걸렸을때 그런 집에는 병마가 깃든다라고.
  • 잠뿌리 2020/08/01 11:59 #

    엔딩 때 나온 대사들이 전반적으로 다 어두웠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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